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능가사 대웅전 처마 뒤로 보이는 팔영산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1967년 12월 제1호로 지정된 지리산을 시작으로 모두 22곳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 22곳의 국립공원은 山만을 자정한 것이 아니고 그 중 4곳은 바다를 끼고 도는 곳을 지정하고 있으니 태안해안, 변산반도, 한려해상, 다도해해상 국립공원이다. 해상공원인 만큼 수많은 섬들과 내륙과 이어지는 반도 지형을 지정해 놓은 곳이라고 나는 인식하고 있다.
오랜 기간에 걸쳐 나는 이 22곳을 모두 다녀오고, 국립공원 모든 산의 정상을 밟았노라고 내심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는 섬만이 아닌 바다와 이어진 고흥반도의 팔영산이 팔영산지구로 포함되고 있음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었다. 다도해 해상의 8 곳 섬을 모두 다녀오면서도 팔영산은 그저 멀리 바라보면서 산세가 참 예쁘다, 한 번 오르고 싶다, 라는 열망을 가지고 있었을 뿐 그 산이 국립공원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알고 난 뒤로 팔영산에 다녀와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했지만 여타한 내 사정으로 차일피일 몇 년을 미루고 있었다. 엊그제 현충일은 주중 휴일이라 아이들도 오지 않고 하니 오랜만에 산에 다녀오고 싶다는 의견을 내세우니 남편은 어디냐고 묻는다. 바로 팔영산이라고 대답했고, 현충일 아침 일찍 국기를 조기게양 하고 집에서 6시 15분에 출발 팔영산 주차장에 9시쯤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인데도 국립공원답게 국공 직원이 나와 있다가 주차장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 준다.
팔영산을 배경으로 자리한 능가사는 내려온 뒤에 둘러보기로 했다. 오르는 기점이 능가사를 왼쪽으로 끼고 도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산행 시간은 4시간 30분에서 5시간 이라고 표시되어 있지만 내 체력이 어떨지 몰라 넉넉하게 5시간을 목표로 하고 9시부터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남편은 역시나 나를 올려 보내놓고 고흥 곳곳을 탐방하겠노라고 하였다.
▲ 산행 들머리를 예쁘게 꾸며 놓았다
차례로 서있는 9개 봉우리의 조형물이 나를 맞이한다.
▲ 오늘의 코스 : 빨간 화살표를 따라서~~
이른 아침 집을 나설 때는 안개가 많아 시야가 트이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었으나 해가 떠오르면서 안개가 차츰 걷혀지니 다행이다.
등산 들머리에 들어서자마자 진한 꽃향기에 사방을 들러 보니 아, 마삭줄이 나를 환영해 주는 듯 향기로 맞이하고 있었다. 참 기분 좋다,
오랜만에 산을 오르는 기분이 참 좋다. 6월산을 채우고 있는 푸른 나무들의 싱싱함에 절로 마음이 가벼워진다.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오르기 시작했다. 처음 길은 뒷산 오솔길 같아 편안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팔라지기 시작한 등산로는 내 숨소리를 거칠게 한다.
▲ 향기로 맞이하는 마삭줄
▲ 흙길이 끝나고 잘 다듬어진 반석의 길이 이어진다.
▲ 흔들바위
주차장에서 출발을 같이한 몇몇 무리들이 나를 앞질러 갔는데 첫 번째 쉼터인 흔들바위에서 모두 쉬고 있었다. 내 체력도 보통에서 떨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고 생각을 했지만 이미 내 옷은 땀으로 푹 젖어버렸다. 잠시 쉴 요량으로 앉아있다 흔들바위에 힘을 가해 보았지만 흔들바위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으니… 다시 걷기 시작하여 그렇게 1시간 10분을 걸어 주능선에 올랐다. 능선까지 오르기가 유난히 힘들었다.
▲ 바위와 나무뿌리 사이의 좁은 등산로
▲ 1봉과 2봉의 갈림길
이제 1봉에서부터 8봉을, 아니 깃대봉 정상까지 9봉을 오르락내리락하며 팔영산을 걸어야 한다.
땀이 어찌나 많이 나는지 모르겠다. 팔영산의 정상의 높이는 609m로 그리 높지는 않으나 가파른 암릉 구간이 많아 위험하기도 하지만 정상에서의 바라보는 다도해 풍경이 최고인데 오늘 날씨가 썩 좋지 않아 어떨지 모르겠다.
그런데 힘든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능선에 오르니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1봉을 올랐다 다시 갈림길에 내려와서 오른쪽으로 2봉으로 향하여야 하는데 사람들은 곧장 2봉으로 가는 것이었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나는 계단을 타고 1봉 유영봉을 올랐다.
▲ 1봉 유영봉
뒤 봉우리는 선녀봉으로 오늘 내가 택한 등산로가 아닌 곳의 봉우리
아무도 없는 정상 널찍한 바위에 오르니 편안함이 밀려오며 절로 앉고 싶어진다. 세상에 제일 편한 자세로 앉아 풍경을 바라보니 아~ 바람이 정말 시원하다 . 확 트인 풍경에 마음까지 확 트인다.
▲ 1봉에서 바라 본 풍경 ▼
▲ 1봉에서 2봉을 바라보다
봉우리가 어찌나 우람한지 밑의 사람들이 개미만큼이나 작아 보인다
▲ 2봉을 오르기 위해 오르락 내리락 하는길의 손잡이와 발 밭침대
▲ 뒤돌아본 1봉
정상석이 있는 널찍한 바위가 마냥 정겹다
▲ 2봉 성주봉
▲ 2봉에서 바라 본 3,4봉
▲ 4봉,6봉 (5봉은 4봉에 가려 있다)
▲ 멀리 보이는 무시무시한 6봉
▲ 앗차! 저 멀리 보이는 6봉 오르는 길의 아스라한 계단길에 놀라느라
3봉의 정상석을 지나쳤다.
