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일까?
억수같이 내리던 비가 문득 그치면 훅! 끼쳐오는 열기에 땀이 흐르고
또 갑자기 비가 내리곤 하는 날씨의 변덕에
내 마음도 변덕을 부린다.
모내기하는 차림으로 나선 산책길,
또 잠깐 비가 그치니 내 꼴이 우습다.
그렇지만 호수 위에 간간이 피어있는 연꽃에 눈길이 자주 가며
발걸음을 돌리지 못했다.
호수 위에 넓게 펼쳐진 연꽃 밭이 장관을 이루었는데
작년 여름 호수에서 자꾸 악취가 올라오면서 시청에 민원이 많이 들어간 것 같았다
수질 검사를 하니 더운 날씨에 수초가 썩으면서 올라오는 냄새라며
수초는 물론 연꽃마저 모두 거둬 내었던 것이다.
하니 올해는 어쩌다 하나씩 연꽃이 올라오고 있을 뿐,
그래서인지 더 귀하게 보이는 연꽃이다.
이런저런 연꽃에 관한 생각들이 떠오르다 보니
문득 우리의 옛 그림 하나가 생각난다.
그림이라기보다는 민화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래전 어느 국문학 교수님이
신문에 기고한 옛 그림 읽기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 그림의 제목은 “백로(白鷺)와 연밥(蓮果, 연의 열매)” 이었다.
단순히 그림만을 바라보면 연밥이 핀 연꽃 방죽에서
한가로이 거니는 백로 한 마리가 있는 풍경화일 뿐이다.
그렇지만 그 교수님이 풀어놓은 그림의 뜻이 참 재미있다.
백로 한 마리와 연밥( 一鷺蓮果, 일로연과)을
한 번에 연달아 과거를 본다는 (一路連科, 일로연과) 뜻으로 풀이를 했던 것이다.
즉, 이 그림은
한 번에 두 번의 시험을 거치는 과거(科擧)에 연달아 합격한다는 의미가 있으며
이런 의미를 지닌 연밥과 백로를 그려 과거에 응시하는 선비들에 건네주면서
합격을 기원한다는 것이다.
요즈음에 비유하면
사법고시 1, 2차를 한 번에 붙으라는 뜻이라는 글을 읽고 나는 감탄을 금하지 못하였다.
우리의 옛 그림은 정이 듬뿍 담겨있다.
그 정으로 좋음을 전하고 싶은 바램을 그림 속에 녹여냈고
그림을 받은 마음은 그 따뜻한 정을 읽으며
연밥의 다무진 모습처럼 합격의 마음을 더욱 다질 것이다.
연과는 아니지만 하나의 연꽃이 두개의 꽃이 되었으니 일로연화? 가 될까?
장원급제하면 어사화를 받는다 했으니 비록 어사화로 정해진 꽃은 아니지만
일로연과보다 더 큰 의미가 될것이라고 둘이 된 하나의 연꽃이 조용히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