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일
28일 새벽 3시 경부터 개기월식이 있다고 하였다.
더운 여름날 밤, 월식을 지켜보자 하며 평소와 같이 11시 무렵 잠자리에 들었고
어느 때인가 방 창을 뚫고 들어 와 환하게 비추는 달빛에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30분 이었다.
아직 월식 시간이 아니구나~ 하면서도
울 베란다의 나무들과 노닐고 있는 달빛을 모른 척 해주며 바라보았다
달도 더울 텐데 아랑곳 하지 않고
보름날의 환한 빛을 여한 없이 발하면서도 아련함을 내려주고 있으니 멋지다
잠깐 잠 들었을까? 다시 눈을 뜨니 새벽 3시 10분,
달은 어느새 서쪽으로 바쁜 발걸음을 하여서인지 내 창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살그머니 베란다에 나서보니 아! 달은 그렇게 온 하늘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아직도 월식은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내가 시간을 잘못 알고 있었을까?
자꾸 뒤척이는 잠에 혼미해져 그냥 자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월식은 4시 30분부터 진행되었다고 하니…
▲ 닭의장풀
언니 네가 손자들과 가족피서를 갔다.
가면서 어머니 걱정을 하기에 점심시간에 맞춰 어머니께 다녀왔다.
집에 들어서니 깔끔한 모습으로 거실에 시원하게 누워 계시다 깜짝 반가워하신다.
언니가 분명 얘기를 했을 텐데 언니의 부재를 어머니는 모르신다.
그렇게 울 어머니는 옛날 기억은 또렷하게 하시면서도
요즈음 일은 금방금방 잊어버리신다. ‘언니 어디 다녀온다고 했는데?’ 했더니
그제야 ‘그렇지~’ 하신다.
준비해 간 냉 콩국수와 양념 불고기 구이로 점심 식사를 함께 했는데
요즈음에는 드시는 것도 예전만 못하시니 자꾸 걱정이 앞선다.
얼린 체리와 곶감을 우유에 갈아 음료를 만들어 드리니 맛나게 드신다.
언제나 나를 바쁜 둘째딸로 깊이 인식을 하시는 울 어머니~~
자꾸 바쁘니 어서 가 보라고 하신다.
그렇잖아도 울 아들이 휴가를 맞이해 친구들과 태국을 다녀오기로 해서
출발하기 전에 봐야 해서 속마음이 조급했다
그래도 이것저것 챙겨 드리고 나서 속도를 올려 집으로 왔지만
아들은 이미 휑~~ 하니 비행기 타러 가 버렸다.
큰 아이는 방학 내내 3주 동안 교원연수가 있다고 하니
두 아들 마음 맞추어 주기도 어렵지만
모두들 제 일이라고 잘하고 있으니 가벼워지는 마음이다.
집에 와서 빨래를 하고 저녁을 먹고 자전거를 타고 호수 한 바퀴 돌았다.
달릴 때는 맞바람에 더운 줄 모르다가 잠깐 쉬기라도 하면 땀이 줄줄 흐른다.
진정 덥기는 더운 날씨다.
쉬지 않으려고 평소보다 천천히 달리니 시원함에 기분이 좋다.
♣ 일요일
▲ 매미는 뒷부분에 잡혀있습니다.
시간은 약 2분 30초
일요일 아침
여유롭게 뒷산을 올랐다. 오늘 따라 매미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덥다고 아우성치는 소리일까? 아니다.
오로지 울어야하기 때문에 울고 있으니 차라리 노래를 하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거의 다 내려 와서는 내 가까이서 매미울음소리가 들려
동영상 모드로 사진을 찍으면서 매미 찾기를 했다.
한참을 두리번거리고서야 겨우 찾았다.
매미의 얇은 갑사 옷이 참 부럽다.
오늘은 베란다 화분 물주는 날~~
식물들에 물을 주면서 나도 그냥 베란다에서 물장난을 하고 놀았다.
집안 청소를 마치고 장식장 위 먼지를 닦고 있는데
장식으로 올려 둔 늙은 호박의 모습이 한쪽으로 기울어 졌다.
왜지? 하고 호박을 들어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밑면이 녹아 있었다. 더운 날씨여서 그랬을까?
해체 하려고 속을 바라본 순간 또 한 번 놀랐다.
그곳에 웬 콩나물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순간 소름이 돋으면서 이게 무슨 일이람! 하고 자세히 바라보니
세상에~~ 호박씨가 그 안에서 발아하며 싹을 키웠던 것이다.
하마터면 울 거실이 호박밭이 될 뻔 했다.
무른 부분을 잘라내고 속살을 다듬어 볕에 말렸다.
물기 걷히면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호박죽도 끓이고 호박식혜도 만들어 먹어야겠다.
소소한 일상들을 하나씩 해 나가다 보니 더운 줄도 모르고
오히려 마음이 개운해지고 있다.
이제 탕에 다녀오면 여름날의 주말 일상이 끝나는 것이다.
어제도 오늘도 감사한, 뜨거운 여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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