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자봉에서 바라본 풍경
지난 6월 3일 일요일에 선유도를 다녀왔다.
선유도에 들어가려면 군산항에서 1시간 40분 정도의 배를 타야 했다.
일찍이 모임에서, 남편과 함께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그렇게 3번을 다녀왔었다.
신선들이 놀았다하여 선유도였는데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새만금방조제를 건설하면서 고군산열도의 섬 몇 개가 육지화 되었고, 육지화 된 섬을 기점으로 다른 섬들을 이어주는 다리를 세워 이제는 선유도에 배가 아닌 자동차로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처음 다리가 개통이 되면서부터 엄청 밀려드는 차량들로 인하여 가까이 살면서도 다리를 건너보지 못하고 신시도에만 두어 번 다녀왔다.
다리로 이어진 선유도의 섬들을 이어가며 트래킹하는 소식들이 들려오니 한 번 꼭 가보고 싶은 마음이 일었지만 마땅한 시간 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아니 핑계일 것이다. 섬 아닌 섬이 되어버린 선유도에 대한 나만의 그 어떤 감정들이 사라져 버린 것들을 확인할까봐 선뜻 내키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일요일이면 언제나 빈틈없는 시간 나누기에 바쁘다. 지난 일요일도 오전까지는 그럴 것이라고 태연하게 일상을 의식 치루 듯 해 나가는데 식구들이 모두 하나 둘 제각각의 일로 쏙쏙 빠져 나간다. 조각난 시간을 챙기는 횡재를 한 듯싶다. 언제부터 가보자 작정한 선유도에 다녀와야 겠다. 간단한 차림을 차리고 차를 타고 달리니 40분 만에 무녀도를 지나 선유대교 주차장에 도착한다.
섬을 한 바퀴 돌려면 이곳에서부터 시작을 해야겠다고 마음속으로 작정한 까닭에 망설임 없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다행이 주차 몇 자리가 남아있었다. 걷기 시작하면서 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1시 15분, 나는 오늘 선유대교를 건너 선유1구에서부터 선유도를 한바퀴 돌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5시간 정도 걸릴 텐데 확신을 할 수는 없다.
▲ 시원하게 뚫린 새만금 방조제
왼쪽 선유도 들어갈 때 오전 12시 50분경
오른쪽 선유도에서 나올 때 오후 5시 15분경
▲ 야미도를 지나서 만나는 갈림길
왼쪽에서 직진하면 연속되는 새만금방조제
왼쪽 사진에서 우회전 하면 오른쪽 신시도와 무녀도를 잇는 다리
정면 뽀족한 산이 지난 3월에 올랐다 내려온 신시도 대각산
▲ 선유대교주차장에서 선유대교입구에 이르니
속없는 돼지가 나를 반긴다.
▲ 선유대교
예전에 이 다리에 차는 다니지 못했다. 걸어서 아니면 자전거 정도로 무녀도와 선유도를 오갈 수 있었고 그 즐거움이 컸었다. 이번에 신시도에서 무녀도를 잇는 다리가 놓이면서 이 다리도 이제 가운데로는 차가 다니고 양 옆으로 사람들이 다니는 다리로 변신을 한 것이다. 씽씽 달리는 차들로 인하여 섬의 고요함은 찾으려야 찾을 수 없다. 다리 위에서 바라본 바다는 물이 많이 빠져 있었다.
▲ 선유 1구를 들어가는 입구에 수레국화가 만발하였다
선유 1구를 찾아 가는데 너무 많이 변한 도로로 인하여 도무지 낯설기만 하다. 눈짐작으로 대충 확인하며 해안 따라 조성된 나무테크 길을 찾았다. 예전 울 아들과 함께 걸었던 길이다. 확 트인 바다 풍경에 마음이 절로 평화로워진다. 저 아래에서는 낚시꾼들이 낚시하느라 여념이 없다.
