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계절이 지나는 길목에서

물소리~~^ 2019. 8. 25. 22:46









▲ 이른 아침 6시 30분 경의 하늘


계절이 지나가는 길목의 이른 아침 하늘이 참으로 맑다.

뭉게뭉게 떠 있는 가벼운 구름들에서 맑은 기운이 뿜어 나오는 듯싶다.

저 구름 한 뭉치를 떠서 내 마음에 담으면

나도 저 구름처럼 하늘 높이 오를 수 있을까.

그러면 나도 저렇게 맑은 기운을 가득 품고 살아갈 수 있을까.

하지만 하늘의 천사들은

나를 하늘에서 살 수 있는 적격자가 아니라고 지상으로 떨어트릴까

그나마 구름에 태워 떨어트린다면 가볍게 땅위로 내려앉을 텐데

! 웃음이 나온다.

나의 이런 유아적 감성의 상상은 순전히 내가 걷고 있는 오솔길 때문이다.



▲ 3봉의 도토리나무


요즈음 우리 뒷산의 오솔길에는 때 아닌 낙엽이 아닌, 잎가지들이 즐비하게 뒤덮여 있다.

더운 날씨에 떨어진 나뭇잎가지들은 하루가 지나면 금방 바싹 말라버리니

가을날의 낙엽에서 느끼는 운치는 찾아 볼 수 없는 메마른 낙엽들인 것이다.

모든 나무들이 그러한 것은 물론 아니다.

도토리나 상수리열매가 달린 나무들 아래의 오솔길에서만 그러한 것으로

나뭇잎가지에는 하나같이 덜 익은 도토리가 달려 있기 마련이다.

 

오래 전 이런 현상을 맞닥뜨렸을 때, 나는 사람들이 그러한 줄 알았다.

그런데 도토리거위벌레의 소행이었던 것이다.




도토리거위벌레는 덜 익은 도토리에 알을 낳는데

알에서 부화한 애벌레들은 도토리의 과육을 먹고 자란다고 한다.

도토리가 익어 딱딱해지면 애벌레들이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익기 전에 땅으로 떨어지게 하는데 떨어질 때의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

잎가지를 함께 잘라 떨어트린다는 것이다.

우리 인간보다 더 진한 모성을 지닌 영리한 도토리거위벌레임에 틀림없다.




▲ 도토리를 감싸고 있는 총포의 구멍은 거위벌레가 뚫고 산란한 흔적


땅으로 떨어진 애벌레들은 도토리 과육을 먹으며 어느 정도 자란 후,

땅속으로 들어가 월동하고 이듬해 5월이 되면 성충이 되어 이런 산란 행위를 거듭한다고 한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만

올해는 유독 심한 현상으로 오솔길을 뒤덮고 있으니 몸이 오싹해지는 것이다.

 

어찌 되었던 도토리거위벌레는 도토리나무에 의지하며 살아가는데

왜 그렇게 많은 알을 낳아 나무를 힘들게 하고 있을까.

올해는 애벌레들의 재난의 시대일까. 서울에서는 애벌레 비가 내린다고 아우성이던데

우리 뒷산 오솔길은 거위벌레들이 알을 낳고 떨어트린 잎가지들 홍수 사태에 이른 것 같다.




유독 심한 곳은 3봉우리에 우뚝 솟은 도토리나무이다.

수형이 예쁠 뿐만 아니라 넓게 퍼진 나뭇가지는 느닷없이 내리는 비를 막아주기도 하고,

이 나무에 기대서서 새벽달을 바라보곤 했던 나의 참 좋은 친구였는데

올해는 수난을 겪고 있는 듯싶어 안타깝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며칠을 떨어진 잎가지들을 밟고 지나노라니

오늘 아침 문득 그렇게 내 마음에도 구름가지를 달고

저 맑은 하늘을 올랐다 가볍게 내려오고픈 마음이 든 것이다.

그런데 나에게 구름가지를 달아 줄 사람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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