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도로변에 이웃한 한 집의 담장은
집의 지붕까지의 높이를 지녔다
그 담장에 기대어 살아가는 화살나무가 있으니…
화살나무는 단풍이 곱고 열매가 예뻐 정원수로 많이 심는다 했는데
집 주인은 아마도 그렇게 화살나무를 가꾸었나보다.
나무가 어찌나 크고 우람한지 생각나면 일부러 찾아가 쳐다보곤 한다.
지난 토요일 문득 찾아가 올려다본 화살나무는
빨간 열매를 참 많이도 달고 있었다.
내가 여태 보아온 중에서 가장 많은 열매를 맺은 듯싶었다.
잎 하나 없이 열매와 줄기만 남아 하늘을 가리고 있으니
마치 줄기에 골판지를 일부러 끼워 놓은 듯싶은 코르크 날개가 유난히 돋보인다.
문득
'겨울이 깊어진 후에야 소나무, 잣나무의 우뚝함을 안다' 고 한 공자님 말씀이 떠오른다.
한 겨울을 지나는 맨몸의 화살나무는
코르크 날개의 위용으로 감싸 안은 제 열매의 고운 빛에 들뜸이 없이 차분하다
오히려 더욱 빛난다.
화살나무는 봄날 제 여린 잎들을 지키기 위해 코르크 날개를 세웠고
오늘처럼 눈 내리는 겨울날의 코르크 날개는
눈으로부터 고운 열매를 지키고 있었다.
서로를 보듬어주는 따듯한 정으로
겨울을 버틸 수 있는 강인함이 생겨나는가 보다.
낯선 집 담장 안 화살나무의 영롱한 빨간빛의 열매가 일러준다.
‘고귀함을 지키는 것은 마땅히 강하다.’ 라고…
▼ 눈 내리는 날의 화살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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