해마다 6월이면 계절 밑반찬을 준비하곤 한다.
이렇게 말하면 대단한 준비를 하는 것 같은데, 내 역량으로 할 수 있는 소소한 것들이다.
양파장아찌를 담았고, 매실을 구매했고, 마늘 두 접을 샀다.
이 중 제일 많은 시간을 요하는 것이 마늘 까기다.
알이 굵은 것으로 고르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껍질 까는 일이 더욱 어려운 것이다.
이번에 마늘 구입은 재난지원금 받은 것을 사용하기 위해 전통시장으로 갔었다.
그런데 차를 주차하고 시장으로 들어가는 한 골목에
할머니 한 분이 마늘 몇 단을 쌓아놓고 앉아 계시는 것이다.
더운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앉아계시니 그냥 마음이 동한다.
한 단에 만원이라고 하시니 두 단(한 접)을 현금으로 사고
나머지 한 접은 시장에서 고르고 골라 알이 굵은 것으로 샀던 것이다.
마늘 까는 시간은 하루 일과를 마친
밤 9시나 10시 경부터 한 두 시간씩 까노라니 근 일주일이 걸렸다.
할머니께 산 마늘은 마늘쪽이 많으니 알이 아주 작고 까기에 힘들었다.
하지만 일부러 쌀알 크기의 알까지도 놓치지 않고 다 까느라 시간이 걸렸지만
시장에서 산 마늘은 아주 수월하게 껍질을 벗겨 냈다.
다 까고 난 알 마늘 무리들을 보니 참으로 뿌듯하다
야무지고 탱글탱글한 모습에 자꾸 만져보고 싶은 것이다.
이제 갈아서 지퍼 백에 넣어 냉동실에 두었다가 먹으면
양념으로 마늘을 많이 먹는 나로서는 편하기 그지없다.
마늘 까기를 마치고 이른 아침 산에 오르니 안개가 자욱하다.
숲속의 생명체들도 이제 막 부스스 눈을 뜨고
아침 맞을 준비를 하는 시간인데 안개로 시간을 잊었을까
찔레를 닮은 돌가시나무 꽃이 활짝 피지 않고 꽃송이를 오므리고 있다
도톰한 질감의 우윳빛 꽃잎이
깨끗하게 씻어둔 깐 마늘처럼 야무지게 보인다.
까치수염도 꽃을 피우기 시작하였다
까치수염의 꽃 옆을 지날 때면 나는 늘 공손해진다
꽃의 모습이 나에게 폴더 인사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아, 코끝을 스치는 이 향은?
쥐똥나무로구나
이 향에서 어떻게 쥐똥을 연상한단 말인가~~
열매가 쥐똥과 비슷하다하여 붙여진 이름에 못내 서운할 법도 한데
나무는 제 향을 잃지 않고 잘도 자라고 있다.
잎에서 광이 난다고 광나무란다.
광나무 역시 향이 좋다.
쥐똥나무와 광나무의 열매는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닮아 있는데
하나는 열매 모습으로
하나는 잎의 모습으로 이름을 달고 있지만
어쩌면 이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탓하지 않고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향이 이토록 좋은 것이라며 그 마음을 배워본다.
어찌했든
6월 숲을 가득 채우며 살아가는 초목들의 향기는
내 몸에 배인 마늘 냄새를 깨끗이 씻어주며 맑음을 채워주니
가슴 가득 충만함이 차오르는 나의 초여름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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