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는 요즈음 회사일이 바쁘니 매일 특근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하여 이번 주말에는 내려오지 못하려나? 하는 생각으로 궁금해 하고 있었는데
금요일 오후에 아이가 전화로
토요일 아침에 집에 도착할 것이라고 한다.
내가할 수 있는 일은 아이 중심으로 주말일정을 변경하는 일이다.
아침 일찍 도착한 아이는 오자마자 잠속으로 빠졌고
난 아이 점심을 무엇으로 준비할까 궁리하다
미역국과 돈까스 그리고 생선구이를 준비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난 아이는 점심식사를 하면서 느닷없이
'엄마 오늘 내 생일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를 어째~~
함께 식사를 하던 남편과 나는 화들짝 놀라며 우두망찰하였다.
세상에나!! 아들 생일도 잊어버리고 있었다니!
그런데 왜 나는 뜬금없이 미역국을 끓였을까!!
왜 아들이 좋아하는 돈까스를 했을까!!
아이도 식탁에 미역국이 있음에 당연히 내가 알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서도
뭔가 이상하니 스스로 오늘이 생일이라고 했던 것 갔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애써 웃음으로 넘기면서도
찜찜한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있는데 아이가 봉투 하나를 건네준다. 뭐지?
20만원이 내장된 기프트카드란다.
엄마 쓰라고 하면서 주기에 웬 것이냐고 물으니
회사에서 생일 선물로 받았단다.
나는 지 생일날조차 잊고 있었는데
회사에서 챙겨준 선물까지 나를 준다.
코끝이 찡해오니 에둘러 괜한 가을날을 핑계 삼아 눈길을 피해보았다.
세상은 어지럽지만 그래도 내 마음 기댈 곳이 있다는 안도감에 젖어
가을 오후 한나절 햇살을 받으며 낮은 산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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