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많은 비가 내렸다.
농민들은 단비라 반겼지만
머언 바다에서는 울음비로 내렸다.
새벽녘에 멎은 비로 말갛게 씻은 산이 나를 부른다.
자박자박 나서는 길
약간의 비탈 오솔길은
비가 많이 왔다고 일러주는 듯
묵은 갈잎을 쓸려 내리고 맨몸을 보여준다.
평평한 오솔길은
물먹은 갈잎을 그대로 끌어안고 있다
내 발자국을 받을 때 마다
절벅절벅 소리 내며 장단을 맞춰준다.
비에 씻긴 오늘의 오솔길은 고전이었다.
같은 빗줄기에도
비탈과 평평함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변화를 추구하는 길·
변치 않으려면 변해야한다는 고전의 명언을 일러 주고 있다.
고전은 나날이 새롭고 늘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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