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마음따라 발길따라

겁없이 다녀온 어청도

물소리~~^ 2017. 8. 6. 17:32

 

 

 

▲ 어청도 등대

 

 

정말 어마무시한 더위다.

8월 첫 주는 대부분이 휴가철이다. 아이들이 휴가를 집에서 보내고 돌아갔다.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집에서 뒹굴뒹굴하며 보내던 아이들이 떠나자 집안은 또다시 적막강산이 되어버렸다. 자연의 산과 들은 고요할수록 더욱 정겨운 법인데 집안의 고요함은 쓸쓸함과 허전함이 가득 고여 있는 것 같으니 내 행동이 어설퍼진다.

 

토요일인 어제, 보름여 전에 예매해 두었던 어청도행 8시 출발 배를 타기위해 남편과 함께 집을 나섰다. 예매 후에 발생한 태풍 노루의 영향을 받을까 내심 걱정이 앞섰지만 그곳은 먼 바다의 섬이기에 배의 운행에 지장을 줄만큼의 날씨라면 항만청에서 먼저 제동을 걸 거라는 믿음으로 강행을 했다. 평일에는 하루 1번 왕복하는 배편이지만 주말에는 오전 8시에 한 번 더 운행을 하는 관계로 날씨만 받쳐준다면 충분히 당일 다녀올 수 있는 어청도였다.

 

어청도는 내가 살고 있는 군산으로부터 북서쪽으로 약 72km에 위치한 섬이다. 중국의 산둥반도와 가까워서인지 산둥반도의 닭울음소리가 들려온다고 하는 망망대해에 있는 절해고도의 섬으로 배로 약 2시간 40분을 가야하는 곳이다. 그렇게 멀리 있는 섬이라는 것 때문에 감히 가 볼 엄두조차 못 내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아픔 이후 섬들의 낮은 산을 찾아다니게 되면서 나의 관심이 급부상 한 곳이다.

 

멀미에 대비해 새벽 5시부터 키미테를 붙이고 집을 나섰다. 정시에 출발한 배는 군산 연안을 따라 약 20분을 나아간다. 요즈음 우리 고장의 경기 침체를 알려주듯 바다에 인접한 공장들의 한산하고 조용한 모습에 진정 마음이 아프다. 30분 뒤 쯤부터는 육지의 모습들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바다 한 가운데를 잘도 달려간다. 다행히도 파도는 아주 잔잔했다. 배에서 일하시는 분의 말씀을 빌리면 오늘은 ‘장판파도’라고.… 장판을 깔아 놓은 듯 평온한 바닷길이라는 뜻이라기에 웃었다.

 

 

 

 

 

 

▲ 연안에 즐비하게 들어선 공장들

 

 

▲ 장판파도라고...

 

 

▲ 연도

1 시간 후, 연도에 도착하여 몇 명의 주민들을 내려주고 배는 다시 출발! 앞으로 1시간 30분 여 더 달린다고 한다. 속이 조금 울렁거린 듯싶었지만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대고 앉아 가노라니 그다지 힘든 것도 아니었다.

 

 

 

▲ 어청도 문지기 바위섬

선실의 에어컨이 얼마나 센지 몸이 추워지면 가끔 갑판에 나왔다 다시 들어가기를 몇 번 반복하니 드디어 어청도 문지기 바위섬이 보인다.

 

 

 

 

▲ 어청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배는 길게 고동을 울리며 배가 곧 도착할 거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10시 36분 쯤 배에서 내렸다. 오래 전 이곳이 고래잡이 항구로 번성을 누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한산했다.  아! 그런데 내려쬐는 햇살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겠다. 국민안전처의 폭염주의보 메시지가 요란스럽게 울리더니 섬 마을의 마이크에서도 야외 활동을 하지 말라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어쩐다?

 

▲ 원래 빨간선을 따라 트래킹할 계획이었으나 무더위로 파란선만 따라 다녀오기로 함

 

내가 어청도에 온 첫 번째 목적은 등대를 만나고 싶었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섬 산을 일주하는 계획이었다. 사전 지식으로 4시간이면 충분히 제일 높은 공치산(118m)을 오르는 능선이 아주 편한 코스로 오후 4시 20분에 출발하는 배를 타고 다시 나갈 수 있다는 계산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정말 햇살이 장난이 아니었다. 잠시 걸었을 뿐인데 허벅지에 뜨거운 증기를 쏘이는 것처럼 뜨겁다. 땀은 금세 옷을 젖게 하고 긴팔 옷을 입었는데도 팔이 따갑다. 둘러보니 우리처럼 트래킹을 목적으로 온 사람들은 몇 명 없고 모두가 낚시를 위한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계획을 급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능선은 참으로 아름다운데 그늘 하나 없는 저 길을 4시간 동안 걷는 행위는 자살행위나 마찬가지~~ 하여 우리는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 따라 등대까지만 갔다 다시 돌아오는 것으로 변경했다.

