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록이 무성한 산책길
일요일 오후,
아들이 거처로 돌아 가기 전, 저녁식사로 냉콩국수를 먹자고 한다.
내가 직접 준비할 엄두를 못 내고 음식점으로 찾아갔다.
철이 철인만큼 많은 사람들이 식탁에 자리 잡고 앉아 있었고,
계속해서 손님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와서 자리를 잡고 앉는다.
그들 역시 주문을 하고 조금 후, 일행 중 한 명이
주인을 부르더니 큰 소리로 ‘콩국수에 콩가루를 찌크려줘요?’ 하며 묻는다.
주인은 그렇다고 하니 자기는 찌크리지 말라고 부탁을 한다.
조금은 거친 말이었지만 지극히 당당한 그 무엇이 정겨움으로 이끄는 힘이 있었다.
그 말을 듣고 우리는 소리죽여 웃고 말았다.
요즈음에는 사투리를 거의 쓰지 않는데
그 사람의 거침없는 사투리에 다정한 웃음이 나왔던 것이다.
주인도 그 소리를 냉큼 알아들으니 별 문제는 없었지만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 정겹기조차 한 것이다.
‘찌크리다’ 는 ‘끼얹다 의 방언’ 이라고 사전에 풀이 되어 있다.
한 번 배운 말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그에 평생을 살아가는 지역에서 통용되는 말을 거침없이 사용하는 한 사람의
시원스럽고 거칠 것 없는 행동에서 문득 순수함을 느꼈고
난무하는 신세대들의 언어 곁으로
정감 있는 사투리가 버젓이 걸어 나와 말을 걸고 있는 듯싶은 다정함을 느꼈다.
아들이 떠난 후,
해질녘 산책을 하며 여름을 채워주며 살아가는 예쁜 것들에게
나만의 멋쩍은 다정한 마음속 말을 건네주고 사진을 받았다.
▲ 브라질 마편초
▲ 마편초와 개망초
▲ 능소화는 해마다 꽃을 피우지만
육교 다리의 우람한 기둥에서는 싹조차 틔울 수 없나니~~
▲ 통채로 떨어진 땅위에서 다시 꽃을 피운 능소화
▲ 소리쟁이와 민들레 씨앗
▲ 소리쟁이가 나무와 키 자랑을 하고 있다.
▲ 강아지풀들도 신호대기하는 차들을 구경하고 있을까?
▲ 인동덩굴
▲ 개머루
▲ 멋진 폼으로 끼를 발하는 개머루 덩굴
▲ 개암나무
열매를 특유의 껍질로 감싸고 있다.
▲ 개암나무 잎의 톱니는 유난히 거칠다.
개암은 서양에서도 Hazel 나무라 칭하며 예부터 널리 쓰였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식용유 원료에서부터 마법의 지팡이 만드는 데까지 사용한 것으로 보아 친근한 나무였음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개암 향을 넣은 헤이즐넛 커피로 우리 곁에 있고, 제과점에서는 고소한 맛을 더 높이기 위하여 개암을 사용한다.
얼굴이 너무나 아름다웠던 공주가 자신의 얼굴이 흉하게 된 다음 탄식을 하다가 죽었는데 공주의 무덤에서 난 나무가 바로 개암나무이고, 흉하게 된 얼굴을 감추기 위해 2장의 굳은 껍질 속에 자기 얼굴을 감추고 있는 것이 바로 개암나무의 열매라는 전설이 있다. - 백과사전 인용 -
▲ 계요등
▲ 나무수국
▲ 유난히 꽃을 많이 달고 있는 단풍나무
▲ 담쟁이넝쿨로 뒤덮인 울 아파트 옹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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