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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의 글방

새해 첫날을 보내며

물소리~~^ 2014. 1. 1. 22:16

 

 

 

 

 

 

   어제와 다름없는 날이 밝았다. 새해가 밝았지만 특별할 것 없는 특별한 날의 나의 일상은 어제와 다름없이 순서대로 펼쳐지고 있었다. 다만 특별한 날을 맞은 아이들이 다녀감으로 내 마음을 분주하게 했다.

 

큰 아이는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준비에 고군분투 중이다. 한가하게 집에 다녀갈 마음이 아니지만 역시나 그 준비과정에 필요함을 챙기려 겸사해서 다녀간 것이다. 한 해 마지막 날, 온 식구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앉아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아이를 따라 주차장까지 따라갔다. 행여 중압감으로 날선 아이의 마음을 건드릴까봐 말없이 따라가는데 아이의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들린다. 한순간 스치는 안도의 마음~ 아, 조금은 가벼운 마음인가보다. 그래, 왜 쉽게 갈 수 없을까를 고민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중요한 거지. 아이를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었으니 참으로 감사하였다.

 

작은아이는 직장의 연말 연휴를 마치고 새해 첫 날인 오늘 돌아갔다. 가기 전 필요한 몇 가지를 사러 마트에 함께 갔다. 고른 물건이 전자제품인지라 작동여부를 확인하려 했지만 우리는 알 수 없었다. 매장 직원을 부르니 얼른 다가와서 친절하게 알려준다. 설명을 다 들은 아이가 직원하게 고맙다며 인사하는 모습이 어찌나 정중한지… 내심 놀라웠다. 손님은 왕이라 했는데 아이의 행동은 매장 직원을 왕으로 대접하는 것 같았다. 기특하였다. 저 진중한 마음 표현을 언제 어디서 배웠을까. 따스한 마음으로 따듯함을 되돌려 받는 예쁜 마음의 아이가 대견스러웠다. 친절과 겸손이라는 명제를 만나는 순간에는 언제나 마음뿐이었고, 멈칫거리며 얼른 행하지 못하곤 하는 나를 훔쳐보았다.

 

아이들이 모두 떠난 후, 다시 휑한 집안 분위기다. 다 같은 아들이지만 향하는 마음 길은 제각각이니 밀려오는 허전함은 나를 서성이게 한다. 아이들이 떠난 후, 남편은 걷기에 나섰다. 폰의 만보기를 200% 활용하고 있는 요즈음이다. 열심히 걷고 들어온 남편에게서 찬 기운이 훅 끼쳐온다. 이만보가 넘었다고 자랑스레 보여주는 얼굴에 활기가 가득하다. 건강해야 일 할 수 있다며 스스로를 잘 챙겨 나가니 이 또한 고마운 일이다.

 

나는 오늘도 새벽산행을 나섰었다. 숲의 나무들도 하늘의 별들도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도 어제의 그 자리 그곳에 서 있었다. 해 뜨기 직전의 시간인지라 새해 일출을 만나지 못하고 내려왔었다. 집으로 돌아와 해 뜨는 시간에 베란다에서 어제와 똑 같은 해를 바라보았다. 어제와 오늘이 같은 모습인데 우리 사람들은 새해라 말하며 새로움을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제와 오늘이 똑같음을 굳이 지난해, 새해로 구분 짓고 특별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일, 이는 내게 주어진 지루한 삶의 조건들을 새롭게 어루만져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임을 알았다.

 

특별한 날이라는 명분이 없었다면 아이들이 오기나 했을까? 큰 아이의 편안한 모습을 알 수 없었을 것이고 작은 아이의 대견함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남편의 활기찬 모습을 새삼스럽게 바라볼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오늘 나에게 특별함으로 각인되고 있었으니 이는 분명 새해가 안겨주는 새로움이었다.

 

매일 일에 쫓기는 내 일상 속에 늘 새로움이 떠다니고 있음을 알았다. 내가 지금 걸어가는 길 위에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 실려 있음을 조용히 음미해보며 감사한 마음으로 새해 첫날을 보내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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