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빈병에 물 채우듯

물소리~~^ 2018. 4. 27. 13:09






▲ 연초록나무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


추운 겨울이라는 터널과 미세먼지로 발목 잡힌 고개를 넘어서니

이제는 아침 산 오르는 시간을 되찾고 싶었다.

자동으로 시간 맞춰 일어나던 몸시계가 이젠 고장이 났는지

시간을 맞추지 못하고 있으니 남편에게 꼭 깨워 달라고 부탁했다.

일어나기는 했지만 잠기운을 떨칠 수 없어 일부러 세탁기를 돌려놓고,

침구 정리를 하면서 몸을 깨운 뒤 집을 나섰다.

550~ 바야흐로 어둠을 찾아볼 수 없는 환한 시간이다.


산 초입에 이르니 싱그러운 내음이 훅 끼쳐 오는가 싶더니

아주 작은 새들이 눈앞에서 포르릉 날아오르며

내 정수리에 남아 투정부리는 잠을 후다닥 빼앗아가며 나를 반겨한다.

, 정말 좋다!


나무들은 봄을 알리며 꼬물꼬물 연두 잎들을 피우더니

어느새 팔랑팔랑 연초록 잎으로 자라면서

빈병에 물 채우듯 시나브로

온 숲을 연초록빛으로 채우고 있다.

조금 있으면 너울너울 초록빛 잎으로 자랄 것이니

이 봄은 숫제 기적이요, 경이로움이다.


연두물이 뚝뚝 흘러내릴 듯싶은 나무들을 곁에 끼고 오솔길을 걷는 이 행복함~~

내 몸이 금세 연둣빛으로 물들어 버렸다.

오늘 아침에는 굳이 몸에 좋다는 녹즙을 마시지 않아도 되겠다.


나무들은 연초록 잎을 앞세워 이제 흰 꽃을 피워내고 있다.

팥배나무, 덜꿩나무들이 선두를 지키려고 꽃망울들을 맺고 있는가하면

성질 급한 가지들은 부지런을 떨며 꽃을 활짝 피우기도 했다.

조금 있으면 새하얀 찔레꽃들이 피어나며 향기로 이 산을 채우겠지.


추운 이른 봄의 빈산에 노랑이 지천이었듯

연초록 산에서는 흰빛으로 치장하는 꽃들의 조화로움은

제 모습을 돋보이게 하려는 나무들의 지혜다.

초록 사이에서 흰색이 가장 눈에 잘 띤다는 이치를 어떻게 알았을까.

같은 공간에서 제 각각의 모습으로, 빛으로 자라고 있음은

옆에서 살아가는 다른 것들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이라는

공생의 법칙을 이들은 어떻게 알았을까.


숲의 나무들이 건네주는 지혜로움을 가득안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일상을 마치고 일하러 나서는데

출근길의 가로수들이 연초록빛으로 서서 나를 맞이한다.

, 나는 지금 사열식(査閱式)을 받고 있구나.

이 봄으로부터 귀빈 대접받는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 숲은 점점 연초록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 청미래덩굴




▲ 덜꿩나무

꽃이 아직 활짝 피지 않았다.




▲ 팥배나무




▲ 흰젖제비꽃



▲ 출근길의 가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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