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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따라 발길따라

고택 쌍산재를 찾아서~

물소리~~^ 2018. 6. 10. 08:42


   그 옛날 넓은 집터와 기와집을 짓고 살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가옥들이 많이 남아 있는 구례에는 부잣집이 많이 있었나 보다. 타인능해로 널리 알려진 운조루에는 두 번 발길을 했지만 운조루 앞에 있는 곡전재와, 가까이 있다는 쌍산재는 들러볼 기회를 갖지 못했는데 그만큼 운조루에 비해 덜 알려진 곳으로 남아 있는 까닭일 것이다. 곡성에 나온 김에 둘러보기로 하였다. 구례에 도착하여 곡전재를 먼저 둘러보고 쌍산재로 향한 일정이었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쌍산재가 더욱 인상적이었기에 먼저 정리하고픈 마음이다.






▲ 당몰샘


내비 안내에 따라 아담한 주차장에 도착하니 쌍산재를 알리는 입간판과 정겨운 살구나무가 우리를 맞이한다. 몇 걸음을 떼었나 싶었는데 담쟁이넝쿨에 둘러싸인 작은 기와 지붕이 보인다. 당몰샘이었다. 이 샘은 만들어진 게 1000년 전이라는데 그 긴 세월 동안 늘 일정한 수량과 좋은 맛을 잃지 않고 있으니 이 마을 사람들은 지리산 자락의 약초뿌리가 녹아 흘러든 물이라고 한단다. 실제 이 마을은 장수마을이기도 할 뿐만 아니라 지금도 멀리서 까지 와서 물을 담아간다고 하는데 실제 그날 한 사람이 수십 개의 패트 병에 물을 담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나도 한 바가지 물을 떠 마셔 보았다. 정말 맛이 좋았다.




▲ 쌍산재 솟을대문


▲ 백년초



당몰샘과 쌍산재의 솟을대문이 맞닿아 있었다. 대문 앞에는 백년초가 노란 꽃을 탐스럽게 피우고 있다. 조심스레 문 안을 들어서니 웬 여인이 주인을 부른다. 남자 분이 나오더니 우리더러 처음 길이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하니 그 자리에 서서 약간의 설명을 하면서 둘러보라고 한다. 이곳에서 살림을 하면서 관리하고 있는 것 같은데 때론 귀찮기도 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드니 더욱 조심스러운 마음이 된다.

   


그 옛날 우리가 많이 봐 왔던 생활용구들이 올망졸망 자리하고 있다. 오른편으로 배치된 곳이 옛 가옥이었다. 사랑채, 안채, 바깥채, 장독대, 돌확, 굴뚝 등이 정감적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 부처



▲ 안채(왼쪽), 건너채(가운데), 사랑채(왼쪽 굴뚝옆)


▲ 처마 끝에 달린 밥소쿠리



▲ 안채 처마 끝에 사당


▲ 바깥굴뚝



▲ 섬초롱, 그리고 절구??



▲ 우리는 '학독' 이라 불렀는데 '돌확'이 정식 명칭





▲ 장독대


장독대를 벗어나자 이끼 낀 돌들이 이어주는 오솔길을 만난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숨겨놓은 장소로 주택을 둘러보고 난 후의 느낌으로는 이곳이 쌍산재가 지닌 고택의 가치가 아닐까 여겨진 것이다.


▲ 서당채 가는 길



돌계단 양쪽으로 쭉쭉 뻗은 대나무 사이로 이제 막 탐스럽게 자라는 죽순들이 보인다. 죽순의 튼실한 모습에 자꾸 눈길이 간다. 지금도 죽순은 귀한 음식재료로 인식되고 있는데 그 시절에 부잣집의 밥상은 얼마나 풍요로웠을까.



