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마음따라 발길따라

조계산을 오르다

물소리~~^ 2014. 9. 15. 23:02

 

 

 

선암사를 돌아보고 경내를 빠져나와 곧바로 조계산 정상인 장군봉(884m)을 향해 걸었다.

 

 

대각암 오르는 길이라는 안내표시판을 따라 막 돌계단에 발을 올리려니 길가에 ‘큰도둑놈의갈고리’ 라는 야생화가 곱게 맞이한다. 웃음이 나온다. 왜 하필 너니? 하고 물으니 이곳의 좋은 모습 많이 가져가시라고요~ 천연덕스럽게 대답한다.

 

 

 

▲ 몇 발자국 올라 뒤돌아서니 그새 선암사는 지붕의 모습을 보여준다. 깊은 산 속에서 만나는 저 모습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평온함을 안겨주었을까. 존재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그 무엇이다.

 

 

 

▲ 쉬엄쉬엄 걷다보니 길 왼편으로 무언가를 가려놓은 가림막이 보인다. 이런 모습들을 만나면 괜한 이질감이 느껴지니 불편하다. 안내문을 읽어보니 선암사마애불에 대한 보수공사 중이란다. 역시나 바위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생각했는데 마애불이었다니… 볼 수 없음이 아쉬웠지만 이 또한 관심이 아니던가.

 

 

 

 

 

 

▲ 대각암 대선루

선암사에서 100m거리에 대각암이 있다고 하였는데 보이지 않으니 자꾸만 두리번거린다. 조금 더 오르니 잡풀 속에 낡은 건물이 있어 아 저곳이 대각암인가 보다하고 가까이 가려 하는데 남자 2명이 등산로를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나 역시도 초행인데다 등산 안내 표지판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 갈래 길이 나오면 몇 번 이나 망설이곤 했다. 그래도 도립공원인데… 관리가 조금 허술한 듯싶다. 

 

그 분들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길을 확인하고 있었다. 차라리 그분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냥 내 나름대로 길을 걸었을 텐데, 등산로를 확신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나마저 혼란케 하더니 결국에는 저 건물이 대각암이 아니란다. 지금 나는 그 순간을 매우 후회했다. 그 건물이 바로 대각암이었던 것이다. 아니라는 말에 지나치고 계속 올랐는데 끝까지 대각암을 만나지 못했다. 그나마 멀리서 사진 한 장을 찍었으니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대각암은 대각국사 의천이 세워 기거했던 곳으로 알려지고 있다. 선암사에서 대각국사를 상징하는 암자로 받들고 있다. 대각국사는 고려 문종의 넷째아들로 태어나 11세에 불문에 들어 30세에 송나라로 가서 화엄과 천태종을 공부한 화엄종의 대가로 전해지고 있다.

 

 

 

▲ 신감채

 

 

 

 

 

한참을 걸어도 대각암을 만나지 못하니 지나쳤나보다고 포기하고 처음 만나는 새로운 산길에 마음을 쏟았다. 그리 큰 나무들은 없다고 느껴지는데 울창한 숲을 이루는 산은 하늘을 가리고 초록 잔치를 벌이고 있다. 그저 귀로 들리는 새소리 바람소리가 얼마나 정답게 들려오는지 모르겠다. 그늘이 내려진 오솔길은 선함이 가득하였다. 빛마저 걸러주는 나무들의 그림자가 가득하니 내 마음도 그저 근본 없이 착해지는 것 같았다.

 

어느 순간 바람이 휙 지나가자 갑자기 탁 탁 탁 소리가 나더니 도토리들이 떨어진다. 마치 우박이 오는 듯싶다. 나를 환영하는 축하 테이프를 쏘는 것일까? 노랗게 익은 도토리가 참 귀엽다.

 

강한 햇살을 받아내는 나뭇잎들은 왜 그리도 화사할까. 사진기마저 눈을 부셔하는 그런 강함이지만 한없이 부드러움을 품고 있었다. 나무들이 내 뿜는 피톤치드에 정신이 맑아진다. 길가의 야생화들은 이제 지는 꽃들은 열매 맺기에 분주하고 가을꽃을 피우는 꽃들은 햇살을 받느라 여념이 없다.

 

 

▲ 참으로 잘 자란 소나무~

표피의 무늬가 어쩜 이리도 단정하고 단아함인지

단번에 내 눈길을 끌어가니 첫눈에 반했다.

 

 

▲ 도토리들이 무수히 떨어져 있었다.

