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굴구이
작은 아이가 왔다. 추석 때 보고 근 2달 반 만에 보는 얼굴~ 그냥 이쁘기만 하다.
졸업과 동시 입사하여 이제 12월이면 만 3년이 된다. 대리 승진이 된단다. 안정된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기쁜데 또 다른 은근한 기쁨을 안겨준다.
입사할 때 연봉이 얼마라는 정도만 알았을 뿐, 난 아이의 월급날도 모르고, 얼마 받는지도 모른다. 첫 월급 받아 몽땅 부모한테 주고 나서는 일절 없었다. 그래도 워낙 착한 아이라 믿는 마음뿐이니 걱정 할 것 없이 이쁘기만 하였다.
1년은 차 사느라 지독한 내핍생활을 하더니만 어언 2년 동안 저축을 많이 했단다. 적금 만기가 되어 목돈을 마련했다고 자랑하면서 엄마 쓰라고 이백 만원을 준다. 울컥해진다. 차마 그 돈을 쓸 수가 있을까.
점심을 사 준다며 함께 나가자 한다. 언젠가 한 번 가서 먹었던 굴 구이를 아빠가 말했고 1시간 반을 달려 천복굴단지를 찾아갔다. 멀쩡하던 날씨가 갑자기 흐려지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가는 도중 아이는 아빠에게 말한다. 내년 구정을 전후하여 일주일 휴가를 받았는데 그때 친구 2명과 함께 스페인 배낭여행을 다녀오기로 하고 비행기 예약까지 했다고 한다. 우리는 대찬성했다. 견문도 넓히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제는 정말 그 무엇도 내 손길을 필요로 하지 않는 아이다. 이제 제 짝 만나 결혼만 하면 되는데… 점심을 먹고 친구를 만난다기에 돌아오는 길에 몇 가지 챙길 일이 있어 나는 사무실에서 내렸다.
갑자기 허전해진다. 집에 들어가기도 그렇고 해서 어정쩡한데 딱 생각하나가 떠오른다. 엊그제 월명산에 다녀오면서 찍은 사진들 몇 장이 흔적 없이 사라졌던 기억이 난다. 그래 지금 다시 가서 잃은 사진 몇 장을 다시 챙겨보자며 나서려는데 아, 복장이 만만치 않다.
평소에는 내 차에 여벌의 운동복을 가지고 다니는데 오늘 아이와 함께 나오면서 차를 두고 나왔기에 없었다. 어쩌나 스커트차림인데… 다행히 운동화는 있기에 까짓것 안면몰수하고 스커트에 운동화를 신고 용감무쌍하게 나섰다. 산길을 타지 않고 산책로를 타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마침 비가 오락가락하니 우산도 챙겼다. 그런데 우산을 펴야하는 상황은 없었다. 스커트, 운동화, 우산, 완전 어울리지 않는 촌스런 패션으로 살금살금 걸으며 행여 아는 사람이라도 마주칠까 사람들의 눈길을 애써 피했다. 그렇게 40분을 걸어 목적지에 도착했고 잃어버린 사진 등을 찍으며 되돌아오니 1시간 20분이 걸렸다. 내 차림이야 무식했지만 난 그냥 재미있었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남편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차가 없으니 집에 함께 가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나는 대뜸 빨리 집에 가자고 서둘렀다. 왜 그러냐 한다. “씻은 돼지감자 썰어 베란다 난간에 내어 널었는데 비가 오려고 하니 빨리 가서 들여놓아야 한다” 고 하니 남편은 나더러 아들 챙기랴, 산에 가랴, 돼지감자 거두랴, 참 바쁜 사람이란다. 언중유골이다. 나는 재밌어 했던 일들이기에 만추의 어느 하루 부산함이 가히 나쁘지 않았다.
▲ 굴찜
▲ 굴이 참 탐스럽다
▲ 으아리
내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구경하려고...
▲ 은행나무 아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