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내 마음 한구석이 찜찜하다

물소리~~^ 2024. 11. 22. 21:20

 

▲ 저녁 산책시 만난 가로등 불빛 아래의 은행잎

 

 

우체국에 가게 되면 주차공간이 난감하다.

하여 우체국에 자주 가는 나는 아예 멀리 주차하고 걸어가든가

아니면 우체국 옆 人道에 살짝 걸쳐 주차하고 얼른 일을 보고 나온다.

우체국에서도 최대한 안내를 해 주곤 하는 인도에는

빛바랜 하늘색과 회색 두 가지 색깔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곳이다.

 

20일 전쯤 되었을까? 그날은

내가 올해 담은 고추장을 언니와 동생들에게 보내려고 준비한 날이다.

다른 때 같으면 어머니 집에 가져다 놓으면

한 번씩 어머니 뵈러 내려와서 가져가곤 하기에

나는 아무런 걱정이 없었는데 이제 어머니 집이 없으니

각자에게 보내주려는 내 마음이었다.

작년에 보내준 고추장을 모두 다 먹었다고 하면서 은근히 좋아하니

나 역시도 기분 좋은 마음이었다

 

단단히 여민 박스가 3개나 되어

나는 우체국에 조금이나마 가깝게 인도에 살짝 걸치는 주차를 했다.

박스 세 개를 한꺼번에 들지 못하고

먼저 두 개를 들고 걸어갔는데 박스 때문에 바닥을 볼 수 없었다.

 

몇 발자국 걷다 나는 무언가에 살짝 걸려 휘청했다.

놀란 마음으로 넘어지지 않으려고 억지로 두 발걸음을 옮겼지만

이미 몸 중심은 앞으로 쏠려 있었는지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두 박스 중 하나는 저만큼 나가고

하나는 내 몸 하중에 바닥에 강하게 박히면서

박스에 상처가 난 것은 물론

내 무릎이 까지고 오른손 약지가 심하게 꺾였다.

 

▲ 무릎과 붕대로 칭칭 감은 손가락

 

순간적으로 창피한 마음이 들어 얼른 일어나 우체국 안에 들어가니

직원이 박스를 보며 놀란다. 사정을 이야기하니

다치지 않았느냐 하면서 박스 봉합을 꼼꼼히 해 주었다.

다행히 유리병도 아니고 또 뽁뽁이로 여러 번 감았기에 내용물은 아무렇지 않았다.

우체국 일을 마치고 나오니 무릎도 아프고 손가락이 부어올랐다.

넘어진 자리를 확인해 보니 보도블록이

아주 조금, 엄지손가락만큼 돌출되어 있었다.

 

심하게 다치지 않은 것 같아 병원에 가지 않고 비상약을 바르니

멍은 시커멓게 더 번졌지만 손가락은 부기도 빠지면서 시나브로 나아가는데

무릎은 걸을 때마다 시큰하니 불편하였다.

 

5일이 지나 할 수 없이 병원을 갔다.

문진하고 무릎 사진을 찍어보자고 하여 사진을 찍었다.

다행히 찰과상에 그쳤지만, 신경이 놀란 듯,

그로 인해 시큰함이 나타나는 것이라 한다.

약 3일분을 처방해 주었고 물리치료를 받고 나왔다.

다행이라는 말에 안도가 되었다.

 

나는 지금까지 무릎 불편함을 모르고 지낸 까닭에 무릎 사진을 찍어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사진을 찍어보면서 관절이 궁금하여 여쭈어 보니

내 나이에 비해 연골이 좋은 상태라고 말해준다.

 

우매함으로 넘어졌지만,

그 덕분에 무릎 상태가 좋다는 확인을 받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며칠 후 다시 우체국에 가면서

그곳을 지나다 보니 내가 넘어진 그곳에 봉을 박아 놓았다

우체국 직원에게 어찌 된 일이냐고 물으니

자기들도 모르는데 시청에서 박았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내가 넘어진 그날

시청과 관계되는 분 누군가가 내 모습을 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차하면 민원이 제기될 것 같은 일이기에 얼른 시정한 듯싶었지만

우체국 오가는 사람들의 불편은 더 커진 것 같다.

 

나는 이제 무릎도 손가락도 완전히 나았다.

하지만 人道는 오가는 사람들의 무게를 받느라 얼마나 힘들었을 텐데

봉까지 박히는 아픔을 겪었으니 오죽할까.

그냥 내 마음 한구석이 찜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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