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들어진 담쟁이덩굴이
마지막 잎새 하나를 남기기 위한 수순을 밝고 있다.
초록빛 잎이 무성한 철에는 싱그러움과 함께
담을 타고 오르는 흡반의 기세에 약간 무서움도 보였다.
붉은빛으로 옷을 갈아입는 철이 되면
나로 하여금 교과서에서 배웠던 마지막 잎새의 간절함을
잎 하나에 매달아 보고 싶은 사치스런 마음을 안겨주기도 한데
주말에 내려온 울 아들은 담쟁이 담벽 옆을 지나며
‘하필이면 왜 남에게 기대어 살아갈까’ 라며 혼자 되뇌었다.
덩굴로 간신히 벽에 붙어있는 모습은
그냥 가냘프게 느껴지며 측은지심을 유발하는데
담쟁이덩굴은 초본이 아닌 나무로 분류한단다.
줄기가 나무처럼 굵어지기 때문이란다.
진짜 제 모습을 깊이 감추고
흡반을 숨기며 그렇게 살아온 세월들에 키운
굵은 줄기모습에 무언가 속은 것 같다는 느낌에 허탈함이 밀려온다.
괜한 것에 측은지심을 보이는 나 보다는
기대어 살아감을 나무라는 아들의 생각이 옳은 것일까.
하 어지러운 시절에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다 라고 항변하는
담쟁이덩굴나무의 말이 자꾸 귓전을 파고든다.
▲ 담쟁이덩굴 열매 그리고 줄기
▲ 울 아들이 차창 밖으로 나에게 V자를 그려 보이며 단풍나무 아래를 지나 일터로 가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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