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이불 빨래를 하여 베란다에 널고 있으니 가을빛 가득 스민
가을 햇살이 얼마나 좋은지 그냥 마음이 두둥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집안 정리를 마치고 살금살금 나와 아파트를 한 바퀴 돌다 보니
아파트 옆, 한 마을로 들어가는 길가에
꽃이 소담스럽게 피어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소국일까? 하는 생각과 동시 발걸음을 옮겼다.
가까이 가 보니 소국이 아닌 메리골드와 멜람포디움이라는 원예식물이다.
소국이 아니어서 살짝 실망했지만 그래도 꽃을 보니 마음이 즐거워진다.
조금 더 걸으면 텃밭을 지나고
우람한 벚나무를 끼고 있는 집 바로 옆에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는데
요즈음 길을 내는 공사 중이라고 출입 금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시내에서 공단으로 오가는 차량을 분산시키기 위한 도로를 내기 위해
이 좋은 산을 절개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발길을 막지는 못하는지 드나드는 흔적에 나도 살짝 올라섰다.
산에 오르는 차림도 아니었고 신발도 외출용이었기에
조심스럽게 천천히 걸었는데 오히려 자잘한 꽃을 눈여겨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휴일이라 공사하는 사람들도 없고
정식 오솔길은 저 위에 있으니 내가 서있는 주변의 산은 어수선하지만 적막하다.
전체적인 우리 뒷산은 아직 푸른빛이 우세다.
잡목 중 가정 먼저 물든다는 옻나무는 과연 예쁘게 단장하고 있었다.
적막함을 혼자 거두어들이는 듯
누리장나무가 예쁜 보석으로 치장하고 있다.
어찌 이리 솜씨가 좋을까~~
꽃받침을 마치 꽃처럼 빨갛게 변신해
소중한 열매를 빛내주고 있는 사랑스러운 모습~~
들에서 자라는 깨풀중
들깨풀, 쥐깨풀, 산들깨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아주 작은 풀들이 있는데
이들은 좀처럼 구분하기가 어렵다
가만가만 걷노라니 아주 작은 산들깨풀이 보랏빛 꽃을 피우고 있다.
잎이 몇 잎만 남아있다.. 아! 숙살(肅殺) 이구나
가을 색이 짙어가는 일은 가을을 나는 모든 식물의 잎들이
수분을 잃고 메말라가며 차림새가 점점 초라해지는 일이다.
이에 숙살(肅殺)이라는 표현을 하지만…
가을날 짧은 햇살에 자신들의 열매를 튼실하고 빨리 키우기 위해
모든 영양을 열매로 보내면서 잎을 말라죽게 하는 것이란다.
자손을 번식시키는 일에 발휘하는 모성은 진정 우주의 근본이 아닐까.
오늘처럼 좋은 가을 햇살을 예쁜 병에 받아 두었다가
이들이 필요할 때 조금씩 꺼내 나누어 주고 싶다는 마음이다,
차풀을 만났다.
몇 무리가 옹기종기 둘러앉아 있어 반가움에 폰을 디밀었지만
차풀은 가을 햇살에 눈이 부신 듯
아주 작은 꽃망울을 감추려 한다.
차풀은 잎이 가지런하고
가지런한 잎을 만져보면 부드럽기도 하다
잎과 꽃을 말려 차로 우려 마시기에 차풀이라고 한다.
이 차풀을 말린 것을 산평두라 하는데 이를 약재로 사용한다고 하니
모양도 가지런하고 쓰임새도 많아 우리 조상님들은
며느리감나물이라고도 불렀다고...
며느리 될 사람은 이처럼 몸도 마음도 가지런하고 여러 일도 잘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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