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긋불긋 불콰한 시월은
슬그머니 자리를 비우려는데
곤드레만드레 취하고 싶은 십일월은
자꾸만 단풍을 청한다.
호젓한 산길에 들국화, 감국이 피었다.
저잣거리의 화려함을 마다한 채
맑은 향기 가득 담아 외롭게 피었다.
아무도 와 주지 않는 외로움을 지키며
허름한 자세로 서 있지만
그 풍성함은 마음씨 넉넉한 종갓집 며느리일세
외로운 좁은 길에서 넓으나 넓은 하늘 차지하고
좁은 만큼, 넓은 만큼의
온 마음의 그리움을 지니고 살아가는 마음
그 마음이 참으로 애틋하다.
늘 이맘때면 찾아보고픈 이곳에서
오래도록 풍경에 젖어들며 서성이는 까닭은
풍경 속에 남겨둔 그리움을 찾아주는
감국의 향에 취하고 싶어서이다.
▲ 노란 국화꽃에 노란나비가 간신히 의지한 채 수행 중,
나비따라 나도 열공해야겠다.
▲ 흐드러진 한 가지를 청하여 차에 꽂아 향을 취하고 취했다
▲ 집으로 들여와 화단의 한 가지와 함께 세우니
크고 작음의 분별이 있었지만
향만큼은 작은 꽃, 감국이 진하고도 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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