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마음따라 발길따라

섬, 소소한 쪽빛 길에서

물소리~~^ 2013. 12. 11. 12:21

 

 

 

금오도 비렁길 2코스

두포 ⇒ 굴등전망대 ⇒ 촛대바위 ⇒ 직포

 

행정구역상 전남 여수시 남면에 있는 금오도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지역에 속한다. 우거진 숲 때문에 검게 보인다하여 거무섬으로도 불렸다는데, 섬 형태가 마치 큰 자라를 닮은 것 같다하여 지금은 금오도(金鰲島)라 한다고 한다. 정말 비렁길을 걷다보니 한 순간 산간지역이 아닌가 하는 의아심이 들 정도로 나무들이 울창했다.

 

 

▲ 두포마을이 보인다. 참으로 평화스러운 정경이다.

1코스의 마지막지점과 동시 2코스의 시작점이라는 분계선에 묘한 감정이 일어난다.

1코스를 무난히 마쳤다는 안도감과

2코스의 시작을 편안하게 하라는 위로처럼 참 평화스런 어촌이다.

 

 

해변가에서 나이 드신 할머니 한 분께서 큰 멸치를 말리고 계셨다, 옆을 지나기가 괜히 조심스럽다. 할머니 곁을 살짝 지나 잘 생긴 소나무 아래에서 커피 한 잔을 타서 마신다. 바닷바람이 간을 더해주는 것일까. 유난히 커피 맛이 좋다. 1코스에서 지체된 시간을 만회하려면 쉼을 오래 가질 수 없다.

 

그냥 걸어도 충분히 마음의 평화를 느끼는데 앉아 무엇하리요? 다시 마을 따라 펼쳐진 해변을 지나 2차 코스 시작점에 들어섰다. 시멘트길이다. 아마도 경운기 1대쯤은 지날 수 있지 않을까. 하기야 원래 이 비렁길은 주민들이 살아가기 위해 다니며 만들어진 길이니 시대의 변천에 따라 시멘트로 포장 해 두었음을 탓할 수는 없다. 우리도 같이 시대를 살아가면 되는 길이니까.

 

 

 

몇 발자국 걸어 오르니 파란 하늘을 향해 두 팔 벌리듯 서 있는 나무가 눈에 가득 들어온다. 잎 하나 남기지 않고 오직 빨간 열매가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달려 있다. 무슨 나무지? 늘 꽃 따로 열매 따로 바라보는 내 의식이 참으로 밉다. 나중에 집에 와서 알아보니 “이나무” 였다.

아! 이 나무가 이나무라니..

 

<비교사진으로 빌려 옴>

이나무는 전 세계 1속 1종의 나무라 한다. 긴 잎줄기에 이(기생충)처럼 생긴 것이 붙어있는 모습에서 ‘이나무’ 라고 한단다. 수형이 아름다워 관상수로 많이 심는다 하는데 이 역시 나는 이름 따로 모습 따로 알고 있었으니 열매만 달린 나무를 보고 이름을 불러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이나무는 나에게 환한 마음을 안겨주었다. 2코스를 무난하게 걸어가라는 환영의 메시지 같았다.

 

 

 

▲ 섬 어디에도 방풍나물이 지천이다

 

직포에 도착한 후의 후일담이다. 점심 겸 널리 알려진 방풍나물을 맛보자하여 직포마을의 음식점에서 방풍해물부침개를 먹었다. 오랜 시간 걸은 후의 입맛이라서 참 맛나게 먹었다. 궁금하던 터에 주인아저씨에게 나물이 혹시 꽃 종류 아니냐고 물으니 아니라 하신다. 그러면서 자세한 설명을 친절히 해 주신다.

 

원래 금오도의 특산물은 고구마였다고 한다. 주민들이 고구마를 제배하여 찐 후 썰어 말려서 소주의 주정(녹말 따위를 발효시켜 만든 무색투명한 액체)으로 전량 판매하여 생활했다고 한다. 그런데 값싼 중국산과 주정에 다른 재료를 사용하는 계기로 차츰 수요량이 줄면서 생활에 보탬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여 생각해 낸 것이 방풍나물을 재배하기로 하였는데 나물의 특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성공을 거둔 사례라고 일러 준다.

 

살아가는 방법이 어찌 똑같음만 있을까. 변화에 대처하는 마음자세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선택 할 것인지도 중요한 것임을 섬마을에서 새삼 느껴 보았다. 어쩌면 내 물음을 섬은 예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정연하게 설명하시는 주인아저씨의 얼굴에서 자부심이 보인다.

