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마음따라 발길따라

원추리 대신~~

물소리~~^ 2017. 7. 16. 18:02

 

 

 

 

▲ 달리면서 만난 진안 마이산, 구름이 묘하게 휘감고 있었다.

 

▲ 와이퍼가 자꾸 훼방을 놓는다.

 

 

   깊고 높은 산에 피어나는 꽃들에 대한 그리움은 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다. 철 따라 피어나는 그들이기에, 속세의 우리들 마음과는 아랑곳 하지 않고 피고 지고 하는 그들이기에 때 맞춰 찾아가는 일이 나로서는 여간 어렵지 않을 수 없다.

 

봄철 지리산의 철쭉이 그러했고 요즈음에는 덕유산의 원추리들이 내 그리움을 자극하고 있다. 한 두 송이 피어나는 것이라면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이겠지만 군락으로 피어나면서 빚어내는 풍경들은 가히 천상의 화원이라 일컬을 만큼 신비스러움까지 지니고 있으니 때가되면 열병처럼 보고 싶은 마음이 일렁이는 것이다.

 

7월 중순에는 덕유산의 원추리가 한창 만개하는 시기라는 것을 늘 외우고 있다. 어디 원추리뿐이랴! 일월비비추, 동자꽃, 긴산꼬리풀, 범꼬리, 물레나물, 꿩의다리 등 두루 헤아릴 수 없는 야생화들이 피어있을 것이니 아마도 걸음조차 제대로 걸을 수 없을 거란 생각만으로도 황홀한데 하지만 때를 늘 놓치고 살아가고 있으니… 이제는 그런 마음희망을 하나씩 해결하며 살아가고 싶다.

 

언니가 목, 금요일을 틈타 그렇게 덕유산을 다녀올 계획이라고 넌지시 알려주었지만 난 평일인데다. 한창 바쁜 시기라서 엄두를 못 내고 토요일인 7월 15일에 당일로 다녀올 계획을 세웠었다. 덕유산리조트에서 곤도라를 타고 설천봉까지 오른 후, 그곳에서 향적봉, 중봉, 송계삼거리까지만 갔다가 다시 곤도라를 타고 내려올 계획이었다. 원추리는 그렇게 중봉에서부터 덕유평전에 이르는 길, 산등성에 피고 있기 때문이다.

 

9시부터 운행하는 곤도라를 타기위해 아침 일찍 출발할 예정이기에 금요일 저녁 산에 갈 준비를 다 해 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얼마쯤 잠이 들었을까 요란한 천둥번개소리와 함께 쏟아지는 빗소리에 잠이 깼다. 엄청나게 내리는 비~~ 아, 이렇게 비가 내린다면 갈 수 없겠구나 하면서도 이번 장맛비는 국지성호우의 특성이 있다니 혹시 덕유산 일대는 비가 내리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라며 다시 잠을 청했다. 아침 5시 경에는 언제 그랬냐 싶게 비가 개었다. 뉴스에서는 간밤에 이곳 선유도에 260mm의 폭우가 내렸다고 이야기 해 준다.

 

그렇다면 덕유산도 비켜갈 수 있었겠다 싶어 서둘러 준비한 후 7시에 출발했다. 곤도라를 타고 올라 능선을 걷는 일이기에 남편도 함께했다. 가는 길 곳곳은 뽀송하기도 하고 비가 간간히 내리기도 했지만 어두운 날씨는 아니었다. 산허리를 감싼 구름들은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는 듯 머뭇거리고 있는데 괜한 나들이 길의 감성을 자극하는 참 멋진 풍경이다. 초록의 나뭇잎들은 빗물에 목욕을 하고나서인지 더욱 산뜻해 보이니 비에 대한 걱정은 눈 녹듯 사라져 버린다.

 

9시 6분 쯤 곤도라탑승 주차장에 도착! 그런데 주말인데도 주차장이 널널하다. 비가 내려서 일까? 하고 의아해하고 있는데 안내방송이 반복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천둥번개와 폭우로 인해 곤도라 운행을 중지할 뿐 아니리 덕유산 입산통제가 내려졌단다. 아니~ 이럴 수가~ 방송을 듣고도 믿기지 않아 사무실에 찾아가서 직원의 설명을 들었다. 기상 영상을 보여주며 더 많은 비가 내릴 거란 예보가 있어 위험하다며 설명을 해 준다. 맞아! 어설프게 올랐다가 큰 사고라도 난다면 더 큰 일이 아닌가. 그들의 처사에 현명함을 느끼면서도 모처럼 찾아온 발길을 돌려야하는 내 마음은 못내 서운하기만하다.

 

드라이브를 좋아하는 남편은 잘 됐다면서 거창으로 함양으로 돌아가며 계곡 구경하면서 가자고 한다. 14년도에도 오늘처럼 이 길을 따라 정자 탐방을 했었다.

