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동유럽 여행 시
일정에 따라 다녀온 각 나라들마다의 특성과 자연환경의 아름다움에 많은 감동을 받았었다.
그 중 체코는 내가 지닌 지금까지의 체코에 대한 이미지를 변화시킨 제일의 나라였다.
단순히 공산주의에서 해방된 나라~라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많은 곳도 아니었고 단지 구시가지 따라 이어지는 짧은 일정이었음에도
잘 지켜온 오랜 역사의 흔적은 아름답기 짝이 없었으며
그에 스민 역사적, 문학적 이야기에 그만 놀란 마음으로 체코를 다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니 황금소로에서 만난 카프카의 작품실은 두고두고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 6월은 카프카의 타계 100주기가 되는 시기로
그의 작품성에 대한 재해석과 함께 신간과 비 편집된 작품들이
매체를 통해 여러 번 소개 되고 있는 요즈음이다.
하니 나 역시 카프카가 타계한 6월이 가기 전
그의 작품 하나라도 읽어보자는 어쭙잖은 마음으로 책꽂이에서 그의 단편집을 꺼내 들었다.
내가 지닌 단편선에는 ‘변신’ ‘선고’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화부’ ‘시골 의사’ 5편으로
그 중 선고를 읽었다.
작가가 단숨에 지었다는 작품이었다는데 나도 단숨에 다시 한번 읽었다.
게오르크는 아버지와 사업을 물려받아 사업가로 성공한다.
그의 친구는
성공을 위해 러시아로 떠났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불운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게오르크는
그 친구와 편지를 주고받는다.
하지만 자신은 성공했고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한다.
친구가 절망감을 느낄까 봐서다
이런 사실을 약혼자에게 이야기하니
약혼자는 사실대로 말하라고 한다.
게오르크는 사실대로
자신의 사업 성공과
유복한 가문의 딸과 결혼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썼고
이 내용을 아버지에게 전하지만
아버지는 자신과 친구를 속였다고 하면서 비난한다.
(나는 이 대목에서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아들에게 익사형의 판결문을 전하자
게오르크는 그대로 집을 나와 강물에 빠진다.
짧은 소설의 결말이 조금 황당했지만
아버지의 인정을 받고 싶어 했던 게오르크는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면서
아버지에 복종하는 마음으로 갈등을 없애고 싶은 것이었을까
이 소설에서 친구와 게오르크를 동일인물로 설정하는 면도 있다.
그래야만 위선적인 삶을 살아온 게오르크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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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카프카의 삶에서 그의 아버지는 존경이자 두려움의 대상이었다고 회고했다.
자신은 문학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아버지는 법학 공부를 원했고 카프카는 선택했다.
그런데도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시절을 보냈다고 하니…
소설 속 아버지의 익사형 선고를 받고 그대로 따라 했음은
아버지에게 그렇게라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단숨에 읽은 소설의 내용이 무지 헷갈린다.
카프카 타계 100주년을 맞아
체코에 다녀온 호감으로 무어든 꼭 한 번 읽고 6월을 보내려 했지만
어느새 6월 마지막 밤을 맞았다.
어떡하든 6월을 넘기지 않겠다는 급박한 마음은
가장 짧은 소설 한 편을 단숨에 읽고 무언가를 다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내 마음은 어떠한 선고를 받을 수 있을까.
이미 도래한 7월을 꼭 붙잡고 어떻게든 견뎌 보아야겠다.
▼7월을 시작하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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