 

 

▲ 오래된 간판

 

 

▲ 파출소

 

▲ 보건소

 

 

 

▲ 어청도초등학교

 

 

▲ 초등학교의 교문 역할을 하고있는 두 그루의 향나무

멋진 자태의 나무 수령은 100년 이라고 하였다.

 

 

▲ 교회

 

▲ 성당

지금은 신자가 없어 이용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작은 섬에

공공적인 시설은 물론 종교적 건물들도 빠짐 없이 갖춰져 있었다.

 

 

 

▲ 잡초를 제거해 주면 좋을텐데....

 

▲ 치동묘

어청도는 물 맑기가 거울과도 같아 어청도라 하는데 어청도의 “청”은 맑을 청(淸)이 아닌 푸른 청(靑)자의 어청도(於靑島)라 하는데 이에는 역사적 사실에서 기인한다.

 

전설에 따르면 기원전 202년경 제나라 왕의 동생인 전횡이 초나라 한신에게 패하자 재상 전횡은 군사 500명을 거느리고 망명길에 올랐다. 돛단배를 이용하여 서해를 목적지 없이 떠다니던 중, 중국을 떠난 지 3개월 만에 어청도를 발견하였다고 한다. 그날은 쾌청한 날씨였으나 바다 위에 안개가 끼어 있었는데, 갑자기 푸른 산 하나가 우뚝 나타나 전횡은 이곳에 배를 멈추도록 명령하고, 푸른 청(靑) 자를 써서 어청도(於靑島)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그 후 천자의 부름을 받은 전횡이 그 부름에 응하고 본토로 돌아가던 도중, 자신을 죽이기 위한 부름임을 알아차리고 전횡은 자결한다. 섬에 남아 있던 500명의 결사대도 그 소식을 듣고 모두 죽음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어청도 마을 중앙에는 전횡을 모신 치동묘(淄東廟)가 있으며 전횡은 담양 조씨의 시조로 추앙받는다고 한다.

 

 

▲ 해수 담수화시설

 

 

▲ 해군이 주둔하고 있다.

 

 

▲ 한국전력공사

 

 

 

 

▲ 그늘 하나 없는 팔각정 오르는 길

 

 

▲ 저기 팔각정이 보이는데....

 

 

▲ 송장풀

 

 

▲ 기름나물

 

▲ 파리풀

 

▲ 참나리

 

▲ 마가목

길을 따라 걷다 꽃들을 만나면 얼른 쪼그리고 앉아 사진을 찍는데

잠깐인데도 등뒤가 불에 데이는 듯싶은 열기에 정성을 들이지 못하고 대충 찍을 수밖에 없었다.

 

 

▲팔각정에서 바라봄

 

▲ 저 이쁜 산 능선을 꼭 걷고 싶었는데

이상하게도 여기 산에는 나무들의 그늘을 만날 수 없었다.

 

산을 바라보니 뿌옇다. 안개도 아니고 해무도 아닌, 산 스스로 뿜어내는 열기였다. 15분여를 걸어 팔각정에 도착! 여러 사람들이 팔각정에서 쉬고 있었다. 나 역시 그곳에서 걸어온 시간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쉬었다. 바닷바람이 시원히 불어오며 땀을 식혀준다. 이곳에서 등대까지는 다시 0.7km을 걸어야 한다. 어차피 경로를 줄인 일정이기에 쉼터를 만날 때마다 아낌없이 쉬면서 놀면서 걷노라니 비록 높이는 오르지 못할지라도 정자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시원스럽다.

 

어디서든 존재하는 산이라는 명칭은 같지만 품은 정기는 모두 다르다. 섬 산은 낮지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찾아 온 사람들에 제 몸 높은 곳을 내어주며 바다와 어우러져 빚어내는 풍경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섬 산의 매력이다. 섬 산은 바다에서 불쑥 솟아올라 거침없이 다시 바다로 향하면서 조그마한 섬 마을을 감싸주는 정다움을 보여주는 곳이다. 하지만 오늘은 저 순한 능선 걷는 일을 포기해야 한다. 산도 무서운 열기를 뿜어내며 우리의 발길을 거두게 하고 있다.

