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가 지나고 초복이 지나면서
숲속의 주인들도 옷차림을 달리하더니
철따라 피어난 꽃들을 지우고
하나 둘 열매를 맺더니, 금세 익혀가기도 합니다.
자귀나무 꽃으로 부부간의 화합을 일러주더니
어느새
매미들을 초대하여 실컷 흥을 내라 자리를 내줍니다.
그야말로 시인의 말처럼 자연은
눈물겹고 소슬한 이치를 말없이 보여 주지요
자연이 주는 이 다정스런 무관심이 어찌나 가슴에 와 닿는지
하루 종일 그들과 벗하고픈 마음입니다.
그냥 참 좋습니다.
그 좋음을 마음껏 누리고 싶어
며칠 전, 초저녁 호숫가를 돌다
깜짝 반갑게 부들을 만났어요.
단순한 모습이 그렇게 반가운 것은
부들에 어려 있는 내 지난날의 정감이 와락 밀려 왔기 때문이지요.
꽃꽂이 전문가도 아니면서
꽃꽂이를 즐겨하던 때가 있었지요.
직장 다니던 시절에 그렇게 사무실에 꽃꽂이 해 놓기를 좋아했답니다.
그 한 가지 열정으로 정성을 들이며
늘 꽃꽂이 소재를 찾아 나서던 시절,
꽃집에서 어린 시절 방죽가에 자라던 부들을 만나던 날,
망설임 없이 사들고 왔었지요.
아무렇게 꽂아놓은 꽃꽂이였지만
부들은 여한 없이 감초역할을 해주며 활기 있고
이야기가 있을 듯싶은 분위기로 만들어 주곤 하였답니다.
그렇게 부들은 내 마음을 장식해 주면서
꽃꽂이의 훌륭한 소재로 제 몫을 다 해낸,
나만의 추억덩어리입니다.
알 수 없는 충만함에 이끌려 이제 꽃꽂이 대신
카메라에 담아 본 한여름 날의 초저녁이 마냥 즐겁기만 했습니다.
꽃가루받이가 일어날 때 부들부들 떨기 때문에
부들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하지요.
부들은 환경조건만 맞으면 키가 크고 튼튼한 줄기로 잘 자라기에
돗자리, 방석, 도롱이 등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부들은 또한 약효가 탁월한 식물이라고 해요.
지혈이 좋고
특히 여성 병에 좋은 효과를 준다고 해요.
최근에는 부들을 이용해 종이와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하니
이제 에너지원으로도 손색이 없는 귀한 습지식물이 아닐까 해요.
진즉부터 친하게 지내온 부들이기에
이렇게 씩씩하게 자라는 모습을 바라만 보아도 좋기만 한데
지닌 성분마저 좋기만 하니 참 다감한 식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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