 

 

 

함양 화림계곡의 농월정

해발 1,508m의 국립공원 남덕유산에서 발원한 금천(남강상류)은 깊게 혹은 넓은 계곡을 자유자재로 흘러내리며 함양을 지나 낙동강으로 합류한다. 그에 기이한 바위를 만나 담 . 소를 이루는 풍경을 옛 선비들이 가만 놓아두질 않았다. 풍경 좋은 곳에 정자를 지어 친구들을 초대하여 시를 짓기도, 낚시를 즐기며 시대의 문화를 꽃 피운 현장이다.

 

 

커다란 반석들이 가득한 계곡을 흘러가는 물이 달빛을 받으면 반짝이는 듯하다하여 붙여진 정자이름으로 특히 농월정 앞의 반석을 달바위라 부른다고 하였다. 반석과 물은 여전히 옛 명성을 품고 흐르는데 정자는 2003년에 화재로 전소된 후 2015년도에 재건하여서인지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재건은 내가 다녀온 후의 일이어서 새롭게 지은 농월정을 처음 만났다.

 

 

 

 

 

 

계곡을 건너 농월정에 다가가고 싶었지만 계곡물을 건널 수가 없었다. 저쯤에서는 건널 수 있겠구나 하고 가까이 가면 다시 거센 물살로 건널 수 없어 포기하기를 여러 번 하다 보니 어느새 아주 많이 거슬러 올라왔다. 날이 맑은 날이면 저 널따란 바위위에 앉을 수도, 누워서도 즐길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다시 주차장으로 향할 땐 농월정을 바라보며 계곡 길을 걸었다. 우람한 나무들이 비를 품은 바람을 날려주니 참으로 시원했다. 때죽나무가 많이 있으니 꽃 필 무렵이면 장관을 이루었겠구나!

 

 

 

화림계곡의 거연정

 

농월정을 지나 거연정으로 갔다. 가는 도중 동호정, 군자정 등 정자들이 있었지만 예전에 한 번 다녀온 경험이 있어 오늘은  다시 보고 싶은 정자만 찾아보고 집으로 가자고 했다. 비 때문이었다.

 

 

 

 

 

 

 

 

 

정자에 올라 이모저모를 보고 사진 찍고 싶었지만 단체객들이 정자 위와 밑을 점령하고 먹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

 

 

 

 

▲ 커다란 바위위에 올라 무슨 꽃인가를 사진 찍고 있었는데 나도 그만 찍혔다.▼

 

 

 

 

거연정 옆의 고목은 죽어서도 몫을 하고 있었다.

 

 

거대한 바위 위에 그랭이법으로 지었다고 한다.

 

 

오늘 인터넷신문 기사를 뒤적이는데 경남 함양의 조망명소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얼른 찾아 읽는데 농월정과 거연정에 대한 내용에 그만 관심이 폭발하면서 어찌나 반가운지 기사 일부를 인용해 보았다.    2017. 07. 17 오후


화림동 계곡의 정자 중에서 가장 빼어난 자리에 서 있는 정자가 거연정이다. 거연정은 금천의 물길이 두 갈래로 나뉘는 자리에 들어서 있다. 계곡 한가운데 바위 위에 자리를 잡고 있어 정자로 가려면 자그마한 다리를 건너가야 한다. 다리 아래로는 연못처럼 고요한 물이 담겨 있다. 이 물을 일러 옛 선비들은 방화수류천(訪花隨柳川)이라 했다. 꽃을 찾고 버들을 따라간다는 뜻이다. 바위에 부딪히며 흐르는 물소리가 휘감고 있는 정자의 정취는 이런 풍류 넘치는 이름에 능히 값하고 남는다. 거연정은 정자 안에서의 풍류도 좋지만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자연과 함께 감상하는 게 더욱 멋지다. 정자가 계곡과 바위 그리고 여윈 소나무와 어우러져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거연정은 고려가 망하자 벼슬을 버리고 강원도 깊은 산중으로 숨어들었다는 두문동 72현 중의 한 사람인 선비 전오륜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 정자의 빼어난 경관 속에는 세속을 버리고 물러나 자연과 벗 삼았던 지조 있는 선비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셈이다.

 

 

거연정을 지나 육십령고개에서 잠시 쉬었다. 빗줄기가 또 강해졌지만 이쯤이 남덕유산 등산초입임을 알기에 잠시 둘러보고 싶었다. 우산을 받쳐들고 천천히 걷다가 아, 우연찮게 원추리를 만났다. 마치 내가 오늘 만나지 못해 서운해 하는 마음을 달래주기라도 하는 듯싶으니 더없이 반가웠다. 이곳도 덕유산 자락이 아니던가! 나를 반긴 원추리는 중봉의 원추리 자손인양 닮아 있었다.

 

 

▲ 수박꽃

 

▲ 요즈음 한창 꽃을 피우는 참싸리

 

 

 

▲ 원추리

 

 

 

 

▲ 꼬리조팝나무

 

 

▲ 돌담과 개망초

 

덕유산 원추리를 못 만났지만 대신에 함양의 정자도 만나고 덕유산 들머리인 육십령고개에서 덕유산의 꽃들도 만났다. 또 전주에 도착하여 모악산에도 올랐으니 그나마 헛걸음은 하지 않은 것 같다. 오늘도 덕유산은 출입통제라는데 산 정상의 원추리들은 참 외롭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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