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참 빠르다.
지난 3월에 대각산에 올랐다 내려오면서
꽃피는 4월 쯤 다시 한 번 오자 다짐했었는데 어느새 6월도 하반기에 들어섰다.
대각산에 보춘화, 산자고 등 자생지가 많아 보고 싶었던 마음도
시간 따라 흘려버린 것이다.
일요일 아침 일찍 8시부터 움직일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전날 밤 도통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에 잠깐 잠이 들었고 그만 늦잠을 자고 말았다.
산에 가는 것 포기 할까? 하면서 자질구레한 일들을 하는데
자꾸 마음이 산에 쏠린다. 또 이렇게 계획이 무산되어버리는 느낌~ 그런 것이다.
무작정 나섰다. 시간은 오전 10시 30분!
새만금 방조제에 들어서니 이 시간까지도 해무가 짙게 드리워 있으니 시야 분간이 안 된다.
날을 잘못 잡았을까? 하면서도 이왕 이런 날도 경험이다 생각하고 주차장에 도착하니
해무가 조금씩 걷히는 느낌이 든다.
11시부터 산을 오르기 시작
오늘은 지난번에 오르지 못한 199봉을 먼저 오르면서
지난번과는 반대 방향으로 진행하려고 작정했다.
나는 늘 같은 산 일지라도 등산로가 허락하는 한 새로운 길을 걷는 것을 좋아한다.
낯선 새로움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 오늘은 왼쪽, 199봉으로 향한다
▲ 해무에 쌓인 신시도배수갑문
▲ 낭아초(狼牙草)
이리도 고운 꽃이 이리 이(빨)이라는 이름을 가졌으니
열매의 거친 모습에서 붙인 이름이란다.
▲ 참싸리
해무를 배경으로 멋진 모습을 연출~~
등산로에는 낭아초들이 야무지게 피어 있다.
조금 올라 트인 공간에서 풍경을 바라보니
아! 환상적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신시도 배수갑문이 해무에 휩싸여 있으니 동화 속 나라 같은 신비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해무로 전망이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던 마음이었는데 뜻밖의 행운으로 다가 온다.
기분 좋은 마음으로 아주 천천히 걸음을 걷는데도 얼굴에서 땀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늘 그렇듯 섬 산은 가파름이 크다.
잡풀들은 무성히 자라 어느새 나의 허리께까지 올라와 나를 스친다.
등산로는 한 사람이 겨우 지닐 정도의 넒이니
뒤에서 따라오는 산악회의 많은 사람들에 길을 비켜줘야 내가 한가롭다.
▲ 신시도주차장
▲ 오늘의 1차 목적지, 199봉
▲ 해무로 인하여
겨우 앞의 조망만 트인다.
▲ 나를 산악회 따라온 일행 인 줄 알고
자꾸만 사진을 찍어준다고 하여 모르는 척~~^^
▲ 월영봉 오르는 길
오늘 나는 저 길을 내려오는 길로 택했다.
▲ 골을 타고 오르는 해무
▲ 굴피나무
▲ 등대풀
199봉에서 내려와 마을의 편안한 제방길을 따라 한참을 걷고
마을을 벗어나 12시 13분부터 대각산에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반대 방향으로 걸으니 가파름이 덜한데도 힘이 든다.
꽃을 만나면 사진도 찍고 먼 풍경을 바라보며
아주 천천히 진행하였다. 오르막길에서는 나무 그늘 찾기가 쉽지 않았다.
12시 56분에 대각산 전망대에 도착
자리를 잡고 앉으니 어찌나 편안하고 좋은지~~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땀도 식히고 아들들과 통화도하고,
간식을 먹으면서 한참을 쉬었다. 이런 맛에 산을 오르는 것이지…
바다는 여전히 희뿌옇지만 나름대로의 아취를 보여주며
그나마 제 멋을 마음껏 부리며 여름을 지나고 있나보다.
바다가 만들어준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실크 옷을 걸치고 있는 섬들이 멋지다.
▲ 고사한 소나무사이로 보이는 대각산 전망대
오늘의 2차 목적지
▲ 대각산 전망대 오르는 암릉길
오늘은 이길을 나로서는 내려오는 길이었기에
내려오면서 뒤 돌아 본 풍경
이제 암릉 구간을 내려가야 한다.
대각산 오르는 길의 가장 멋진 구간이면서 위험한 구간이다.
오늘은 내려가는 즐거움이 크지만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은 잠깐 거두어야 한다. 암릉구간이라 그늘도 없었다.
얼마 전 우리 아파트 사람 한 분이 이곳에서 넘어져
발목이 골절되면서 근 두 달을 병원에 입원했었다는 소식을 들은 터
아주 조심스럽게 내려가야 한다.
휴! 전망대에서 내려와 몽돌해변에 도착하니 시끌벅적하다
산악회 회원들이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다시 월영봉을 올라야한다
나는 오늘 지난번에 내려왔던 길은 올라가고, 올랐던 길을 내려가고 있으니
그날 힘들었던 구간을 오늘은 편히 내려가고, 오늘 어려웠던 길은 그날 편했던 길이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산을 오르는 일은
우리 인생사와 똑같은 여정이라고 생각하면서 힘듦을 이겨내고 있는 것이다.
▲ 루드베키아
▲ 아주 멋진 바위
▲ 원추리
▲ 월영봉
오늘 3번째 목표점
그런데 오늘 따라 유난히 힘이 드는 까닭은?
이럴 때면 유독 걱정이 앞서는 나의 건강 상태다
조금 오르다 쉬고, 또 쉬고 하면서 월영봉에 도착! 또 한참을 쉬고 일어섰다.
간간히 만난 원추리가 나에게 힘을 보태준다.
이제 7월이면 덕유산의 원추리도 만발하겠지~~
▲ 애기나리
4월에 왔으면 꽃을 만났을텐데...
▲ 까치수염과 나비
이제는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가벼운 마음으로 자잘한 돌길에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조심해서 월영재에 도착!
고개마루인 이곳에서 이제 10여분만 걸으면 주차장에 도착한다.
월영재 작은 쉼터에 걸려있는 거울을 본 나는 깜짝 놀랐다.
입술에 핏기가 하나도 없고 얼굴이 창백하다
아니~~ 오늘 유난히 힘들다 여겼는데!
섬 산의 3개 봉우리를 올랐다 내렸다 했으니 힘이 들었나 보다.
정말, 3시간 걸으면 되는 거리를 오늘은 4시간 걸었다.
집에 도착하니 오후 3시 30분,
엘리베이터에서 아래층 사는 이가 아는 체 하면서 나보고 얼굴이 쏙 빠졌다고? 한다.
밤에 잠자기 직전까지 물을 엄청 많이 마셨는데도
잠을 자고 일어나니 부기가 전혀 없이 몸이 아주 상쾌하다.
내 폰은 친절하게도 내가 걸은 구간을 순서대로 번호를 부여하면서 저장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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