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안개
안개가 자욱하다
온 세상의 모든 것을 덮어 버렸다.
햇님도 이겨내지 못하는 안개는
하얀 도화지가 되어
온 세상을 새롭게 그리려한다.
내 눈은
저기 저 자리의
덮이기 전의 그림들을 찾아 나섰고
어슴푸레 보이는 모습들에 안도한다.
덮었다하여
다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더 뚜렷하게 보일 뿐~
우리집 베란다 식물들도
제 모습이 더욱 선명히 보인다며 신이 났다.
안개는 낭패란다.
새로이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데
오히려 덮어버린 것들의 존재를
뚜렷하게 찾아주는 신령이 되었다.
안개는 스스로 묻혔다.
2014년 11월 27일 아침 8시 35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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