▲ 별채



▲ 호서정




▲ 잔디밭가의 작약


대나무 밭을 지나자마자 넓은 잔디밭이 길 양 옆으로 펼쳐진다. 무슨 용도였을까? 그 시절에도 잔디밭을 가꾸고 살아왔을까. 드넓은 잔디밭의 용도가 자꾸만 궁금해지는데 길섶의 작약들은 어느새 꽃을 지우고 열매를 맺고 있었다. 내 의아심이 생뚱맞다는 듯 당당한 모습들이다. 나중에 들은 설명으로는 예전의 텃밭을 잔디밭으로 바꾸었다고 하니 아마도 이곳 쌍산재도 10 여 년 전부터 한옥체험공간이 되면서 변화를 주었던 것 같았다. 요즈음에는 체험 온 아이들의 놀이터로 사용 되고 있다 한다.




▲ 아치로 굽은 나무 사이로 문이 열린 서당채와 그 뒤 풍경이 한 눈에~~






▲ 서당의 누마루


잔디밭 옆 앙증맞은 사이 길을 조심조심 걸어가노라니 나무 사이로 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서당채라는 설명을 들었기에 조신한 몸가짐으로 살금살금 들어갔다. 마치 대문처럼 길 양 옆에 세워 놓은 바위를 지나 댓돌을 올라 고개를 드니 현판과 주련들이 눈에 들어온다. 주인 말에 의하면 선대들은 이곳에서 늘 책을 읽으며 소박하게 지냈다고 하였다. 시원한 누마루에 올라 앉아 있으면 신선이라도 될 것 같다.

 









▲ 경암당








서당 옆길을 다시 따라가노라니 커다란 건물을 만났으니 경암당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무슨 용도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건물을 감싸고 있는 주위 풍경이 참으로 고즈넉하니 좋다. 굴뚝에는 마삭줄이 칭칭 감아 오르면서 꽃도 피웠다. 일부러 장식해 놓은 듯싶다.



▲ 야외에 걸린 솥?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가면


▲ 영벽문이 나타난다.



▲ 저수지


▲ 쌍산재 담



얼마나 넓은지 곳곳에 숲을 이룬 듯싶은 나무들이 참 좋아 보인다. 샛길도 곳곳으로 나 있으니 마치 비밀정원 같다고 하면 지나친 상상일까? 또 다시 오롯한 길을 따라가노라니 솟을대문처럼 빗장 걸린 문이 나온다. 아까 주인은 이 빗장을 열고 나가 보라고 하였다. 돌아올 때 다시 꼭 닫아 달라는 당부의 말만 했었는데


빗장을 열어보니 아! 그곳에 호수?가 펼쳐지는 게 아닌가. 저수지란다. 열린 문을 뒤 돌아보니 문에는 영벽문이라는 현판이 있었다. , 그러고 보니 이 문은 밖에 현판이 걸려 있었으니 저수지에서 들어오는 문인가 보다. 이 정경을 내 상식으로는 차경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 집에서 자연의 풍경을 끌어오는 구조인 것이다. 쌍산재의 가지런한 담이 저수지를 호위하는 듯 위엄이 서려 있다.





지리산 자락에 들어앉은 쌍산재는 200여 년 전, 지금 이 집에서 살고 있는 주인의 6대조 할아버지가 처음 터를 잡았다고 한다. 저수지를 제외한 쌍산재의 면적은 16500제곱미터에 달한다고 하니 참으로 넓은 공간인 것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한옥이지만 분위기는 고즈넉하고 소담스럽고 정겨웠다. 한 번쯤 찾아와 옛 정서를 느껴봄도 정말 좋을 것 같다.


쌍산재를 나와 집으로 돌아오노라니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와 자꾸 비교가 된다. 고층의 아파트에서는 땅을 접촉할 수가 없다. 하지만 한옥은 단층이기에 땅을 접촉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내가 산을 즐겨 찾는 이유 중 하나는 산의 흙길을 걸으면 알 수 없는 안정감이 밀려오는 까닭이니, 쌍산재 같은 한옥에 살고 있다면 하루 종일 집안에서 머물러도 지루함을 모르고 지낼 것이다.


또 한 가지 뇌리에 감도는 사실 하나는, 더욱 돋보이는 품격의 옛 문화는 역시 모든 것이 풍족한 부잣집에서 도의를 지키며 살아갔던 흔적이었다는 것이다.  품격을 지키며 살아 온 전통 한옥이 지닌 정서는 우리문화의 가장 근본적인 정서라 말하고 싶다.


▲ 쌍산재 배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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