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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의 글방

오월 숲속에서

물소리~~^ 2017. 5. 19. 16:25

 

 

 

 

국수나무의 도열


5월의 숲을 걷노라면 내 눈과 귀는 쉴 틈이 없이 바빠진다. 그 무엇 하나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 부지런함으로 이 숲의 생기를 돋우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유난히 밝은 수런거림이 많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국수나무 곁을 지나다 문득 그렇구나! 하며 나 혼자 뜻 모를 생각을 반겨한다. 맞아! 오늘 이 숲속에서 결혼식이 있는 것 일게야. 나는 부지런히 신부 신랑을 찾아보고 결혼식 하객으로 참석한 이 숲 속 식구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결혼식이 시작되었나 보다. 하늘의 청명함은 요한스트라우스의 빈 숲속의 이야기를 가득 품고 있는 듯 잔잔한데 여기저기서 새들의 청아한 음색의 축가가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축가를 들으며 삼삼오오 찾아오는 하객들의 표정은 밝았고 손에는 나름대로 준비한 선물 하나씩 들고 있다. 축의금은 사절이라고 했으니 그저 마음으로 준비한 선물들이 풍성하기만 하다. 등치가 큰 꿩은 오늘 예식장의 안내요원으로 발탁 되었나보다. 느닷없이 꿩~ 꿩~ 소리하며 하객들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단연 키가 큰 오동나무였다. 보랏빛 꽃으로 달콤한 향을 보내며 서 있는 나무는 아마도 신혼 방 한쪽을 차지하고 있을 멋진 보랏빛 장롱을 만들고 있을 것이다. 오동나무 옆에서 솜을 부풀리듯 하얀 꽃을 피우는 노린재나무는 장롱 속을 채울 혼수이불을 준비하고 있다. 하얗고 보드라운 솜이불의 포근함이 저절로 느껴지는 기분 좋은 감촉에 참 아늑한 기분이 든다. 

 

 


아까시나무꽃

낭창하게 제 몸을 늘어뜨리며 피어있는 아카시아 꽃은 거실 창의 커튼으로 준비했을까. 이른 아침 햇살이 그만 커튼 자락에 자랑자랑 걸리고 말았다. 커튼을 살짝 걷히며 햇살의 길을 터주는 어여쁜 집주인에게 향긋한 향기의 아카시아꽃 커튼이 좌르르 흘러내리며 통 유리창 가득한 햇살을 애무하고 있다.

 

 



보랏빛 골무꽃이 산비탈 한쪽에 피었다. 어느새 반짇고리 까지 준비한 신부의 알뜰함에 빙긋이 웃음이 번진다. 문득 내 결혼 때 나에게 바늘쌈을 준비하여 건네주었던 동료가 생각난다. 나와 관계없는 부서에 근무하던 그 분은 나의 결혼소식을 듣고 여러 종류의 바늘이 들어있는 바늘쌈을 건네주었고 난 내가 받은 분에 넘치는 관심에 행복해 했었다. 지금도 그 바늘들이 남아 있으니 어쩌면 이 생을 다 하도록 나는 그 바늘을 사용할 것이다. 나란나란 피어있는 골무꽃은 미처 챙기지 못한 골무를 선사하며 아픔을 미리 감싸주고 있었다. 내 마음의 아픔에도 저 골무꽃을 끼워보고 싶다. 

 

 


땅비싸리

요즈음 혼수로 진공청소기 준비 못한 신부는 없을 테지만 굳이 커다란 청소기를 꺼내지 않아도 될 작은 공간의 부스러기쯤은 손안에 쏙 들어오는 앙증맞은 빗자루 하나쯤 필요하다는 것을 저 꽃은 어떻게 알았을까. 분홍빛 땅비싸리꽃이 뾰족하니 고개를 내밀며 서 있다.  

 

 


아, 찔레꽃

수줍은 영실(찔레열매 이름)이 처녀는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결혼식장 안을 살금살금 기웃거리기만 한다. 어쩌면 오늘 신부의 부케를 받는 주인공이 아닐까. 촉촉한 뽀얀 우윳빛 고운 피부의 얼굴에 호기심 가득한 수줍음이 가득하다. 참 예쁘다. 

 

 


지칭개

새색시의 얼굴위에서 부드럽게 볼연지를 그려줄 붓 솔처럼 지칭개들이 지천으로 봉오리를 올리고 있다. 그래 맞아 붓 솔은 왜 그렇게 자주 없어지는지 몰라. 많이 준비해가면 오랫동안 잊고 사용할 수 있을 거야. 크고 작은 지칭개 꽃으로 붓 솔을 마련하여 볼 위에도 눈썹위에도 아이라인에도 알맞은 크기대로 사용할 수 있겠구나.  

