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마음따라 발길따라

섬, 음전한 옛길을 걷다

물소리~~^ 2013. 12. 10. 13:21

 

 

 

우리나라에서 21번째로 큰 섬인 금오도가 비렁길로 유명세를 타면서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 섬은 여수 금오산 항일함을 마주하고 있으면서 ‘금오’라는 명칭을 함께 가지고 있으니 의미가 예사롭지 않다. 불현듯 가고픈 마음이 일요일의 일정을 송두리째 빼앗아 버렸다.

 

여수백야선착장에서 7시 20분에 출항하는 첫배를 타기위해 컴컴한 겨울 한밤중 길을 3시간 여 달렸다. 일찍 움직여서 시간을 알차게 보내자는 신념이 있었기에 한밤중의 탈출이 재미나기도 하다.

 

백야대교를 거쳐 백야 선착장에 도착했지만 어둠으로 백야대교의 자태를 볼 수 없었다. 섬은 이미 섬이 아니면서도 섬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픈 묵직한 욕망이 자리하고 있었을까. 섬을 뭍으로 만들어 버린 대교를 삼켜버린 섬의 선착장은 묵묵하다.

 

 

 

 

 

우리가 기다리던 배보다도 또 다른 곳으로 더 일찍 출발하는 배 하나가 환한 불빛을 발하며 손님을 태우기 시작한다. 아. 정말 삶의 현장이었다. 나는 지금 잡히지 않는 낭만 한 자락을 찾으러 왔지만 내가 처음 만난 것은 삶이었다. 배가 있어야만 움직이는 섬사람들. 몇 안 되는 사람들을 태우고 배 하나가 내가 타야 할 배와 자리바꿈을 한다. 배 머리에 단 두 개의 불빛이 참 아련하다.

 

 

배가 출발할 즈음이 되어서야 백야대교의 모습이 보인다.

 

 

백야리 마을

 

 

 

바다에서  일출의 장관을 만날 수 있었음은  행운이었다

 

 

 

▲  40여분을 달리노라니 멀리 함구미항이 보인다.

 

 

 

 

 

금오도의 음전한 길 비렁길은 금오도 해안단구의 벼랑을 따라 조성된 길로 벼랑의 사투리인 비렁을 그대로 사용한 길 이름이었다. 해안절벽 위를 따라 아슬아슬하게 조성된 길 비렁길 코스는 모두 5구간 21.7km 이다. 나는 이 중 1코스와  2코스 총 10.7km을 걸을 예정으로 섬에 들어 왔다.

 

1코스 : 함구미마을 ⇒ 미역널방 ⇒ 송광사 절터 ⇒ 신선대 ⇒ 두포마을

 

1코스 시작점인 함구미 마을은 해안의 기암절벽이

아홉 골짜기로 이루어졌다고 붙여진 이름이란다.

 

 

 

 

 

 

 

 

 

 

▲ 마을의 유난히 높은 돌담이 성벽을 연상케 한다.

그리움의 시절에 돌아온 듯 정감이 물씬 묻어나니 낯선 마음이 편안해진다.

하늘수박을 흔들며 환영해주는 듯도 싶으니 걷기도 전에 마음이 붕붕 차오른다.

 

 

▲ 이른 시간이어서 일까. 길가에는 간밤의 찬 서리가 하얗게 내려있다.

 

 

 

▲ 오솔길로 들어서니 어느 시골길과 같은 한적함이 가득한 길이 나를 반긴다.

눈을 오른쪽을 향하면 바다가 한 아름 달려들고

왼쪽의 숲은 안온함으로 나를 감싸주니 참으로 음전한 길이다.

음전하다는 느낌은 순전한 그 순간의 나만의 느낌이었다.

 

 

 

▲ 방풍나물을 재배하고 있다.

방풍이란 이름을 듣고  ‘바람’ 을 막아주는 해안에서 자라는 식물로 생각했었는데

이곳 주민들은 풍을 예방해 주는 나물이라고 했다.