▲ 선유1구의 해변 따라 조성된 나무테크길
예전에 배 타고 이 섬에 와서 울 아들과 함께 걸었던 길
▲ 테크를 걸으며 만난 풍경
바다의 풍경은 참으로 평화롭다.
▲ 테크 중간 쉼터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 몽돌해변이 보인다
멀리서보면 몽돌이 보이지 않았는데 가까이 보니 물수제비뜨기 좋은 그런 얇은 몽돌이었다. 예전에는 부유물이 많아 조금 지저분했는데 지금은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 암벽에서 자라는 기린초
▲ 선유봉오르는 길목
몽돌해수욕장을 지나 1차 목적지인 선유봉을 향해 길을 따라갔다. 그동안 산악회에서 참 많이도 다녀갔는지 시그널들이 장식처럼 나무에 달려 있다. 숲으로 들어서니 문득 이곳이 섬인 줄 잊어버릴 정도로 녹음이 짙다. 얼마 동안 숲길을 걷다 갑자기 확 트인 전경에 맞닥트렸다. 순간 내가 길을 잘못 들었나? 했지만 그동안 도로를 만들기 위해 산을 절개 하고 터널까지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저 대로를 건너고 나서야 선유봉에 오를 수 있다.
▲ 나무그늘아래서 갖가지 패랭이들이 제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 문득 나타난 도로
예전에는 없었던 도로
왼쪽 봉우리가 선유봉인데 저곳을 오르려면 이 복잡한 길을 건너야 했다.
차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서 있노라니 마음이 조금 착잡해진다. 섬의 개발~ 무엇이 득이고 해가 될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선유봉에 오르고 있었다. 산악회를 따라온 사람들이다. 높지 않은 봉우리지만 오르기엔 경사가 급했다. 정상을 저만큼 남겨 두고 풍광 좋은 곳에 앉아서 쉬었다. 여행은 늘 추억을 남기는 법, 이곳에 오기 위해 1시간 40여분씩 배를 타고 왔던 기억이 아스라해진다. 상상만 하던 곳에 실제로 찾아가면 감동을 받는가하면 실망도 느낄 수 있다.
▲ 장자도 들어가는 신 다리(왼쪽)와 구 다리(오른쪽)
▲ 선유봉 오르는 도중에 바라본 풍경들
산을 절개하고 선유대교에서부터 길을 새로이 냈는데
섬이 참 어수선해 진 것 같았다.
▲ 저 암벽길을 다시 올라야 선유봉
▲ 잠깐 쉬면서 간식을 먹었다.
보이는 풍경들이 자꾸만 안쓰러워진다. 섬이 지닌 고즈넉함이 사라지고 있었으니… 예전에 배 타고 찾아온 선유도는 나로서는 신비의 섬이었다. 배는 온전히 사람만 탈 수 있는 배로 차들은 일체 들어오지 못했으니 선유도는 그야말로 청정지역의 섬 이었던 것이다.
선유대교를 건너면 무녀도에 이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녀도는 왠지 무당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 같아 무서울 것이라는 생각만으로 다리를 건너다 되돌아 왔던 기억도 있었다. 선착장의 어수선함에 내가 상상했던 섬의 고요함을 찾을 수 없어 실망하기도 했지만 섬이라는 고립감의 고독함이 나를 휩싸는 묘한 느낌을 받기도 했었다.
이순신 장군이 승전하고 돌아가면서 잠시 이곳에서 쉬면서 임금께 승전장계를 올렸던 곳이라 했고, 귀양 온 선비들이 망주봉에 올라 한양을 그리워했다는 역사 이야기도 나의 호기심을 부추겨 준, 그런 섬이었는데 이제는 도로가 놓이고 육지와 연결되면서 모든 것이 쉽게 들어올 수 있는 섬이 되었다. 적어도 나한테 남겨진 신비함은 모두 사라진 섬이 되었다.