저 계단 오른쪽에 정상석이 있었는데....▼
▲ 오른쪽의 선녀봉의 자태가 볼수록 멋지다.
▲ 4봉 사자봉
▲ 5봉 오로봉
▲ 5봉에서의 바라본 풍경과, 4봉 정상석의 뒷모습
▲ 6봉을 향하여 걷다 뒤돌아 보니
5봉이 뒷태로 작별을 고하고 있다.
▲ 선녀봉의 멋진 자태
▲ 6봉을 오르는 계단길이 아스라하다.
▲ 4, 5봉을 뒤돌아 보고 힘을 내어 6봉을 오르기 시작
▲ 휴~~ 드디어 6봉 두류봉
▲ 가야 할 7,8봉
▲ 7봉을 향해 가는 길은 조금 길지만 약간 순탄한 길이었다
떨어진 때죽나무꽃을 받아준 나뭇잎
▲ 무뚝뚝한 바위도
활짝 핀 때죽나무 꽃에 절로 웃고 있을 것만 같다.
▲ 뒤 돌아 본 6봉
▲ 통천문
내가 마치 선녀라도 되는 양 이 문을 통과하고 있다고 우쭐대었다
▲ 7봉 칠성봉
저 끝은 까마득한 낭떠러지~
내 배낭이 무섭다고 얼른 내려 가잔다.
▲ 앞의 8봉과 왼쪽의 철탑 있는 곳이 깃대봉
▲ 오후부터 비 예보가 있었는데 날씨가 자꾸만 내려 앉고 있다.
▲ 8봉 가는 등산로에 무덤이 있었다.
▲ 8봉 정상석이 뾰족하게 보인다.
▲ 사람주나무
가을 단풍든 잎이 참 예쁜 나무
▲ 겨울에는 아주 위험하겠다
▲ 참으로 예쁘게 자라고 있는 소나무
▲ 좁은 길목에서 살아가면서
사람들의 손도 잡아주고, 발도 받쳐 주느라 힘을 다 쏟았나보다
안쓰러운 마음이면서도 나도 모르게 소나무에 의지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 멋진 바위의 호위를 받으며 드디어 8봉에 올랐다.
▲ 8봉 적취봉
▲ 8봉에서 바라본 다도해
▲ 8봉 아래 삼거리
8봉 아래의 삼거리에 도착!
여기서 잠시 갈등을 한다
정상인 깃대봉까지는 이곳에서 왼쪽으로 올랐다가 다시 이곳으로 와서 하산해야 하는 것이다.
깃대봉까지 갈까 말까로 망설이는 까닭은 여기끼지 오느라 힘이 든 만큼 그냥 포기하고 지나치고 싶은 것이다. 이럴 때 나만의 주문은 ‘내가 언제 다시 이곳에 올까?’ 하는 것이다. 다시 올 수 없는 곳이라는 인식이 되면 용기가 나서 발걸음을 옮기게 되고, 시작한만큼 달성을 위해 더욱 열심히 걷고, 선택을 후회하지 않도록 더욱 주의 하고, 보람있도록 세세히 바라보곤 한다.
▲ 헬기장을 지나
▲ 꽃길을 걸으며
▲ 문득 8개 봉우리가 나란히 서있는 모습을 보았다.
▲ 섬들을 바라보았고
▲ 산딸나무를 만났다.
▲ 9봉 정상 깃대봉 (609m)
▲ 다시 한 번 풍경을 바라보고
▲ 다시 삼거리에 도착했다.
이제 하산을 시작해야 한다.
▲ 쇠물푸레나무가 예쁜 모습으로 나를 배웅한다.
▲ 8봉에서 아직 내려오지 않은 사람들
▲ 하산길에 지나는 편백나무숲에서
피톤치드향을 폐 깊숙이 마시며 오늘의 나에게 영양을 보충해 주었다.
▲ 문득 나타난 임도~~
하지만 임도를 건너 숲속길로 들어가야 정상적인 하산길이다.
이제 거의 다 왔다는 안도감이 있지만
여기서부터도 50분은 족히 걸어야 한다.
▲ 거의 끝나갈 무렵, 이쪽길에서 다시 만난 마삭줄
오늘 나는 마삭줄의 마중과 배웅을 받았으니
그 고운 향을 잊지 않아야겠다.
▲ 이름도 예쁜 '멀구슬나무'
▲ 주차장에서 바라 본 팔영산은
나를 초록의 물결속에 풍덩 빠지게 해 놓고는
문득 나타난 우람한 바위 봉우리를 시켜 나를 건져 올려 주곤 했다.
6월의 초록숲은 꽃처럼 아름다웠다.
주차장에 도착하여 시간을 보니 정확히 4시간 30분을 걸었다
와~ 표준시간을 걸었으니 나도 참 대단하다!!
곧바로 능가사로 향했다.
▲ 능가사 부도탑 ▼
▲ 능가사에서 바라본 팔영산
▲ 능가사 대웅전
▲ 자연수로 만들었다는 연못
▲ 능가사 범종
▲ 배롱나무의 수형이 참 아름답다.
▲ 능가사의 사천왕
전국에서 가장 큰 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한다.
▲ 다도해상의 팔영산지구를 다녀왔으니
이제 국립공원 모두를 다녀왔다고 말 할 수 있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디쯤에서부터 빗방울이 긋기 시작한다.
다행이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베란다에 내건 국기가 젖을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 국립공원을 검색해보니
다도해국립공원을 오후 5시부터 전면 통제한다는 공지사항이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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