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이른 아침
재난경고음과 함께 메시지가 날아든다.
자욱한 안개주의보였다.
가을숲의 나무들도, 푸석하게 말라가는 들풀들도
간밤의 나처럼
속이 메슥거리기라도 했을까
그들이 토해내는 가쁜 숨이 안개가 되었나보다.
괜찮다 괜찮다 하면서 뜨거운 여름을 보냈는데
자꾸만 신트림이 올라온다.
무엇에 신물이 났을까
가을날은 아마도 지난여름 견뎌온 세월에 보람도 없이
메말라가는 자신에 역겨웠을까?
나처럼 신트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하나에 놀란 마음은 곁가지 경우에도 걱정이 쌓이니
밍밍한 물을 억지로 삼키며 쏟아내고
끼니를 굶으며 내시경을 했다.
나를 혼돈의 안개 속에 잠재우고
내시는 이마에 불을 달고 내 몸을 얼마나 헤매고 다녔을까
위도 장도 멀쩡하다고 달래준다.
잠이 덜 깬 모습으로 천천히 거리에 나오니
아, 나뭇잎들도 햇살에
속맥을 다 들춰 보이며 내시경을 받고 있었다.
아! 가을 나뭇잎! 너희들도 멀쩡하다고 했니?
우리는 동지!
이 가을 멀미는 그만하고 천천히 함께 걸어가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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