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가끔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잠이 오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은 더욱 또렷해진다.
잠이 오지 않는 시간에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있으리라 믿지만
정작 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이 잠이 오지 않는 시간이다.
우선 잠을 자야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제 토요일 저녁에 이런 현상이 또 나타났다.
뒤척이다보니 시간은 새벽 2시를 지나고 있었다.
할 수 없이 책꽂이 앞에 앉아 예전에 읽었던 책이라도 다시 한 번 읽어보자며
책등을 훑어 내리다가 한 권을 뽑아 들었다. 누군가의 산문집이었다.
책을 펼치려는데 한 곳의 페이지가 절로 펴진다.
그와 동시에 눈에 들어온 것은? 아니!!
후줄근한 1,000원 지폐 5장이 끼어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없던 잠을 확 빼앗아 가는 존재는 돈이었다.
왜 여기에 이게 끼어 있었지? 아무리 생각을 해도 생각나지 않는다.
무의식중에 행해진 일이었을 텐데… 갑자기 부자가 된 느낌이다.
돈이 끼어진 페이지를 살펴보니 책에는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아. 리큐라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언젠가 ‘리큐에게 물어라’ 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었는데,
이 글을 쓴 사람과 나의 관심이
똑같은 장면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에 밑줄을 그어 놓았던 것 같다.
이제 다시 리큐의 책을 집어 들고 뒤적이고,
그 독후감을 써 놓은 글도 다시 읽어보고 하느라 시간을 보내다가
새벽 4시쯤에야 설핏 잠이 들었던 것이다.
설핏 들은 잠은 꿈으로 범벅이 된다.
꿈속에서
이왕 나올 돈이면 50,000원 권 다섯 장이었으면 좀 좋았을까 하고 아쉬워했는데
그 아쉬움이 꿈이었는지 생시였는지 나도 헷갈렸다.
☞ 리큐에게 물어라 http://blog.daum.net/panflut0312/348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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