 

 


때죽나무

식장 천장에는 때죽나무들이 제각각 알맞은 조명으로 환하게 빛을 발하며 아래를 향해 빛을 보내주고 있다. 어쩜 저리도 단아한 모습일까. 주인공도 하객들도 모두 제 모습처럼 단아한 모습으로 빛나도록 환하게 빛을 발하며 피어있는 때죽나무 꽃등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신랑 신부 퇴장 때에는 폭죽과 함께 오색 테이프를 아주 멋지게 날려 줄 것이다.  

 


  이팝나무

딸을 보내며 얼마나 마음이 놓이지 않으셨을까. 신부의 친정엄마는 하얀 이팝나무 꽃으로 곳간의 쌀뒤주까지 가득 채워 주셨다. 또한 이 숲속의 쌀뒤주는 언제나 열어 놓고 누구든 와서 쌀을 가져가 하얀 쌀밥을 지어 먹을 수 있도록 하시니 꽃만큼이나 풍성한 인심이다. 인심만큼이나 윤이 반드르르한 밥 꽃을 피우는 이팝나무 꽃!  

 

 


  국수나무

결혼식이 끝난 후, 노란색 드레스를 입은 귀여운 들러리처럼 장난기 가득한 모습의 선씀바귀 꽃들이 길가에서 고개를 쑥 내밀고 인사하고 있다. 결혼식에 참석하고 돌아가는 하객들을 위해 국수나무들은 길 양쪽에 도열하여 하객들에게 인사를 하며 잔치국수 한 그릇씩 건네주고 있다. 초록빛 가득한 국수는 아마도 이슬을 장맛으로 한 까닭인지 너무 맛있다. 아, 너무나 아름다운 5월의 숲은 “혼례는 예술이다.” 라고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 신랑 신부는 누구였더라??? 이곳을 찾으신 선남선녀 모든 분은 모두 오늘의 주인공이신 신랑신부이시다. 피천득선생님은 오월을 이르기를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 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고 하셨다. 오월 숲에 있는 그대는 진정 스물한 살의 청신한 마음을 지니신 분! 나 또한 이 오월의 숲에 있으니 새로이 선물 받은 싱그러움과 함께 새로운 걸음을 시작해 보고 싶은 날이다.  




 

내가 어제부터 아침 산을 다시 오르게 된 것은 순전히 양파 때문이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밑반찬으로 양파피클을 담는다. 조금 많은 양을 준비하여 일 년 내내 먹곤 하는데 고기 먹을 때 함께 먹으면 개운할 뿐만 아니라 반찬이 시원찮을 때 내 낯을 세워주는 밑반찬으로 일등 공신이다. 아삭하며 달콤새콤한 맛은 내가 아픔으로 입맛을 잃었을 때 그나마 밥숟갈을 들게 했던 효자이기도 했다. 우리 아이들이 잘 먹는 음식이기도하니 해마다 빠짐없이 준비하는 때가 요즈음 인 것이다. 며칠 전, 양파를 사야하는데하며 혼자말로 궁시렁 거렸는데 남편이 들었나보다. 무겁다는 것을 감안하여 커다란 망 두 개를 사다 놓은 것이다.

 

양파크기는 적당하니 예쁜데 너무 많은가? 이걸 언제 다듬지? 하는 생각에 살짝 걱정이 된다. 할 수 없이 저녁 산책시간을 며칠 할애하자고 작정하니 괜히 그 시간에 미안하다. 그나마 운동하는 시간인데 그마저 없애면 나의 체력은 어쩌지? 한 달 후면 정기진료일인데 그때까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 합격을 받아야하는데하며 시간 나누기를 걱정하다가 옳지! 이 기회에 아침 산을 다시 오르자하며 작정하고 나니 괜히 신나는 마음이다.

 

아침 숲은 여전히 아름답게 모든 걸 품어내고 있었으나 난 그저 좋다는 감탄사만 연발할 뿐 그 무엇을 표현할 수 없었다. 동안 나는 내 건강만이 아닌 내 감성도 모두 약에 쓸려버린 듯싶으니 조금 슬프다. 하여 몇 년 전 쓴 글을 끌어와 사진만 다시 삽입하여 혼자 글놀이를 하였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