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이스캐년
자이언캐년을 벗어나 우리는 브라이스캐년으로 향했다. 자이언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곳이니 이곳에서는 엄청 가까운 거리이다. 브라이스라는 이름은 이곳에 최초로 정착한 스코틀랜드 출신의 브라이스 가족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고 한다. 미국 곳곳의 지명이나 명칭은 이처럼 거의가 인명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니, 이는 짧은 역사 속에서 엄청나게 빠른 발전을 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결과였다고 한다.
자이언, 브라이스, 그랜드 캐년을 미국 서부의 3대 캐년이라고 한다. 이번 여행을 통해 이곳 3대 캐년을 다녀온 후의 내 개인적인 느낌은 3대 캐년 중 이곳 브라이스 캐년이 제일 아름다웠다고 말 할 수 있다. 이곳에서도 아쉬운 점은 더 가까이 내려가서 잠시 걷지 못했던 점이다. 그래도 자이언캐년과는 달리 전망대까지 가서 바라볼 수 있었음에 더욱 아름다움을 느꼈던 것 같다.
▲ 브라이스캐년 공원 주차장에 거의 다다랐을 때 도로 옆 숲에서 만난 사슴
브라이스캐년을 우리가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안고 주차장에 도착, 다시 모이는 시간을 알려주는 가이드의 말을 들을 때까지만 해도 눈에 보이는 우람한 나무들에 눈길을 주고 있었다. 몇 걸음 걸어가서 한 곳을 바라보는 순간! 아! 나는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내 시야에 움푹한 분지 안에 뾰족한 붉은 돌기둥 수만 개가 제각각의 모습으로 서 있는 풍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세상에나~~ 지구상에 이런 곳이 있었을까.
▲ 1.3 마일의 왕복 코스가 있다는데..
아, 시간이 허락지 않으니 정말 아쉽다
순간 내 눈에는 돌이 아닌 마치 진흙으로 빚어놓은 조각품 같아 보였다. 언뜻 보기에는 붉은 빛만 있는 것 같았는데 기둥 끝부분 또는 중간 부분에서는 흰빛도 보이니 정말 경이롭다. 나는 단순히 돌기둥이라고 표현 했지만 후두(Hoodoos : 재수 없는 사람)라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왜 이런 표현을 했을까. 그들의 각기 다른 모습들에 답이 있을까. 원주민 인디언들은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이 후두가 되어 그런 모습으로 한 평생 갇힌다고 하였다니… 이토록 아름다운 모습에 나쁜 사람을 비유했다니 어울리지 않는다.
브라이스캐년의 rim trail (공원순환로)는 마치 원형극장처럼 펼쳐져 있었고 그 곳곳에 전망대가 있었다. 욕심으로 이곳 끝에서 저곳 끝까지 걸어도 마음에 차지 않을 것 같았다. 가만히 벤치에 앉아 한참을 바라보고 앉아 있노라니 군상들은 구름의 그림자에 따라 달리 빛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눈의 시선에 따라, 바라보는 방향이나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인다는 것을 짧은 이동거리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저 수많은 모습들에서 같은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은 하나도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늘은 어찌나 맑은지 구름들은 얼마나 자유로운지~~ 하늘, 구름, 캐년이라 불리는 저 풍경들의 조화로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나는 지금 이 순간 축복을 받고 있다. 거대한 붉은 기둥들의 향연에 나는 초대받은 영광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수천만 년 동안 바람과 물에 깎이면서 만들어낸 제 모습들을 구름들이 내려주는 그림자에 따라 빛을 달리하는 돌기둥들의 신비함이라니~~
지금 저들은 나에게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내 안에 갇힌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을 새롭게 바라보라는 묵시적 암묵인지..... 자이언캐년에서의 스치며 바라본 풍경에 감동했던 마음이 이곳에서 보다 더 가까이 바라보며 더 깊은 감동으로 내 마음이 금방 변하고 있으니 자이언캐년은 지금쯤 나를 잊어버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주어진 시간이 다 된 것 같아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소나무 닮은 우람한 침엽수의 높은 키에 머물다가 나는 후다닥 캐년 앞으로 다시 뛰어갔다. 다시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라는 막연함에 한없는 아쉬움이 밀려온 것이다.
지금도 마모되면서 모습들을 바꾸고 있다하니 만약 훗날 내가 다시 온다면, 어쩌면 지금 저 모습들을 똑같이 바라볼 수 없을지라도 다시 한 번 올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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