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늦가을의 정취

물소리~~^ 2024. 11. 14. 20:45

 

 

 

세속을 벗어난 곳의 늦가을의 정취는 유난히 쓸쓸함을 안겨준다.

 

고운 빛으로 치장하던 나뭇잎들이 바람의 힘을 빌려 혼신을 다해 나무에서 떨어지고 있다. 

나뭇잎들이 곱게 물들어 가는 이유는

내년을 기약하는 나무에서 더는 영양분을 빼앗지 않으려고 스스로 차단하는 까닭이라 한다.

살랑이는 바람결에 나뭇가지에서 곤두박질하며 떨어지는

나뭇잎들의 고운 빛을 바라보노라면 숙연함이 전해온다.

 

 

 

주말이 아닌 평일 이어서일까.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약간 흐린 하늘 아래 수원지에 모여 있는 물이 바람 따라 찰랑찰랑 움직이며 작은 소란을 피우고 있다.

그 물결 따라 물 위에 떨어진 낙엽들이 밀리고 밀려 물가에 켜켜이 쌓여 있다.

문득 그 낙엽 물결을 찰랑이는 물이 만들어 놓은 것인지, 바람이 만들어 놓은 것인지 궁금하다.

바람은 물을 움직여 물결로써 제 모습을 보여주고

물은 낙엽들을 물가로 떠밀려 보내며 제힘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에 씻긴 낙엽들이 참 정갈하다.

내게 저런 정갈함이 자리하면 좋겠다는 마음에 쪼그리고 앉아 낙엽 하나를 손가락으로 살그머니 건져 본다.

 

 

묵직한 무게감과 함께 차가운 물의 느낌이 순식간에 내 몸을 흠칫 놀라게 한다.

별로 차갑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나의 무의식에

그들은 정신이 바짝 들도록 시린 싸늘함을 안겨주며 느슨한 내 마음을 꽉 조여 준다.

생각만으로 이 계절을 마무리하려 하는, 전혀 준비하지 못한 내 마음에 일격을 가해 주고 있다.

나뭇잎들은 나뭇가지에서 떨어지기 시작할 때부터 준비된 마무리라면,

나는 느닷없는 마음으로 찾아와 낙엽의 감촉을 느끼고자 하는 준비하지 못한 마무리였다.

마지막에 순응하는 마음의 느긋함과

무언가를 붙잡고 싶었던 미련한 마음에 훅 끼쳤던 놀라움은 서로 다른 결과를 안겨 주겠지.

 

 

 

그들은 지금 켜켜이 모여서 준비된 여유로움으로 늦게 온 가을을 더 보여주자고 약속한다.

한 발만 더 나아가면 비류직하삼천척(飛流直下三千尺)인 것을~~

그렇게 되면 우리 서로 헤어지고 말 것이니 지금을 더 느긋함으로 즐기자 한다.

 

뒤처지고 있는 나에게 빨리 오라는 큰 소리가 나를 놀라게 한다.

소소(蕭蕭)한 가을빛이나 느낄 것이지

준비도 없이 서둘러 찾아와서는 웬 사치스러운 행동이냐며 나뭇잎 하나가 팔~랑 내 앞으로 떨어진다.

 

잠시 놀란 숨결을 고른 후, 결론짓지 못한 마무리의 모습을 찾아 나선다.

이제는 돌아가는 길, 마무리의 해답을 얻지 못할 것 같은 조바심이 난다.

문득 키 작은 나무에 달린 나뭇잎 하나가 내 눈 안으로 들어온다.

 

세세한 잎맥만 이리저리 뻗어있는 벌거숭이 나뭇잎이다.

망사처럼 퍼져 있는 그물맥에서 그간의 고통을 느껴본다.

무엇에게서 버림받은 후 살아남기 위한 고통의 산물처럼 보인다.

나무에서 떨어져 나올 힘조차 없기에 스스로 물들기를 거부하고

무언가에 온통 자신을 내어주며 마무리하는 모습은 부족하지만, 결코 아픔의 모습은 아니다.

다른 나뭇잎과 다르게 생을 마감하는 모습이지만 최선을 다한 모습이기에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렇다.

 

 

 

마무리는 끝남이 아닌 시작이었다.

못 찾은 내 가을의 여운에 대한 마무리는 굳이 찾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쓸쓸함으로 떠나는 가을의 마무리 길에서 오히려 생의 시작을 알려주는 교훈을 안고 왔다.

올해의 처음이자 마지막 단풍 맞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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