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상문

페스트..... (그냥 읽었다.)

물소리~~^ 2020. 3. 23. 14:28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근 열흘에 걸쳐 읽었다.

학창시절 배웠던 내용들은 온데간데없이 책 제목과 작가의 이름만이 상기되니 확실한 내용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요즈음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코로나19의 영향일 것이다. 작가의 이방인이라는 책과 세트로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지만 도통 마음이 뒤숭숭하니 열일 제쳐두고 책만 읽을 수 없었던 것이 읽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듯싶다.


1947년에 발표한 이 작품은 약 70여 년 전의 일임에도 지금의 전개되는 상황과 거의 일치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읽기를 마치고 난 다음날, 어제 일요일 내내 책 속에서 읽은 한 어린아이 죽음의 먹먹한 느낌이 그만 가슴에 꽉 박힌 듯싶다.


하릴없이 며칠 전 마트 장을 보아온 채소와 냉동실의 것들을 꺼내놓고 이것저것 요리를 하는 동안에도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봄동에 달래, 콜라비 조금을 넣고 겉절이를 하고, 시금치를 삶고, 불고기를 재워놓고, 도라지무침을 하고, 조기조림을 하고, 감자 된장국을 끓이고 하노라니 어느새 점심시간을 훌쩍 넘겼다. 주방 정리를 마치고 뒷산을 올랐다. 바람이 약간 있었지만 햇살은 봄을 넘어선 듯싶은 강한 줄기다. 오솔길과 산등성 곳곳에 진달래가 고운 빛으로 봄을 알리며 피어 있으니 괜히 서러워 진다. 읽은 책의 내용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또 바우고개 노래를 부르면서 걸었다.



작가는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수인들이라고 정하려고 했다는 설명이 있다. 페스트로 인한 격리와 도시봉쇄 조치로 인한 감옥생활을 하며 그곳에 갇힌 사람들을 수인들이라고 생각하였단다. 진정 전염병을 떠나 우리 인간들은 어쩌면 언젠가는 죽어야하는 운명의 감옥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니 수인이라는 의미가 크게 틀린 말은 아니지 싶다. 책의 내용은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

당시 프랑스식민지인 아프리카 알제리의 오랑이라는 도시에서 시작한다. 전연병과 격리는 뗄 수 없는 사실임을 말하려는 듯 책에서 묘사하는 오랑이라는 도시의 공간적 의미는 격리에 아주 완벽한 조건을 갖춘 곳이라는 생각이 스쳐 지났다. 죽은 쥐가 도시 건물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처음에는 예사롭지 않게 생각하다 결국은 페스트를 선언하고 도시는 폐쇄된다.  





2부에서는 재앙에 대응하는 각기 다른 방식들이 펼쳐진다.

첫째는 외지에서 들어왔다가 갑자기 격리당한 사람들은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탈출하려고 시도하는 방법. 둘째는 여기서도 어김없이 종교가 등장한다. 파늘루 신부는 이 재앙은 사악한 인간들에 대한 신의 징벌임을 역설하면서 프랑스어로 재앙을 뜻하는 ‘fléau'는 곡식을 타작할 때 쓰는 도리깨이며 이 도구로 짚과 낟알을 구분하듯 선과 악의 사람들을 구분해야 한다면 유신론적 방법을 제시한다. 셋째는 페스트에게 윤리적인 반항을 하기위해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보건대의 조직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신부의 유신론적 방법을 비난, 반박하면서 치료가 우선임을 강조하면서 고군분투하는 것이다.





3

질병이 절정에 달한 시기의 정황

전염병이라는 단순함에서 벗어나 집단적 역사적 사건으로 승격되면서 살아있는 사람들의 심리적 불안과 공포를 알려주고 있다.





4

페스트라는 질병 앞에서, 폐쇄된 공간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하며 행복을 찾아 떠나려는 사람의 마음이 급변한다. 혼자만 행복하려는 행위는 부끄러운 일이라며 보건대에 합류 전염병에 반항한다. 자신도 결코 지금 난무하는 병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며 나는 반항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는 의식이 뚜렷해지는 것이다. 유신론을 주장하던 신부도 결국 동참한다. 그 계기는 아무런 죄 없는 한 어린아이가 페스트로 인해 죽어가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부터다.





5.

죽은 쥐가 아닌 살아있는 쥐들이 목격되면서부터 페스트는 점점 기울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희망을 가지게 되고 도시는 문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회복되는 이 시기에도 희생자들이 발생하면서 사람들은 누구나 제각기 자신 속에 페스트를 지니고 있음을 자각한다. 지금 순간 페스트로부터 승리한 사람들은 자신 내부에 숨겨진 자연스러운 그 병균(꼭 병균이 아닌 자신이 믿고있는 틀린 의식) 들을 옮겨주지 않기 위해서는 지켜야할 것들에 마음이 해이해지지 않아야 할 것임을 강조한다.


이 말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절실한 명제임에 깊이 새기면서 마음의 노력으로나마 지금 수고하시는 모든 분들께 힘을 실어 드리고 싶을 뿐이다.

 






바우고개

이흥렬 작사.

 

1. 바우 고개 언덕을 혼자 넘자니

옛 님이 그리워 눈물 납니다

고개 위에 숨어서 기다리던 임

그리워 그리워 눈물 납니다

 

2. 바우 고개 핀 진달래 꽃은

우리 님이 즐겨 즐겨 꺾어 주던 꽃

님은 가고 없어도 잘도 피었네

님은 가고 없어도 잘도 피었네

 

3. 바우 고개 언덕을 혼자 넘자니

옛 님이 그리워 하도 그리워

십 여년간 머슴 살이 하도 서러워

진달래꽃 안고서 눈물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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