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빗속을 홀로 걸으며

물소리~~^ 2019. 7. 21. 22:29





▲ 빗물에 정갈해진 산책길


토요일 오후,

가족 간의 좋은 만남의 시간을 가지고 돌아오는 길~

그냥 마음이 허무하게 무너져 내린다.

모두들 안정적으로 잘 꾸려나가며 살고 있는데

나는 여태 무엇을 이루며 살아왔을까


태풍은 소멸 되었다는데 바람은 사납고 비는 꾸준히 내리고 있다,

저녁을 대충 먹고 우산을 받쳐 들고 산책을 나섰다.

그냥 내 몸을 고되게 하고 싶었다.

비에 젖을 거란 생각으로 7부 바지를 입고 맨발에 샌들을 신고 나섰다.


저녁 7시 무렵의 산책길은 사람 하나 없이 고요했다.

호수 따라 펼쳐진 물 빠짐이 좋은 마사토 산책길은 참으로 정갈했다.

태풍이 몰고 오는 바람과 비의 소식에

그 많던 사람들은 집에서 조심하고 있나 보다

덕분에 오늘 산책길은 온통 내 것이 되었다.


간혹 빗물이 저희들끼리

고운 산책길을 도화지 삼아 무늬를 이루며 그림놀이를 하고 있다가

불청객인 나를 만나 화들짝 놀라는 듯 내 발밑에서 첨벙거린다.

부드러운 물의 감촉이 참 좋다.


연꽃들은 입을 다문 채 얼굴을 숙였고 연잎들도 축 처져 있었지만

제 빛을 잃지 않고 있으니 연을 품은 저녁 풍경은 화려하면서 차분했다.


길 두렁의 실새삼들도

기세등등하게 다른 식물들을 칭칭 감아올리며 저녁을 맞이하고 있었다.


바라보는 이 아무도 없는데도 바닥분수는 혼자 열심히 솟구치기를 반복하고 있다.


물빛다리도 오늘 빗물을 만나 물빛을 머금고 제 이름값을 제대로 하고 있는데

다리 위를 걷는 이는

오직 나 혼자 뿐이다. 나는 완전한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으니

, 누군가가 다리위의 모습을 사진이라도 찍는다면

어쩌면 지금 나는 풍경이 되고 있을 터인데

얼마나 멋스런 풍경이 되었을까


그렇구나, 내 삶의 흔적들도 나를 따라 풍경이 되고 있을 텐데

하여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면 아름답게 여길 수 있을 것인데

나는 그렇게 내 아름다운 삶의 풍경을 바라보지 못하며 울고 싶었나 보다


우리 모두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간직하고 살아가며

태풍이 몰고 온 사나운 바람과 세찬 빗줄기에도 제 모습을 잃지 않는

빗물처럼, 연꽃처럼, 실새삼처럼, 바닥분수처럼 물빛다리처럼

제 흔적들을 풍경으로 승화 시키며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 분명 할진대

    


▲ 빗물이 그린 그림


▲ 연



▲ 실새삼



▲ 바닥분수



▲ 물빛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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