도토리거위벌레의 소행일것이니

이 숲에서도 무수한 생명들이 자신들만이 지닌 지혜로 살아가고 있음이다.

 

 

▲ 바보여뀌

 

 

▲ 뚝갈

 

 

 

▲ 쑥부쟁이의 흰빛도 보라빛도 가을을 품고 있다.

 

 

▲ 맑은 햇살 아래에서 통통 여물고 있는 맥문동

 

 

▲ 오솔길을 가로막고 서서 서로 애정표현을 아낌없이 주고 받는다.

 

 

흙길로, 너덜길로 이어지는 아담한 길은 가끔 나를 혼란케 한다. 이정표가 없으니 길을 따라 가야하는데 발길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은 너덜지대를 만나면 길의 방향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 서서 둘레둘레 살펴보면 저만치서 흙길이 제 모습을 보이며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을 하는 것 같다. 그때의 반가움이라니… 얼마쯤 걸었을까. 앙증맞은 샘물을 만났다. 정말 깊은 산속 옹달샘이다. 놓인 바가지에 물을 떠서 마시니 정말 시원하다.

 

 

 

 

단풍취

 

 

 

나무가 단아한 브로치로 멋을 부렸다

 

 

 

산박하? 오리방풀? 들깨풀?

아리송했지만 햇살을 받고있는 모습을 지나칠 수 없었다.

 

 

 

이고들빼기

 

 

 

▲ 나무 사이로 멀리 산을 넘어가는 도로가 보인다.

어디까지 가는 길인지… 아스라이 전해오는 알 수 없는 뭉클함에

고도계를 확인하니 817m를 가리킨다.

이제 정상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편안함을 선사 받는다.

 

 

▲ 오르고 오르니

 

 

▲ 하늘로 통하는 문이 열린다.

 

 

▲ 조계산 정상 장군봉

 

▲ 아! 정상이다.

선암사에서 10시 35분에 출발하여 12시 12분에 도착했으니

 1시간 40여분을 걸었다.

 

 

▲ 앞의 잡목들의 키가 낮았다면 정말 좋은 풍경을 만났을텐데..

하늘의 맑음으로 위로를 받았다.

저 뒤 봉우리가 무등산이라고 한 등산객이 알려준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능선의 아름다움

 

 

 

정상 표지석이 있는 곳은 비좁았다. 다른 산의 정상처럼 사방이 확 트이지 않았다. 잡목들의 우거짐으로 시야를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 높은 곳에 올라서서 바라보는 풍경은 언제나 가슴 설레게 한다. 그 설렘을 느끼고 싶어 이리저리 뱅뱅 돌다가 간신히 나무 사이로 망원경을 들여다보듯 지리산 반야봉을 찾았다. 특이한 모습의 바위나 나무를 만나면 산을 찾은 보람을 느끼는데 나는 오늘도 이렇게 특별함을 찾았다. 물 한모금과 사과 한쪽을 먹고 지체 없이 정상을 내려온다.

 

 

▲ 그늘과 햇살이 공존하는 길목에서 자라는 참취가

청순한 웃음으로 나를 배웅한다. 내 잊지 않으리~~ 지금 이 순간을 ~~

 

 

 

▲ 나무 사이로 보이는 바위의 모습이 범상치 않다.

 

 

 

▲ 아! 배바위란다. 저곳을 오르려면 이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한다기에 나도 올랐다.

 

이 배바위엔 조선조 숙종 대에 선암사를 중창한 호암(護巖) 스님의 전설이 전해진다. 호암이란 당호는 그의 스승이 선암사를 지키라는 뜻으로 내려준 것으로, 호암은 스승과의 다짐을 이루기 위해 배바위에 올라 백일기도를 드렸으나 아무 효험이 없자 바위 아래로 몸을 던졌고, 이때 관세음보살이 그를 받아 안아주었다고 한다. 그때 그가 친견한 관음보살상을 조성, 선암사 원통전에 모셨다고 하며, 그 보살상이 영험하여 정조대왕도 여기서 기도를 드려 순조를 얻었다는 전설이 있다.

 

 

 

▼ 배바위에서의 조망

 

 

▲ 장군봉은 말없이....

 

 

 

▲ 내 모자 옆, 왼쪽이 선암사

 

 

배바위에 올라 정상에서 만나지 못한 풍경을 원 없이 바라보았다.

