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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의 글방

오래되어 친근한 것에서…

물소리~~^ 2014. 1. 28. 19:20

 

 

 

 

 

 

 

   1월 말과 구정이 맞물려 있으니 일처리에 우선하느라 명절 준비하는 기분을 느끼지 못하고 정신없이 지낸 시간들이었다. 빨간 날들을 하루 앞둔 시점에 이르러서야 한 숨 돌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에게 달려드는 것들이 유난히 정겹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도, 그에 진행하는 아나운서의 멘트도, 신문들의 이야기들도, 귀하고 소중한 것들을 놓쳤다는 아쉬움이 밀려온다. 무엇부터 챙길까

 

급한 일은 명절 챙기기였다. 차례지낼 음식장만은 큰집에 가서 몸을 부리면 되는 일인데 좋은 사람들과 도타운 정 주고 나누는 일에 그만 소홀하고 말았다. 명절에 정 나누는 일이 어디 하루 이틀에 생겨난 일이던가.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살아가는 정을 잊지 않고 챙겨주었던 우리 조상님들로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우리의 오래된 풍속이 아니던가. 도타운 정 나눔에 성의 없이 임했으니 친근한 정이 먼저 달아나 버렸다.

 

달아난 정을 붙잡기라도 할 마음인 듯 은근슬쩍 설 연휴가 기다려진다. 딱히 무엇을 할 것이라는 계획은 없다. 다만 아이들이 오면 함께하는 시간들인 것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는 그래도 한번쯤 전통놀이 등을 생각해 보곤 했는데 아이들이 크고 나니 그 또한 무색하리만치 잊히고 있다. 며칠 전 우연히 아트숍에 들렀는데 그곳에서 아주 큰 가오리연을 만났었다. 어느 아빠가 아이에게 골라주는 듯싶더니 쉽게 결정하고 연을 사가는 모습이 퍽이나 정겨워 보였다. 아마도 설날에 연 날리기라도 하려는가 보다.

 

우리 어렸을 때에도 연날리기를 곧잘 했었다. 내가 하기보다는 남동생이 주로 하였는데 연을 날리러 가는 날에는 온 식구가 동원이 되었다. 아버지는 얼레를 잘 만져 주시고 어머니는 동생의 연줄에 풀을 먹여 튼튼하게 해 주셨던 기억이 난다. 연을 날리던 줄이 끊어져 연을 놓친 동생의 슬픈 표정도 기억이 난다.

 

연날리기가 우리의 세시풍속으로 내려온 데는 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으로부터 650여 년 전, 고려 공민왕은 반란이 일어난 제주도를 정벌하고자 최영장군을 보내어 반란군을 진압하라고 했다. 장군은 근 한 달 동안이나 치열한 전투를 벌인 끝에 난을 진압하였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연을 만들어 전투에 이용했는데 연에 불을 매달아 올린 후, 적진에 떨어지게 하였다는 이야기가 처음 연을 날린 이야기로 전해 오고 있다고 한다.

 

연을 나타내는 한자어 鳶(연)은 솔개를 나타내는 한자라고 한다. 솔개는 높은 하늘에서 날개를 움직이지 않고 날다가 먹잇감을 발견하면 급강하하면서 채가는 멋진 새라고 한다. 솔개처럼 하늘을 날고 싶은 마음에 연을 만들어 긴 줄을 조정하며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놀이는, 내가 새가 되는 일이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솔개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겨울철새인데 지금은 개체수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한 시인은 철새들이 날아가는 힘은 그리움의 힘이라고 했다. 요즈음 들어 철새들이 부쩍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리움을 못 잊어 찾아온 철새들이 고병원성바이러스를 옮기는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새들이 옮기는 병인지 확실치 않지만 그들의 떼죽음을 기화로 그런 것 같다 라고 말한다. 그럴 수 있겠다는 개연성을 지닌 철새의 용의성은 많은 사람들에게 포기하는 힘을 길러주고 있다. 어쩌면 누구의 잘못이라는 책임을 벗어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마음까지 길러주고 있다.

 

문득 새들에게 말 걸어보고 싶다. 진정 그러하냐고… 철새들이 철따라 이동하는 일이 한 두 해 전이 아니지 않는가. 자연적인 현상일 뿐인데 말 못하는 새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새들이 불쌍하다. 그렇지 않아도 이리저리 제 좋은 자리를 찾아 앞뒤 가리지 않고 옮겨 다니는 정치인들을 철새라 비유하는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이렇게 병을 옮기는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으니 새들은 인간들이 얼마나 미울까.

 

미운 인간들에 보아란 듯이 더욱 깔끔함으로 지내 주었으면 싶다. 연을 만들어 새가 되고 싶었던 마음을 녹슬지 않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들의 멋진 비상을 보며 환호하는 그 순수함을 잊지 않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鳶에서 적을 무찌르는 지혜를 찾았듯, 자손 대대로 내려오는 연 날리기나, 오래 전부터 철따라 이동하는 철새들의 무리처럼, 오래되어 친근한 것들에서 새로움을 찾아 슬기롭게 나아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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