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요등
비가 지친 기세도 없이 꾸준히 내린다.
어제 초저녁까지만 해도 오락가락하더니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니 천둥 번개가 요란하다
창밖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남편이 하는 말 ‘시작이 근사하다’ 고 한다.
마치 폭우전야제라도 하는 듯 싶었나보다
곧 이어 쏟아지는 빗줄기는 밤이 새도록 줄기차게 내리는 것이다.
한 밤중 잠깐 잠깐 잠이 깨어 밖에 귀 기울이면
비는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리는 마라토너처럼 내리고 있었다.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는 빗줄기는 거친 숨도 내 뿜지 않는 차분함으로 내렸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우리지역의 강수량이 제일 많았다는 기사를 보았다.
집안 곳곳에 습기가 가득하니 몸이 개운하지 않다
보일러를 가동시키며, 에어컨을 켜며 이중으로 불청객을 물리치는 수밖에…
출근길 카라디오의 음악방송을 켜니 귀에 익숙한 백학 음악이 흐른다.
어쩜 오늘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고 차분하게 듣고 있노라니
진행자의 멘트가 귀에 들어온다.
백학이라는 노래를 불렀던 러시아의 원로 국민가수
이오시프 코브존이 30일(현지시간) 병환으로 향년 80세로 타계했다는 소식이다.
이 노래는 그 유명한
모래시계라는 드라마의 배경 음악이 되면서 우리의 큰 사랑을 받았던 곡이다
러시아의 정서가 우리와 비슷하여서인지
서정적인 음의 흐름과 함께 드라마의 내용에 아주 적합한 음악이 되어
드라마와 함께 큰 인기를 받았던 곡이다.
착 가라앉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주는 음율 속 가사내용은 잘 모른다.
하지만 음률 따라 마음도 잔잔히 움직이는 느낌만큼은 온전히 내 것이 아니었던가.
음악이 있어 그 드라마를 더욱 애잔한 마음으로 보았던 것 같기도 하다.
흔히 우리 스스로 엮어내는 삶을 한 편의 드라마로 비유하기도 한다.
한 드라마가 마음 깊이 새겨지는 요인 중 하나가 잘 선택한 음악이 되듯
내 삶인 드라마가 빛나려면
배경 음악을 잘 선택해야만 하는데 그것은 삶의 주인공인 내 몫인 것이다.
나는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고 지금 현재 나에게 남겨진 것은 무엇일까?
나는 살아오면서 후회 없는 올바른 선택을 하며 살아 왔던가.
한 번 선택한 일들에 최선을 다하며
내 삶의 배경으로 깔아 놓은 것은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상념들이
빗줄기를 타고 줄줄 흘러내린다.
▲ 장대비속에서도 댕댕이덩굴 열매는 차츰 익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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