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도송이처럼 달려있는 댕댕이덩굴 열매
아무리 덥다 덥다 해도 아침 산을 다녀오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흠뻑 흘린 땀을 씻고 난 후의 개운함의 유혹이 싫지 않은 까닭이다.
그렇게 산을 오른 후 되돌아 내려오는 길에서
탐스런 열매 송이들이 마치 빨랫줄에 걸려 있는 듯 나란한 모습을 보았다.
오를 땐 등지고 가는 길이어서 알아보지 못했는데
내려오는 길 , 내리막길이다 보니 딱 내 눈 높이에서 마주 친 것이다.
댕댕이덩굴 열매다. 어쩜 이리도 예쁜 모습일까
댕댕이덩굴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는 소나무는 시들시들한데
열매들은 마냥 즐거운 듯 탱탱한 모습이다.
인디언들은
7월에는 ‘열매가 빛을 저장하는 달’이라고 했고
8월을 ‘모두가 다 익어가는 달’ ‘버찌가 검어지는 달’ 이라고 했는데
그런 자연이치에 딱 맞는 것처럼 댕댕이덩굴 열매는
이제 그동안 저장한 빛을 발효시키며 익어가는 철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열매를 바라볼 적마다
뜨거운 햇살아래 자신을 담금질하며 모나지 않는 둥금을 빚었노라고 예찬한다.
저장한 빛으로 제 몸을 짙은 보라색으로 바꾸며
좋은 성분만을 간직하고 있으니 참으로 선한 마음의 소유자 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자신을 담금질하고
자신의 몸을 좋음으로 남기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억셈으로 싸워 이기는 질김도 있었을 것이니 바로 줄기다
다른 식물에 지탱해 살아가야하는 몸이기에 덩굴을 강하게 키웠어야만 했으니
그 덩굴이 얼마나 질긴지
‘황우도 댕댕이덩굴에 걸려 넘어진다’는 속담이 전해지고 있다.
댕댕하다 라는 말은 굳고 단단하다 란 의미의 순우리말이라고 하니
이름도 예쁜 것이
열매는 좋은 약으로 남기고
질긴 줄기로는 예쁜 바구니를 만들 수 있는 효용을 남기며
자신의 모든 것을 이로움으로 내주면서 지혜롭게 살아가고 있으니
어찌 이들을 막 살아가는 식물이라고 하대할 수 있겠는가.
어려운 세상살이지만 남들처럼 살지 않고 나다움으로 살아가며
자신의 모습을 떳떳하게 보이며 살아가는 참 예쁜 존재들인 것이다.
댕댕이덩굴 열매에서 시선을 거두고 내려오려는데 무언가가 눈앞에서 꿈틀댄다.
에구머니나!! 소스라치게 놀라며 주춤했다.
아주 작은 자벌레 한 마리가 거미줄 한 가닥에 걸려 몸부림치고 있었다.
내 눈에 띄지 않았다면 그대로 내 얼굴에 걸렸을 텐데!!
후다닥 뒤로 물러서 바라보니 옆의 댕댕이덩굴과 연결된 거미줄이었다.
아, 이 자벌레도 댕댕이덩굴 열매에 가까이 가려다가 그만 거미줄에 걸렸나보다.
자벌레가 열매까지 무사히 도달했다면
열매는 자벌레에게 자신의 좋음을 여한 없이 나누어 주었을 텐데…
서로가 얼마나 안타까워하고 있을까
이 모든 풍경은 뜨거운 여름을 이겨내고 있는 지금 순간의 여름풍경이다.
계절에 맞게, 옛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식물들을 대하노라면
내가 까마득한 그 시절 속에 서 있는 것만 같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현재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믿었는데
숲속의 생물들은 과거의 존재성을 여전히 지니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내안에 내재된 지난 과거들을 저 버리지 못하고 살아가겠지…
▲ 무언가가 대롱대롱 (^+^)
▲ 가을날의 댕댕덩굴 열매(지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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