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속에 저장된 사진들이 어지럽다.
하나씩 하나씩 지워나가며 정리를 하는데
어느 한 사진에서 손이 멈칫한다.
14년 7월
아마도 쓰레기를 버리고 오는 중이었을 것이다.
14년 8월, 새벽산을 다녀오며
엘리베이터 안에서 폰을 만지작거리다 찍혔던 것 같다.
사방에 둘러진 거울들에 꼼짝없이 서로 찍히고 찍었을까
연속성으로 찍힌 사진을 보며
문득 무성한 내 머릿결에 시선이 머문다.
지금의 내 머리가 정상이 아니라고 대변해주는,
거짓을 말하지 못하는 거울이 새삼 무섭게 느껴진다.
저 숱 많던 머리는 다 어디로 갔을까?
저리도 곧았던 머리가 왜 곱슬머리로 자라는 것일까?
거짓을 말 못하는 거울은
지금의 모습도 똑같이 찍어내며
내 마음을 비추고 있다.
하늘의 도리 또한 일정치 않아
굽혀지기도 하고 펴지기도 하며
없어졌다가도 생겨나기도 하니
나 역시 순리대로 살아가노라면
도리가 절로 이루어질 것임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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