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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따라 발길따라

얼떨결에 모악산을 오르다

물소리~~^ 2017. 7. 18. 11:34

 

 

 

 

 



육십령고개를 넘어 전주권에 진압하여 달리니 모악산안내 표시판이 여러 번 눈에 띈다. 모악산에 올라본지도 오래 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저 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유산에 못 갔으니 모악산에라도 가자는 갑작스런 내 말에 남편은 그러자며 차를 돌린다.


우리는 그렇게 예정에 없던 모악산을 올랐다. 아주 오래 전에 두 번 올랐을 뿐 지척에 두고도 자주 찾지 못하고 있으니 나도 참 무심타. 모악산 등산 초입에 들어서니 계곡물 소리가 엄청 크게 들려온다. 어찌나 좋던지 노점상 하시는 분께 매일 이렇게 물이 많이 흐르냐?고 우문을 하니 그분은 뜨악한 표정으로 어젯밤에 비 많이 왔잖아요? 하신다. 능히 그런 줄 알면서도 확인을 해 본 까닭은 그만큼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힘차게 들렸기 때문이다.


 

 

 


 


 


 


 


 

793m의 높이를 가진 산의 초반 오름은 가팔랐다. 그럼에도 산이 전해주는 향기와, 물소리가 들려주는 청량감과 ,나무들이 보여주는 산뜻함에 마음이 절로 맑아지니 가파른 산길도 가볍다. 등산로 가장자리에 앙증맞게 만들어 놓은 수로에도 물이 졸졸 흐르니 그냥 쪼그려 앉아 물장난 하고 싶다.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도 도심에서 가까운 산이어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오르기도 하고 내려오고도 있었다.


 


 


 


 

어느새 대원사에 이르렀다. 남편은 이곳에서 다시 내려 갈 것이니 나더러는 정상까지 다녀오라고 한다. 기다리면서 도립미술관에 들려 관람을 할 것이란다.


 


 

▲ 대원사 대웅전

 

▲ 대원사라는 현판이 걸려있는데 그림?들이 가득 붙여있는데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 석탑과 범종각


 


 


 

▲ 대원사 후문


대원사 후문을 나와 수왕사까지는 800m 의 거리인데 계속 가파름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아주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오르는데 갑자기 우지끈 뚝딱 하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바로 내 옆 나무의 삭정이가 부러져 떨어지는 소리였다. 폭우에 부실한 몸을 씻겨 버리는 것일까? 하마터면 내 머리위로 떨어질 뻔 했으니


다람쥐 한 마리가 계속 내 옆에서 얼쩡거린다. 아마도 먹을 것을 달라는 것일까. 할 수 없이 배낭을 열어 방울토마토 한 알을 놓아주고 왔는데 사실 이런 행위는 하지 말아야할 짓이지만 가만히 앉아 쳐다보는 눈망울이 넘 맑아 차마 지나치지 못하겠다. 아마도 저 다람쥐는 나를 시험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나는 시험에 빠져들었겠다. 다람쥐야 좀 봐 주렴~~




 

▲  수왕사 이정표가 나온다. 말 그대로 물의 왕의 절이라니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  수왕사 오르는 길 초입에서 나리꽃이 꽃망울을 머금고 인사하고 있다.

 

▲  이 분을 정상 가까이에서 다시 만났다.

나는 오르고 있었는데 이 분은 어느새 다시 내려오고 계셨으니 이 절하고 관계있는분이실까? 

 

사실 오늘 이러한 날씨에 굳이 이 산을 오르고자하는 내 숨은 욕심은 수왕사에 들러보기 위해서였다. 일찍이 불교민속학박사로서 칼럼리스트인 조용헌 박사의 사찰기행이란 책을 읽었었는데 책의 내용 중 이곳 수왕사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나서다. 자세한 내용은 잊어버렸지만 이곳 물맛이 아주 좋다는 내용과 역사적 이야기를 곁들어 주었기에 읽으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었다. 더구나 가까이 있는 산중의 절이 아닌가. 그럼에도 등산로를 달리 선택하여 올랐기에 수왕사를 찾아보지 못 했던 것이다.


수왕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7교구 본사 금산사의 말사로 모악산 정상에 가장 가깝게 위치해 있는 사찰. 고구려 보장왕 때 백제로 망명한 보덕이 680년 수도 도량으로 창건했으며, 1,300여년의 역사를 그대로 이어오는 듯 건물자체는 그야말로 암자보다 못하게 초라하였으나 어찌 품은 그 뜻조차 감히 초라하다 말할 수 있을까.


예로부터 물의 질이 좋고 풍부해 '물왕사' 또는 '물왕이절'로 불리기도 했다. 송화백일주와 송죽오곡주는 수왕사의 전통주로, 승려들이 고산병과 편식을 막기 위해 즐겨마셨다고 한다. 1994년 수왕사의 주지 벽암(碧岩) 스님이 민속주 명인 제1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 진묵대사를 모셔 놓았다.

 

▲ 저 우람한 바위가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려올 것만 같은데..

저 곳에서 흐르는 석간수가 그맇게 좋은 물이라고 하였다.

 

▲ 무언가 깊은 역사를 새기고 있는 듯싶은 바위와 소나무를 다시 한 번 바라보고 계속 걸었다.

 

갑자기 나타난 편안한 길~

힘들게 걷다 만나는 편안한 길은 꿀맛처럼 달콤함을 안겨준다.


 

▲ 무제봉에서 바라본 풍경

구이저수지가 아담하다.

이곳 무제봉은 기우제를 지내던 곳이라고 한다. 모악산 정상 바로 아래에 있다.

 

 


 


 


 


정상을 앞두고 구름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더니 기어이 비를 뿌린다. 우의를 챙겨오긴 했지만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에 어쩔 줄 몰라 하다 계단 아래로 들어가 옹색한 자세로 급하게 우의를 갈아입었지만 빗줄기가 어찌나 굵고 억센지 금세 등산화를 푹 적셔버린다. 남편이 전화로 괜찮으냐고 물어오더니 얼굴에 구멍 생기겠다고 너스레를 떤다. 비에 젖었지만 기분은 맑아지고 있었다.



모악산 정상에는 송신탑이 있기에 조금 아래의 전망대에 표시석이 있었다. 그래도 인증?은 남겨야지.. 비 때문에 카메라를 숨겨 찍느라 겨우 찍었다.


 

정상에서 비로 인하여 보이지 않는 풍경을 바라보고 조심조심 내려와 수왕사 앞 쉼터에 도착하여 양말을 쥐어짜니 물이 주르륵 흐른다. 여분의 옷가지를 챙겨왔으니 걱정할 것 없다. 쉼터에 걸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나를 보고 웃는데 비는 다시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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