 

 

▲ 무엇 하나 예뻐 보이지 않음이 없다. 강아지풀도 금빛으로 치장하고 하늘을 벗 삼아 놀고 있다.

 

 

 

▲ 굴등전망대는 영화 촬영지로도 이름이 나 있다.

표고 200m 쯤 된다하니 높긴 높은가 보다.

아찔한 벼랑 돌출부에 우드테크로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 굴등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아마도 저 바위의 모습이 굴등을 닮아서 지은 전망대인 것 같다.

참으로 정겹기만 하다.

 

 

▲ 굴등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저 아래 바다위에서 배 3척이 제 각각의 길을 만들며 나아가고 있다.

어쩜 저리도 평화스러운 풍경인가.

그림 같은 풍경이다.

풍경은 삶을 끌어안고서 삶을 꿈꾸게 한다.

 

 

 

▲  굴등전망대 갈림길에 자리한 집.

지붕이 행여 바람에 날리까봐 돌을 매달아 놓았다.

‘지붕 날아 갈까봐 무섭소’ 하는 말이 들려오는 듯싶다.

어쩜 가장 원시적인 방법이 가장 자연스러우면서도 가장 든든한 힘이 아닐까?

 

 

 

▲ 그냥 바라만 보아도 좋은 풍경

 

 

 

▲ 비짜루인가?

해변가에서 잘 자라는 비짜루 같기도 한데

열매가 보이지 않으니 긴가민가하다.

 

 

 

굴등전망대를 지나면서부터 길이 갑자기 가파르다. 아마도 비렁길 중에서 가장 난코스가 아닐런지.. 땀이 솟아나기 시작한다. 그래도 가야한다. 촛대바위를 지나면 이제 2코스의 마지막인 직포에 도착하니까 말이다.

 

▲ 한참을 힘겹게 오르노라니 멀리 촛대바위가 보인다.

 

 

▲ 하늘수박이 멋진 자태로 촛대바위 만나기 전 쉬어가라 청한다.

 

 

▲ 촛대바위 전망대.

그런데 이정표에는 받침이 유실되어 솟대바위라는 다른 이름이 되어있다.

아무래도 바람의 소행이 아닐까. 바람은 이름을 바꾸고 싶었나 보다.

 

 

▲  촛대바위다.

난 아무리 보아도 삿갓바위 라 이름 짓고 싶구만…

누가 무어라 이름을 지어 부르든 아랑곳 하지 않고 우뚝한 바위모습이다.

 

 

▲  아, 멀리 직포 마을이 보인다.  오늘 내가 정한 목표의 마지막 지점이다.

 

 

해변가 마을의 공통점은 둥근 모래톱을 따라 형성된다는 것을 새롭게 알았다. 둥금, 모나지 않고 살아가는 마음, 이는 모두 바다가 일러주는 삶의 방식인가 보다. 오늘 삶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길이지만 쪽빛으로 물든 그래서 아름다운 길을 따라 걸었다. 참으로 귀하고 소중한 길이다.

 

언젠가 신영복 선생의 책에서 길 道의 뜻을 풀이해준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道 는 辶(착) 과, 首(수, 머리)로 이루어진 글자로 辶 은 머리카락 휘날리며 사람이 걸어가는 모양이고, 首는 사람의 머리를 의미하니 길이란 곧 사람이 걸어가며 생각하는 곳 이라고 풀이 했다.

 

나 오늘 섬의 길을 걸으면서 만나는 풍경들이 전하는 뜻을 헤아리고자 조금은 생각하며 걸었던 것 같다. 나와 자연이 소통하는 시간이 되었다고 조금은 자부 할 수 있다. 절벽을 넘어서지 말라는 소리도 들었고 거센 바닷바람에 견디어 내는 나무들의 지혜도 들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는 정해진 바가 없다. 다만 주어진 곳에서 터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선물로 받은 시간이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길

 

▲ 여천마을

 

 

▲ 여천항에서 배를 기다리며

 

 

▲ 나는 이 배를 타고 이제 섬을 떠나야 한다.

 

 

▲ 나를 태운 배는 금오도를 떠나 제 길을 정확히 찾아 나아간다.

 

 

▲ 외로워도 예쁜 섬

 

 

▲ 저 다리가 완성되면 또 하나의 섬이 사라지는 것일까?

다리 하나로 뭍이 되는 섬이지만 있는 그대로 변함없이 보존되었으면 좋겠다.

 

 

▲ 돌산 신기항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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