▲ 선유봉의 높이는 112m (^+^)
그런데도 나는 오늘 이렇게 섬 아닌 섬을 찾아와 동안 못해 보았던 섬의 산봉우리들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육지가 된 또 다른 섬을 바라보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섬의 지형적인 모습은 바뀌었을망정 섬이 지닌 이야기는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섬이라는 특별함은 부서지고 나누어지는 섬의 개발에 떠밀려 나갔겠지만, 섬을 위해 존재했던 이야기들의 정신은 언제나 이곳을 맴돌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남아 있는 이야기들은 이곳이 섬이라는 사실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니 문득 드는 생각 하나! 내가 스러진다 해도 나로서 남을 수 있는 그 무엇이 나에게는 존재하기나 할까?
▲ 선유봉에서 바라본 신 장자대교
선유봉에 올라 다시 그 길을 따라 내려왔다. 이제 장자도로 건너갈 참이다. 옛 다리를 걸어서 장자도에 닿았다. 유세차량들이 요란스런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저 차들도 개통된 다리를 타고 왔겠지. 이곳은 옛길 그대로였는데 울 아들과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정자는 사라졌다. 그때 장자봉을 바라보면서 한번 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 구장자교
걷는 사람들은 이 다리를 지나야 한다.
▲ 장자도에 들어가 저 산의 봉우리, 장자봉(대장봉)에 오를 것이다.
▲ 장자도를 찾아가는 길목의 숲속 길
위 왼쪽 수레국화, 오른쪽 사스레피나무
아래는 마삭줄
▲ 장자도에 들어서니 귀여운 전동차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 섬을 둘러보면서 넘 많은 거리에 불편한 사람들은
이 전동차를 대여해 돌아볼 수 있다.
▲ 장자도 장자봉 아래의 예쁜 팬션들
▲ 해변의 당아욱 꽃이 정말 예쁘다
어느 팬션에 기대어 자라는 어성초
▲ 장자봉 오르는 길목
▲ 장자봉 오르는 길은 급경사인 암벽길이 많아 조심스러웠다.
역시나 가파른 등산로였다. 섬 산의 높이는 에누리 없는 높이다. 보통 산의 높이를 해발 몇 미터라고 표시하는데 그 기준은 해발, 즉 바다의 해면으로부터 시작하는데 섬은 그야말로 섬에 존재하고 있으니 0m부터 시작함은 물론, 바다 가운데 우뚝 솟은 산이기에 경사가 급한 것이다.
▲ 대장봉(장자봉)
올랐다 내려가시던 한 분이 나보고 조심하라며 인사를 건네신다. 정상에 올라 드넓은 바다 풍경을 원 없이 바라보고 내려오면서 할매바위를 만났다. 여기에도 전설이 스며있으니… 섬은 외로운 만큼 많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외로움을 달래지 않았을까.
▲ 장자봉에서 내려오는데
▲ 나무사이로 할매바위가 보인다.
▲ 할매가 살았다는 집과 할매바위
▲ 어느 섬이든 전설 하나쯤 품고 있으니
여기 장자도에도 할매바위의 전설이 남아 있다.
▲ 잘 꾸며 놓은 팬션의 뒤뜰
이제 다시 장자교를 건너 망주봉을 향해 가는 길, 산을 오르는 시간 보다 걷는 시간이 길어지니 체력이 모자라는 느낌으로 망주봉에 오를까? 어쩔까를 저울질하며 걸었다. 어차피 주차한 선유대교주차장에 가려면 이 길을 걸어야 한다. 자꾸 마음을 망설이다 짚라인 타는 곳 앞에서 우뚝 멈춰 섰다. 예전에는 없었던 시설이었다. 무섭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 특히 어린아이들도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기에 망주봉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짚라인을 타기로 결정했다.
