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상문

백로(白鷺)와 연밥(蓮果)

물소리~~^ 2024. 7. 8. 21:35

 

 

장맛비일까?

억수같이 내리던 비가 문득 그치면 훅! 끼쳐오는 열기에 땀이 흐르고

또 갑자기 비가 내리곤 하는 날씨의 변덕에

내 마음도 변덕을 부린다.

 

모내기하는 차림으로 나선 산책길,

또 잠깐 비가 그치니 내 꼴이 우습다.

그렇지만 호수 위에 간간이 피어있는 연꽃에 눈길이 자주 가며

발걸음을 돌리지 못했다.

 

호수 위에 넓게 펼쳐진 연꽃 밭이 장관을 이루었는데

작년 여름 호수에서 자꾸 악취가 올라오면서 시청에 민원이 많이 들어간 것 같았다

수질 검사를 하니 더운 날씨에 수초가 썩으면서 올라오는 냄새라며

수초는 물론 연꽃마저 모두 거둬 내었던 것이다.

하니 올해는 어쩌다 하나씩 연꽃이 올라오고 있을 뿐,

그래서인지 더 귀하게 보이는 연꽃이다.

 

이런저런 연꽃에 관한 생각들이 떠오르다 보니

문득 우리의 옛 그림 하나가 생각난다.

그림이라기보다는 민화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심사정, 〈백로와 연밥〉 / 서울대박물관 소장   / 사진 : 인터넷검색

 

 

오래전 어느 국문학 교수님이

신문에 기고한 옛 그림 읽기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 그림의 제목은 “백로(白鷺)와 연밥(蓮果, 연의 열매)” 이었다.

단순히 그림만을 바라보면 연밥이 핀 연꽃 방죽에서

한가로이 거니는 백로 한 마리가 있는 풍경화일 뿐이다.

그렇지만 그 교수님이 풀어놓은 그림의 뜻이 참 재미있다.

 

백로 한 마리와 연밥( 一鷺蓮果, 일로연과)을

한 번에 연달아 과거를 본다는 (一路連科, 일로연과) 뜻으로 풀이를 했던 것이다.

 

즉, 이 그림은

한 번에 두 번의 시험을 거치는 과거(科擧)에 연달아 합격한다는 의미가 있으며

이런 의미를 지닌 연밥과 백로를 그려 과거에 응시하는 선비들에 건네주면서

합격을 기원한다는 것이다.

요즈음에 비유하면

사법고시 1, 2차를 한 번에 붙으라는 뜻이라는 글을 읽고 나는 감탄을 금하지 못하였다.

 

우리의 옛 그림은 정이 듬뿍 담겨있다.

그 정으로 좋음을 전하고 싶은 바램을 그림 속에 녹여냈고

그림을 받은 마음은 그 따뜻한 정을 읽으며

연밥의 다무진 모습처럼 합격의 마음을 더욱 다질 것이다.

 

 

▲물속에서 올라온 꽃이 제 모습을 물속으로 내려주고 있다.

 

연과는 아니지만 하나의 연꽃이 두개의 꽃이 되었으니 일로연화? 가 될까?

장원급제하면 어사화를 받는다 했으니 비록 어사화로 정해진 꽃은 아니지만

일로연과보다 더 큰 의미가 될것이라고 둘이 된 하나의 연꽃이 조용히 말해주고 있다.

 

 

▲ 옛 사람들은 떨어진 연꽃잎으로 술잔 삼아 풍류를 즐겼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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