 

 

한참을 쉬고난 후, 등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매미소리가 나무 사이에서 들려온다. 이름 모를 새가 어디쯤에서 울음소리를 내고 있다. 얼마나 더울까!  군데군데 고사목들이 바다와 어우러져 빚어내는 풍경이 멋스럽다. 소나무들이 재선충으로 죽었다고 한다. 소나무들이 죽으면서 벌레들도 제 살 길을 떠나니 새들의 먹이가 줄어들었고, 새들도 그렇게 많이 줄었다고 한다. 이 섬은 국제적인 탐조지역이었는데 그렇게 자연의 먹이사슬은 환경을 변하게 하고 있었다.

 

 

 

 

▲ 며느리밥풀꽃

 

 

 

 

▲ 원추리도 간신히 그늘을 찾아 들었다.

 

 

 

 

▲ 아, 드디어 등대가 보인다.

 

 

▲ 누리장나무도 바다를 향해 그리움을 실어 보내고 있었다.

 

 

 

 

 

 

 

 

▲ 아! 등대!!

 

어청도의 대표적 명소는 어청도 등대다.

1912년에 우리나라 두 번째로 세워진 등대는 대한민국근대문화유산 제378호로 지정될 만큼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 셔터를 어떻게 눌러도 그림처럼 찍히는 곳, 나의 어청도 방문 목적이 이 등대에서 기인하였으니 어떻게든 꼭 보고 싶었는데… 아! 정말 갑자기 확 트인 바다와 등대를 만나는 마음을 뭐라 표현해야 할까. 아기자기한 돌담으로 제 머무를 장소를 다듬어 가다가 갑자기 벼랑에 우뚝 솟은 등대! 등대에 대한 사람들의 연민은 어쩌면 외로움이라는 동병상린의 감성일지도 모르겠다. 등대는 말이 없는데 나는 그렇게 내 안의 외로움을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등대 바로 옆 해식 절벽에 구유정이라는 아담한 정자가 있었다.

일부러 한참을 걸어 정자에 이르니 아, 정말 내가 바다의 한 부속물처럼 여겨진다. 시원했다. 절벽에 피어난 노란 원추리들이 바다를 향해 머언 그리움을 보내고 있었다. 무릇꽃들도 숨은 듯 피어있고, 아~~ 저들은 이 뜨거운 햇살을 무엇으로 막아낼까. 정자에 앉아 물을 마시면서 한 여름의 바다 풍경을 마음껏 바라보았다. 일어나기 싫었다.

 

 

 

▲ 구유정에 가면서 돌아본 등대

주황색 지붕과 바다 그리고 등대

묘하게 색의 어울림이 선정적이다.

 

 

▲구유정의 멋진 모습

갈매기들이 노니는 파고라~~

 

 

 

 

▲ 구유정에서 바라본 등대

정말 어느 방향, 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아름다운 모습~~

그러니 우리나라 16경 중의 하나에 뽑히는 미인이렸다.

 

 

등대에서 구유정 까지는 약 500m의 거리라고 한다.

그곳에 닿으려면 비탈진 오름길도 내리막길도 걸어야하는

결코 수월하지 않은 길이다.

더구나 뙤약볕이 내려쬐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구유정에 오르니 오느라 힘들었던 고생은 눈 녹듯 사라지고 말았다

얼마나 시원하고 장쾌한 풍경이던가!

 

 

▲ 해식해안의 아름다움

 

 

 

 

 

▲ 저 아래 첨성대를 닮은 건물이

영해직선기점이되는 영구시설이란다

 

 

 

 

 

 

 

 

▲산박하

모든 꽃들이 한낮의 쨍한 햇볕을 받고 있으면서 사진 찍히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 며느리밥풀꽃

 

 

▲잎과 줄기에 가시가 없으니 '뻐꾹채' 가 아닐까...

 

 

 

 

 

 

▲산꿩의다리도 눈이 부시단다.

 

 

▲다시 팔각정에 도착해 바라본 마을

 

 

▲길가에 짚신나물들이 많이 피어있었다.

 

 

 

 

▲?? 댕댕이덩굴??

친절하신 님이 '참마' 라고 알려주셨다.

 

 

▼ 점심식사 후 남은 시간 동안 마을 풍경을 가볍게 둘러보았다.

 

 

 

 

 

 

 ▲ 바닷물이 진정 파랗다.

 

 

▲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해안을 따라 놓인 저 나무테크 위를 걷고 있을 텐데.....

 

 

▲ 우리가 타고 나갈 여객선이 들어오고 있다.

참 다행이다. 태풍의 걱정도 비켜가면서

최고의 더위에 겁 없이 나선 어청도 둘러보기였다.

언젠가 또 다시 찾아와 저 곱고 순한 능선을 꼭 걸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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