▲ 짚라인
11층 높이에서 줄을 타고 내려간단다. 그런데 왠지 무서운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무게가 있어야 끝까지 잘 내려갈뿐더러 오늘은 바람까지 불고 있으니 두 명씩 묶어 가면 쉽게 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혼자 행보였기에 걱정했는데 다행히 혼자 내려가는 사람들도 더러 있어 혼자 줄을 달았다.
▲ 이걸 몸에 끼고 줄과 연결하여 내려간다
조금 아찔하겠지만 일단 탐승권을 구매했다
1인당 20,000원
▲ 타고 내려가는 사람들이 개미만 하다
바다 위를 줄 타고 내려 가야기에 살짝 두려웠지만 일단 내려가기 시작하니 재밌다. 아닌 게 아니라 바람이 부니 속도가 떨어지고 있었다. 두 명이 타고 내려가는 옆줄에서는 어느새 나를 앞질러 가고 말았는데 아뿔싸! 내 줄은 바다 한 가운데서 멈춰버리고 말았다. 무게가 없어 가속이 붙지 않은 것이다. 저쪽 도착지의 한 사람이 무언가 부산하게 움직이는 것 같더니 줄을 통해 웬 고리 같은 것을 나에게 보내온다. 그것이 내 앞으로 쭈르륵 오더니 내 줄의 어느 부분과 찰칵! 소리 나며 꿰어지는 것이다. 그러자 그 한 사람이 무언가를 작동하니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러한 시설을 운영하려면 모든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정말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내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통이 커졌을까 겁이 없어진 것일까. 아니면 될 대로 되라는 자포자기 심정일까. 무사히 내려오니 망주봉이 코앞이다.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짚라인으로 대신했으니 언제 다시 오면 꼭 오를 것이라고 속으로 약속하며 일별했다.
▲ 망주봉과 선유명사십리 해수욕장
망주봉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듯싶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오늘은 포기했다.
이제 주차장을 향해 걸어가야한다
선유도 여객터미널은 예전의 번성함을 잃고 이제 조그마한 구멍가게가 되어 있었다.
▲ 옛 선착장도 이젠 쓸쓸하다
해가 어느새 많이 기울어졌다.
아까 들어올 때 보다 바닷물이 많이 들어와 있으니 섬의 모습을 조금 찾아 가는 듯싶다. 옛 선착장까지 걷는 길은 아직도 공사 중이어서 먼지가 많이 일었다. 그 사이마다에서 섬 주민들이 해산물들을 팔고 있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다리 개통 후 섬사람들의 수입이 많이 오르고 있다하니 이는 어쩌면 주민들에게 이로움이 되고 있는 것이니 세상사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다는 이치를 또 한 번 깨닫고 있었다. 선유대교에 서서 옛 선착장을 다시 한 번 바라보고 선유도를 떠났다.
▲ 인동덩굴
▲ 꽃들의 배웅을 받으며 선유도를 벗어났으니....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나리, 만리향, 끈끈이대나물, 기린초
▲ 선유대교에 서서 다시한번 바라본 선유도 옛선착장
물이 많이 들어와 있다.
▲ 어느새 해무가 내려앉기 시작하였다.
▲ 야미도를 지날 무렵의 내비가 보여주는 새만금 방조제
오른쪽 보라색이 매립지
야미도는 이젠 육지가 되었고 바다는 이제 조금밖에 보이지 않는다
▲ 뻥 뚫린 새만금방조제
▲ 방조제 곳곳에 전망대가 있다.
#. 선유도에서의 사진은 일부러 모두 카메라를 사용했다.
수리 후의 기능이 어쩔까 싶은 마음이었는데 사진들을 보니 초점이 맞지 않은 경우가 다수이고
화질도 많이 떨어져 있으니 카메라는 이번을 마지막으로 이별을 해야 할 것 같다.
수 년 동안 나의 동반자 역할을 해 준 카메라였는데… 동안 고마웠다!!
사진이 어설프니 마음이 내키지 않아 이제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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