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느닷없이 영화를 보자고 한다.
웬일로?? 무슨 영화??
뜬금없는 제의에 내 연이은 질문이 우스웠는지
‘오펜하이머’라고 한다.
아니 오펜하이머라면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을 만든 사람 아닌가?
유명하고 이름을 남긴 사람들의 일대기를 좋아하는 남편 답다며 일단 예약을 했다.
금요일 오후 6시 15분 시간으로 총 상영시간은 3시간이라고…
퇴근 후 5시 20분에 영화관에서 만나
식당가에서 간단히 저녁 식사를 하고 관람하기로 했다.
우리 市에는 롯데시네마가 두 곳이 있다.
나는 예약 영화관에 도착하여 기다리는데 약속 시간이 지나도 남편은 오지 않는 것이다.
전화를 해 보니 아니!!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나를 기다리며 왜 안 오느냐고 한다.
에고~ 나 못살아~~
빨리 이곳으로 오라 하니 15분쯤 걸린단다.
45분에 도착하였으니 저녁을 먹을 수 없고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조금 먹고 입장했다.
배고픔을 못 참는 사람인지라 9시 반에 끝나는 시간까지 견딜까 싶다.
상영관 앞에는 팝콘과 음료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팝콘 담는 컵 크기가 어찌나 큰지 그냥 패스했다.
이 영화는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의 책 내용을 원작으로 삼았는데
책의 서문에는
“반항적인 그리스의 신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로부터 불을 훔쳐 인류에게 주었듯이 오펜하이머는 우리에게 핵이라는 불을 선사해 주었다. 하지만 그가 그것을 통제하려고 했을 때, 그가 그것의 끔찍한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려고 했을 때, 권력자들은 제우스처럼 분노에 차서 그에게 벌을 내렸다.”라는 내용이 있는데
어쩌면 이 영화는 이 책 서문 내용에 충실한 듯싶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의 편이었다.
그는 제우스 신전 부엌에서 향나무에 불을 붙여 인간 세상에 내려와
골고루 나누어 주고 그 불의 사용법까지 가르쳐 주었다
이에 화가 난 제우스 신은 프로메테우스를 구리 쇠사슬로 묶어 산의 바위에 묶어 두었다.
이곳에서 흉측한 독수리에게 낮이면 간을 쪼아 먹히고
밤이면 다시 상처가 아물곤 하였으니
날마다 그는 간을 쪼이는 고통으로 지내다 헤라클레스에게 구원을 받았다는 전설이다.
여기에 오펜하이머를 프로메테스에, 제우스에 권력자를 대입해보면
서문의 내용에 극히 공감이 가는 것이다.
하니 이 영화는 원자폭탄을 만들어 낸 오펜하이머에 대한
당근과 채찍 모두를 말해 주는 것 같았다.
이 영화는 그의 젊은 시절, 폭탄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맨헤튼 계획 시대),
오펜하이머가 소련 스파이인가 아닌가에 대한 청문회 등
시기적으로 구분할 수 있겠는데 자칫 흐름의 이어짐을 혼동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2차 대전이 한창일 무렵 미국에서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오펜하이머를 수장으로 앉힌다.
그는 다방면으로 탁월함을 보인 물리학자였다.
거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원자폭탄을 발명했고 실험까지 성공했다.
곧이어 원자폭탄 2개를 만들어 일본에 투하함으로써 사실 2차 대전의 종전 실마리가 되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시대의 영웅이 된다.
그 후 오펜하이머는 회의를 느낀다.
훌륭한 과학적 발견이 도덕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원자 폭탄 투하 후 자기 손에 피가 묻은 것 같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이에 미국은 더 강력한 무기 발명을 위해 수소폭탄 발명을 지시하지만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보다 100배 이상의 폭발력을 가진 무기는 인류를 위한 일이 아니라며 반대한다.
그와 동시에 소련에서 원자폭탄 핵 실험에 성공한다.
하니 미국 관료들은 오펜하이머가 소련 스파이라고 몰아세우며 청문회를 연다.
실제 그 프로젝트에 참가한 사람 중 소련 첩자가 있었으니…
이 영화에서는 원폭을 투하하는 장면이나 피폭자들의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오펜하이머의 삶을 재조명 해 보는 것이라고 영화 감독은 선을 그어 보여주고 있다.
핵폭탄 실험 씬과 효과음의 웅장함에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볼 수 있는 영화였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와 씻고 tv를 켜고 채널을 돌려 보는데 아니?
ebs 방송에서 오펜하이머에 대한 방송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란 마음으로 시청했다 방송 말미 시간으로 잠깐이었지만
그의 일생을 더욱 각별하게 만날 수 있었으니…
그는 담배를 몹시 즐겨 피웠다고 한다.
영화에서도 담배를 들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이 자주 등장했는데
그는 1967년에 인후암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사후에서야 그가 소련 스파이가 아니었음을 인정했다는 이야기와
실제 투하한 원자핵 폭탄의 최초 적하장이 티니언 섬이었다는 것을 tv로 시청했다.
나는 또 한 번 놀랐다
티니언 섬 이라면 우리 큰애가 초등 3학년 때 다녀온 곳이기 때문이다.
그 당시 우리 친정 오빠가 삼성에 근무하면서 사이판에 파견 근무 나가 있었기에
오빠의 초청으로 사이판에 가서 관광하였고
그 하루 중 경비행기를 타고 티니언 섬으로 갔는데
그곳 바닷물이 어찌나 맑고 아름다운지!!
그 바닷물 속을 유영하던 물고기 모습 들을 훤히 다 볼 수 있었음에 얼마나 경이로웠는지!!
만약 그 원자폭탄을 그곳에서 싣고 나가다 잘못하여 폭발했었다면
그 섬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잠을 잊은 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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