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개인 후, 햇빛이 눈부신 날 목련을 만났다.
직장생활 하던 시절 가곡 목련화에 심취했었다.
노래를 완벽하게 알고 싶어
2절까지의 가사를 외우느라 노래책을 들고 다니며 열성을 피웠다.
가사를 한창 외우려 노력할 즈음
하루는 복잡한 퇴근길 버스를 타고 있는데
라디오에서 목련화 노래가 나오는 것이었다.
나는 그 복잡한 틈새에서 책을 펴들고 따라 흥얼거렸다.
옆에 서 있는 사람들이 흘깃거린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고 어찌나 민망했던지…
그런 열정으로 가사 중
“봄에 온 가인과 같고” 라는 소절을 부를 때는
가인의 ‘ㄱ', 과의 ’ㄱ‘, 같고의 ’ㄱ‘ 을 연달아 발음할 때의 입모양에
퍽 신경을 썼던 것 같다.
또한 가인이라는 말은 佳人으로 아름다운 사람을 뜻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특히나 테너 엄정행님의 노래를 얼마나 좋아했던지
그분의 팬이 되기도 했던 시절이었다.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시댁조카의 결혼식 상견례에 참석했었다.
자리가 한창 무르익어질 무렵,
갑자기 결혼새내기라고 나한테 노래를 부르라는 것이다.
몇 번 망설이다 부른 노래가 목련화였다.
자리가 파한 후 집에 돌아왔는데 남편이 하는 말,
“그런 자리에서는 그렇게 긴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다.” 라고 하잖은가!!
천지가 꽃으로 가득한 요즈음
우아하게 핀 목련이 나의 그리움을 자극한다.
살아가노라면 힘든 일, 마음 내려앉는 일이 허다하지만
지난 젊은 시절의 추억은 언제나 나를 향기롭게 만든다.
봄꽃들의 오케스트라에
나는 초대받은 아마추어 가수가 되어 마음껏 목련화를 불러본다.
목련화는 말 그대로 나무에 피는 연꽃을 일컬음이다.
꽃이 피기 전 봉오리의 모습이 마치 붓과 같다하여 목필이라고도 한다.
너무 아름다워 4월을 잔인한 달이라 했을까.
4월을 껴안고 피어나는 목련은 잔인한 달을 상징이라도 하듯
한꺼번에 피었다가 한꺼번에 지면서
큰 꽃잎으로 어지러운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봄 햇살 가득한 점심시간에
인근 아파트화단을 찾아 나서니
목련은 일제히 하늘은 향해 꽃을 피우고 있다.
그런데 그 방향이 용케도 모두 북쪽을 향해 있다.
이에 대한 설이 전해오고 있다.
옛날 북쪽 나라를 지배한 신에 대한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은
공주의 넋을 담고 태어난 나무가 바로 목련이라는 전설이 있어서라고 한다.
그런데 꽃이 북쪽을 향해 피는 진짜 이유가 있다.
겨울에 꽃봉오리를 맺는 목련은 추위 속에서도 조금씩 자라는데
남쪽을 향한 쪽의 자람이 튼튼하기에 봄이 되어 꽃봉오리를 열게 되면
북쪽의 꽃잎은 남쪽의 꽃잎의 힘에 밀려 비스듬히 눕게 되니
목련 꽃이 모두 북쪽을 항해 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크고 우람한 꽃이 피어나도록 잎 하나 없음도 슬픈데
북쪽으로 몸을 틀고 있음도 애잔해 보인다.
생태적인 근거보다는 전설의 의미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프다.
내가 옛 시절을 그리워하듯 그리움으로 북쪽을 향해 피는 마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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