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차장에서 내리막길을 막 내려오면
한 무더기의 호박덩굴이 이리저리 뻗으면서
샛노란 꽃을 피워내고 있다.
이른 아침 산에서 내려올 즈음에는 보송보송한 꽃가루를 머금고
막 피어나는 모습이 퍽이나 싱그러운 모습을 보이지만
햇살 따가운 한 낮에는 봉오리를 살짝 닫고서 더위를 피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활짝 핀 호박꽃을 제대로 볼 수 없기에
아마도 못생긴 꽃이라 생각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움이 짧은 순간이기에 그 진가를 모르는 우리네 마음.....
호박이란 말은 퍽 풍성한 느낌을 준다.
잎의 너울거림이 잔잔하면서도 여유로운 느림의 미학을 갖추고 있음은 물론,
가을날, 잎줄기가 다 시든 담장 위에 덩그렇게 혼자 앉아 있는 모습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욕심을 내게 한다.
둥글둥글한 모습에서 모남이 없는 부드러움을 풍기니
한번쯤 안아보고픈 욕심을 자아내기도 한다.
우리네 정서에 빼 놓을 수 없는 풍성함의 진미..
풋풋한 애호박을 성글게 썰어 부침을 하면
부침개 모양 역시 넉넉한 둥그런 모습…
애호박을 둥글게 썰어 맑은 햇살에 말렸다가
물에 불려 기름에 볶아 놓은 것을 그 중 제일 좋아하지만
이렇게도, 저렇게도, 두리 뭉실한 모습과 맛으로
우리생활과 밀접한 관계에 있으면서 생활 깊숙이 자리한 예쁜 호박이다.
뒷면의 까슬까슬한 감촉이 목으로 넘기기에는 왠지 까칠해
호박 잎 쌈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막 솟아난 새순을 바라보는 일은 참 즐겁다.
언제가 유년시절에 둥글게 말린 호박순을 펴 보려고
무던히 애 쓰던 기억이 난다.
그 가녀린 모습으로 어떻게 다른 줄기들을 감고 올라가는지..
아마 그 모습도 생존 경쟁의 한 모습이려나?
살아가기 위한 현명함…
비 오는 날, 활짝 핀 호박꽃은 꼭 별처럼 영롱하게 빛을 발한다.
조금 둔하고, 느릿함을 지닌 모습이지만
부지런한 사람만이 예쁜 꽃을 볼 수 있음과
온갖 정을 나눌 수 있는 소박함이라는
한 가닥의 삶의 진리를 건질 수 있도록
소중함을 건네주는 그런 모습의 호박꽃이 나는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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