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날씨가 더웠다.
추분이 지난날들에 가을 날씨를 기대했던 마음이 무색해지려 하는데
어제 내린 비로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내 옷 소매를 길게 내려뜨렸다.
명절 즈음에 찾아드는 쓸쓸함도 슬며시 내 옷깃사이로 스며든다.
점심시간에 차를 몰고 금강하굿둑을 지나 너른 들판 길을 달렸다.
아, 진정 가을이다.
내 어릴 적 추억을 보듬은 고욤나무가
고향을 그리며 하늘바라기하고 있었고
잘 자란 뚱딴지가
이제 막 익어가는 벼들에 응원가를 불러주는 듯싶게
서로가 모습도 빛깔도 가을스럽게 조화롭고 다정하다.
저들에게
지난 더위 내내 어려움을 이겨내며
가을을 위해 연습했던 가을교향악단이냐 물으니
뚱딴지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깔깔거린다.
소리 없는 저들의 웃음소리에 그냥 내 마음이 차분해진다.
아니 저들의 숙성된 시간 앞에서
마냥 차분해 지고 싶다.
▲ 뚱딴지(돼지감자)
▲ 고욤나무에 고욤이 주렁주렁~~
#. 계절의 초입을 일컫는 우리 말
생량머리 : 초가을이 되어 서늘해질 무렵 (초가을)
해토머리 : 봄이 되어 얼었던 땅이 녹아서 풀리기 시작하는 무렵 (초봄)
찔레꽃머리 : 초여름 찔레꽃 필 무렵 (초여름)
찬바람머리 : 곡식을 거둬들이고 겨우살이를 준비하는 무렵.(초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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