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배운 도둑 날 새는 줄 모른다더니 요즈음 내가 꼭 그 짝이다.
오늘로서 4일 째~~
그러니까 지난 금요일 아침 6시 쯤 뒷산을 오르는데
나무에서 무언가가 딱! 뚝! 하면서 내 서너 발 앞으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 멈칫하고 쳐다보니 아니~ 밤송이가 아닌가!
그때서야 주위를 둘러보니
빈 밤송이들이 여기저기 많이 흩어져 있는 것이다.
아~~ 밤 떨어지는 계절이 되었구나! 하면서
금방 떨어진 밤송이를 보니 어쩜 넘 예뻤다
이리저리 굴려보고 발로 지그시 누르니 밤송이가 벌어지면서
윤이 반지르르 흐르는 야무진 밤 3개가 나란히 보인다.
횡재한 마음으로 얼른 주워들고 보니 욕심이 생기는 것이다.
그때부터 난 걷기를 포기하고 허리를 굽히고
땅위의 밤송이들을 막대지팡이로 뒤지기 시작했다.
산등성 덤불에 들어가지 않고
오솔길 언저리만을 헤집었는데도 제법 많은 밤알이 떨어져 있었다.
하나하나 줍기 시작하노라니 정말 재밌다.
밤 담을 무엇이 없어
손수건 네 귀를 잡아 주머니를 만들어 담기 시작했다.
밤나무도 많고, 떨어진 밤들도 많은데 시간은 자꾸 흐른다.
산책하는 1시간이 훌쩍 지나니 마음이 급해져 서둘러 내려오노라니
어느새 사람들이 하나 둘 조심조심 산으로 오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출근시간이 아니라면 나도 오랫동안 밤을 주울 수 있을 텐데…
아쉬웠지만 집으로 돌아왔다.
그 아쉬움은 산을 올라 끝까지 다녀오는 것이 아니고
밤나무 아래에서 1시간을 맴돌게 하고 있으니…
한 시간씩 4일 동안 많은 밤을 주웠다. 이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내 뿌듯한 마음을 바라보는 밤나무는 어떤 마음일까
물질 앞에 욕심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밤 주머니를 들고 뒤돌아서는 내 등 뒤를
말없이 바라보는 듯싶은 나무의 시선이 문득 느껴진다.
▲ 첫 날 주운 밤
▲ 오늘 아침에 주운 밤
밤을 전기밥솥 영양찜 모드로 20분 여분을 찜하니 참으로 맛이 좋았다.
하여 주워 온 밤을 삶은 후,
껍질을 벗겨내서 냉동실에 넣었다가
아침 대용으로 먹는 야채 쥬스와 요거트에 섞어 먹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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