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열매를 기다리는 마음

물소리~~^ 2016. 11. 10. 17:14






16년 11월 10일의 유카




점심시간 지나서 살짝 내리던 가을비가

깊어지는 오후시간 따라 빗줄기가 조금씩 굵어지고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잔잔한 풍경이 자그마한 손짓으로

나를 자꾸 밖으로 불러내니 우산을 들고 살그머니 나왔다.

 

무작정한 마음이

한 순간 한 생각의 다그침을 받듯 화들짝 깨어난다.

며칠 전,

교회 옆 길가에서 탐스럽게 자라던 유카가 꽃망울을 맺은 것을 보았었다.

 

설마 꽃이 아니겠지 하며 사진을 찍었었는데

그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다.

슬리퍼 안으로 빗물이 자꾸 스며들며 한기를 끼쳐오니

겨울인가? 아니 늦가을이 맞는가보다.

유카 앞으로 간 나는 그만 깜짝 놀랐다

유카는 꽃을 피우고 있었던 것이다.

열매를 맺을 시기에 꽃을 피우고 있다니

유카는 년 중 수시로 꽃을 피운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열매를 바라는 마음이 크니 조금 걱정이 앞선다.

 

지난여름 너무 더운 날씨에

계절의 순환을 잊고 살아가는 생명체들이 많은 것 같다.

올해의 단풍도 대부분 늦게 물들고 빠르게 바스라진다고 하니

때를 모르고, 놓치고 살아가는 것들의 분별없는 마음들은 과연 무엇일까.

문득 어제 저녁의 뉴스가 생각난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 는 화엄경 구절을 인용하며

정치권과 국민 모두가 지혜로 삼아야 할 말씀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때 늦게 꽃을 피웠다고 좋아하기보다는

 열매를 맺지 못할 것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마음을

 유카 곁에서 제철에 예쁘게 피어난 국화가 건네는 향으로 달래본다.

 


 

1662일의 유카




16년 1026일의 유카


 

16년 11월 10일의 유카

 


 

▲ 제 철에 피어 향이 좋은 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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