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늘 다니던 길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만나고 싶은 때가 있다.
그런 마음으로 갑자기 우회전을 하고 들어선 골목길 주변에는 원룸들이 들어서 있었다.
규격 맞춰 늘어선 건물들 사이의 낮은 지붕의 집,
한 구석에 우뚝 솟은 나무에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무슨 나무지? 차를 세우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아! 이름도 예쁜 ‘멀구슬나무’ 였다.
언젠가 5월 사량도에서 꽃을 만났고
완도 상황봉을 오를 때 마을 초입에서 나무 열매를 만났었다.
특이한 모양의 보랏빛 꽃은 라일락꽃 향기처럼 향기로웠고
섬마을에서 만난 열매들은 그냥 뜻 모를 정겨움을 안겨 주었었다.
그런데 이렇게 가까이에서 만나다니…
괜히 좋아 이리저리 사진을 찍노라니
지나는 사람들을 흘깃거리며 쳐다본다.
아마도 저 사람들도 내 행동으로 나무를 다시 바라볼 것 같다.
200년보다도 더 전에
다산 정약용 선생은 이 나무를 빗대어 지었다는 시가 전해지고 있으며
이 열매로 불가에서는 염주를 만들었기에
‘목구슬나무’라 했던 것이 ‘멀구슬나무’로 변천되었다고 하니
나무는 오랜 세월 동안 살아오면서도
제 몸의 유익함을 잃지 않고 살아오고 있었나 보다
자신이 속한 환경과 상황에
자신을 스스로 맞추며 살아가는 나무의 지혜는 늘 나에게 귀감이 된다.
▼ 사량도에서 만난 멀구슬나무 꽃(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