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수를 따라
저녁식사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의 홀가분 함은
이 봄이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퇴근 후 집에 들어서자마자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자전거에 올라타고 페달을 밟는 순간
자전거는 겨우 내 기다렸다는 듯 경쾌한 질주를 한다.
상가 내 가게 앞을 지나고,
신호등도 때 맞춰 푸른 신호로 바꿔주니 거침없이
도로 턱을 불끈 올라선다.
도로변에 나란히 서서 꽃피운 벚나무들은
이제 막 기울어가는 노을에 더 한층 멋을 부린다.
꽃구경하는 봄이 아니라 내가 꽃이 되는 봄이다.
기다랗게 구불구불 이어진 호숫가의 길도
꽃잔디로 꽃단장을 했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길
바람도 봄바람이 되어 이리저리 들랑날랑
해질녘의 사물들이 마냥 부드럽다.
차츰 젖어드는 저녁이내에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며 저녁마중을 하는데
활짝 핀 벚꽃들은 어느새 가로등에 제 몸을 물들이며
정갈한 시간들을 갈무리한다.
봄 밤,
봄을 채우는 모든 것들이 봄빛에 젖어들 듯
어느새 내 마음도
내가 느낀 만큼의 봄빛에 젖어 들고 있었다.
▲ 해는 넘어가고
▲ 자전거가 있는 풍경
▲ 호수 건너 벚꽃의 행진
▲ 가로등에 물든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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