만약에 저 밧줄이 어렵고 무서워 이곳에 오르지 않았다면~~ 얼마나 아쉬웠을까

선암사가 보이고 상사호? 와 주암호?가 품은 물빛과 산빛, 하늘빛, 그리고 구름!!

참으로 아름다웠다.

호암스님처럼 몸을 던지면 받아줄 사람이 없으니 내려가기 싫다.

먼저와 앉아있던 한 사람이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자청하니

저 바위 아래의 천 길 낭떠러지가 아찔했지만 스릴도 있었다.

 

 

오르면서 잠깐씩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일행이 장군봉에서부터 내 뒤를 따라 왔는데 배바위에서 내려오니 저만치 앞서가고 있었다. 배바위를 올라갔다 온 사이에 나를 앞질러 간 것이다. 나를 다시 보더니 왜 뒤에서 오느냐고 묻는다. 배바위에 올랐다 내려온 것이라 하니,  조용히 걸으면서 꽃 사진도 찍고, 풍경도 찍는 모습을 보니 산을 참 즐기는 사람 같다고 한다. 배바위 덕분에 좋은 풍경도 만나고 듣기 좋은 소리도 들었으니 오늘 산행은 만점이다.

 

 

▲ 작은굴목재

작은굴목재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큰굴목재와 함께 그 유명한 보리밥집이 있다. 보리밥집을 구경이라도 할까하여 오른쪽으로 약 100m 정도 내려가다 다시 작은굴목재로 올라왔다. 아무래도 선암사에서의 약속시간에 늦어질 것 같았다. 하여 보리밥집을 포기하고 왼쪽 비로암 쪽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

 

 

방향을 바꾸면서 급히 서두르느라 발목이 한 번 삐긋 하였다. 걱정되었다 나 혼자인데 아파서 못 내려가면 어쩌나 한참을 제자리에 서서 발목 돌리기와 마사지를 겸하니 풀어졌다. 내 몸도 참 말을 잘 듣는다. 이제 조심해야지. 조심조심 내려오는데 이쪽 길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 조금 무서움도 있었지만 간혹 사람들 소리가 들리니 안심이다. 그저 조용한 산중의 운치를 혼자 마음껏 누리며 걸었다.

 

 

▼ 작은굴목재에서 비로암 방향으로 내려오며...

 

 

▲ 매미꽃

 

 

 

 

▲ 편백나무숲

 

내려오는 길이 만만치 않았다. 중간에 길이 나뉘는 곳이 있었지만 이정표는 없었다. 조금 더 넓은 길을 택하여 걷다보니 아무래도 비로암 방향을 벗어난 듯싶다. 울창한 편백나무 숲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문득 편백나무가 나를 인도하는 듯싶으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언뜻 나뭇가지 사이에서 지붕이 보인다.  아, 이제 다시 선암사에 도착했다. 초행길에 비록 내가 정한 길을 조금 벗어나간 했지만 참으로 뿌듯한 산행이었다. 지붕을 바라보며 안도하는 마음으로 이제는 느긋함으로 걷다보니 오랜된 승탑밭이 나타난다.

 

 

 

 

▲ 아마 이곳이 선암사의 서부도전인 것 같았다. 문화유적답사기에서 읽었었다. 조선시대 승탑 12기가 안치된 승탑밭.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 도둑놈의갈고리 씨앗

 

부도전을 막 벗어나려는데 길가의 풀숲에 무언가가 눈에 띈다. 어쩜!! 도둑놈의갈고리 씨앗이다. 꼭 안경처럼 매달려 있으니 금방 눈에 띈다. 산행들머리에서는 꽃이 마중하더니 이제 이곳 날머리에서는 씨앗이 배웅한다. 내가 오늘 조계산에서 무얼 담아 왔는지 모른 척 해줄 것처럼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아주 많이 내 마음 속에 담은 걸 볼 수 있으려나~~ 아니란다. 이 안경은 모든 것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특수 안경이란다. 나에게 건네는 선물을 카메라에 담고 돌아서니 아, 참으로 아름답고 즐거운 오늘 하루, 아니 4시간의 산행이었다.

 

 

장군봉에서 내려와 작은굴목재에서 파란선을 따라 걷고자 했는데

그만 나도 모르게 빨간선을 따라 걸어 선암사에 도착했다.

파란선 길을 걸었다면 비로암과 대각암을 다시 볼 수 있었을 것인데....

결국 대각암을 만나지 못했음은 나에게 선암사를 다시 찾아오라는 예시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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