물론 같은 風자이기에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나는

갯방풍, 갯기름나물 등 꽃 이름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  거칠 것 없는 바다의 주인공은 오직 배

 

 

 

▲ 기후가 온화해서일까.

곳곳에 남아있는 산국들의 자태가 더없이 예쁘다

서리 내린 날의 국화!

“오상고절은 너뿐인가 하노라!”

정말 잊을 래야 잊을 수 없는 명언이다.

 

 

 

▲ 무성한 칡넝쿨, 그 누구도 손대지 않은 자연 그대로 자라나고 있었으니..

 

 

 

▲ 주인 잃은 돌담에 사위질빵이 우루루 올라서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행여 씨앗을 바다에도 날리고 싶은 것일까. 참 애잔함을 안겨주는 모습이다.

 

 

▲ 아, 찔레!! 그리움의 몸짓을 숨기지 못하고 있으니...

 

 

▲  우리 어릴 적 ‘삐비’라 불렀던 “띠”들이 참 예쁘게 물든 단정함으로 길을 지키고 있다.

 

 

 

 

▲  덤불 속 탱자나무

 

 

▲ 이 다정함을 어쩌란 말이냐!

 

 

▲ 꽃은 꽃대로 예쁨으로 피우고

열매는 열매대로 최선의 방법으로 맺는다.

참 탐스럽게 맺은 결실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바다와 산 어느 곳 하나 치우침 없이 제 몫을 다하고 있는 섬,

오늘 찾아오기를 참 잘했다.

이제 서서히 해안 절벽의 풍광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음전한 여성스러움의 길에 잠겨있다 화들짝 남성미를 만나는 느낌이었으니

내 마음은 덩달아 허둥댄다.

 

 

 

 

 

 

 

▲ 어민들이 미역을 채취해서 말린 곳이란다.

높이 90m에 이르는 절벽위의 편평한 장소

밑을 바라보니 아찔했지만 펼쳐지는 풍경은 저절로 탄성을 지르게 하였다.

 

 

 

 

 

 

 

까마득 치솟은 절벽

까마득 떨어진 벼랑 끝의 낚시꾼 들~~

 

 

▲ 하늘수박이 공중곡예를 하고 있다.

 

 

 

 

 

 

다래덩굴이 길손들에게 유연함을 뽐내고 있네~~

 

 

 

 

잘 자란 띠들이 파도를 따라 물결치듯 자라고 있다.

 

 

 

 

 

 

 

 

  

 

 

 

▲ 송광사 터

 

 

▲ 후박나무

이곳 금오도 나무들이 아주 무성하여 검게 보인다는 속성을 증명이라도 하듯

우람한 후박나무 역시 검게 빛나고 있었다. 빨간 열매마저 숨겨드는 빛이었다.

 

 

 

▲ 방풍나물

 

 

 

 

 

 

 

 

▲ 봐도 봐도 또 보고 싶은 풍경! 그리움의 내 마음을 담아 걸어두었다.

 

 

 

 

 

 

 

 

띠들이 자연스럽게 묘를 단청해 주고 있었다.

풍경들 앞에서 유구무언 일 뿐~~

 

 

 

 

 

 

▲ 난생 처음 보았다. 초분을.....

 

 

▲ 또 하나의 그리움을 향해~~

 

 

 

 

 

 

▲ 흔하디 흔한 청미래조차 멋지게 보이는 까닭은 수수함 속에서 빛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 정말 나무들이 많았다.

동백, 후박, 서어, 측백, 비자 나무 등 우람할 뿐 아니라

울울창창한 숲을 이루고 있으니 참말 좋기만 하다.

 

 

 

 

 

 

 

 

 

 

 

 

  1코스 마지막 길을 대나무가 도열하며 인사를 하고 있다

이 길을 벗어나면 1코스의 마지막 지점인 두포마을이 나온다.

원래 2시간 코스라 하였는데

풍광에 마음 빼앗기며 해찰 하느라 근 40분을 더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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