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사라져가는 그리운 것들

물소리~~^ 2018. 4. 13. 21:43










    꽃들이 피는 시절은 까닭 모르게 마음이 둥 떠 있는 기분이 든다. 한 해를 살아가야하는 살아있는 초목들이 정신없이 꽃을 피우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엔 신기하다고 바라보고, 예뻐서 바라보고, 그들에 동화되고 싶어 찾아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 참으로 허전해지고 만다. 마치 해질녘의 오일장 터를 걷고 있는 느낌이 다가오면서 쓸쓸해진다. 붙잡을 수 없는 허망함의 그림자가 나를 덮쳐 오는 그런 기분이다.


꽃들은 어느새 새로 돋아나는 잎들에게 제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도로 위에 떨어진 꽃잎들은 씽씽 달리는 차 꽁무니를 우르르 따라 나서며 다시 높이 올라가고픈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봄을 열락(悅樂)케 하고 자취를 감추고 있는 꽃들의 모습이나마 두루 바라보고 싶어 조금 일찍 나선 출근길을 일부러 빙 돌아 나섰다.


평소 다니지 않는 길을 따라 근처 대학교정을 지나보고, 어느새 보리 싹이 푸르게 자라있는 들녘의 길을 지나기도 하고, 구획정리가 된 빈 공터를 지나기도 하였다. 벚나무, 개나리, 진달래, 목련나무들은 정말이지 이제 꽃을 떨구고 잎을 내밀기 시작하고 있다. 진정한 연둣빛의 봄빛을 품어내고 있었다. 꽃들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새로 돋아나는 잎들의 싱그러움이 좋기도 하였다. 저 연한 잎들도 무성히 자라 여름을 지나면 사라질 것이다. 무릇 사라지는 것들에는 그리움이 깃들어 있다.


이제 큰 도로에 나서려는데 변두리 주택가 작은 사거리에서 빨간 불을 만났다. 신호대기를 하면서 무심코 시선따라 앞을 바라보니 슈퍼와 슈퍼 앞의 공중전화부스가 눈에 들어온다. , 그런데 조금 적막하다 싶었는데 슈퍼는 장사를 끝낸 지 오래 되었고, 앞의 공중전화 부스에도 곧 철거할 거라는 쪽지 안내문이 붙어 있는 듯싶다. , 사라지는 또 다른 것들이었다.


꽃들이 화려함을 거두며 사라지는 것들이라면 건물의 사라짐에는 낡은 기운이 함께 사라지는 일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작고 소소한 낡은 것들이 견뎌내기는 어렵다. 거기에는 사람들의 이해타산이 함께 묻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 작은 슈퍼 문에 묻은 사람들의 흔적이 사라지고, 어느 빈한한 누군가의 간절한 마음을 전해 주었을 공중전화기에 스며있을 숨결도 사라질 것이다.


지금은 낡았지만 저들을 지켜내기 위해 공들였던 마음들이 정겹기에 사라지는 것들에서 진한 그리움이 전해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사라지는 것들은 더 좋은 것들을 남겨 두고 떠나는 낡은 것 이어서일까, 그냥 저들의 모습이 아련해지는데 사라져가는 것들을 조금이나마 붙잡고 싶은 내 마음이 많이 쓸쓸하다살아가며 쓸쓸하지 않으려면 그 무엇에도 정을 두지 말아야 할 것 같다.




▼ 사라져가는 그리운 꽃들


▲ 목련


▲ 개나리



▲ 겹복사꽃



▲ 동백꽃



▲ 복사꽃




▲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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