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마음의 쉼표를 찍은 날

물소리~~^ 2024. 7. 26. 21:42

 어제는 시부모님 두 분 합제 하여 제사를 모시는 날이다.

 

형님(동서)께서 살아계실 때 에는

한여름의 제사로 아무리 더워도 꼭 음식을 장만하고 모셨는데

형님이 돌아가시고 나니

불교신자이신 큰 시누이가 나서서 두 분을 금산사로 모신 것이다.

2남 2녀의 형제간이시니 제사 모시는 일이 나에게 돌아오지 않을까 했는데

시누이님이 그렇게 결정해 주시니 나로서는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것도 사실이다.

 

나는 시부모님 얼굴도 뵙지 못하고 결혼생활을 시작했으니

그 당시 부모님이 안 계시니 큰댁을 부모님처럼 모시고 살아야겠다고 나는 다짐했고

나 자신과의 약속인 그 다짐을 한 번도 어긋남 없이 지키며 살아온 덕분인지

모두들 예쁘게 봐 주신 것이다.

 

나는 오전 근무를 반납하고

혼자서 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 정도 달려 금산사에 도착했다.

모두 연로하시니 이 더위에 엄두를 못 내시고

남편도 바쁜 일정이 있으니 나 혼자 다녀왔는데 오늘은 꼭 가고 싶은 속 마음이기도 했다.

 

더위 탓인지, 아니면 평일이어서인지

오랜만에 금산사의 평온함이 느껴지니 절로 마음이 고요해진다.

마침 기도시간인듯 스님의 독경소리가 경내에 가득 울리고 있었다.

대웅전에 조용히 들어가

부처님께 예를 표하고 부모님 위패를 모셔놓은 뒤편으로 돌아 들어갔다.

위패를 찾아 그 앞에 서서 나는 속엣말로

‘이제 손자가 결혼을 합니다.’하고 말씀드리고 나니

갑자기 내 마음 깊이 무언가가 꿈틀거리더니 눈물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여태껏 특별한 날들이면 이곳을 다녀가면서도 이런 마음 경험을 못했었는데

웬일인지 그렇게 나오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나무 그늘 아래 한참을 앉아 마음 다스리고 돌아오는 길,

금산사를 막 빠져나오는 곳에서 금산교회를 보았다.

 

▲금산교회 담과 종탑 그리고 ㄱ 자형 예배당

 

어쩜!! 역사적으로도, 종교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교회라는 것을 알면서도

스치기만 했었는데 오늘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문 안으로 들어섰다.

종탑이 껴안은 세월의 흔적이 참 정겨웠다.

당시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어 1997년 7월 18일에 전북특별자치도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되었으며

교회의 참고 자료는 건너편 전시관에 전시되어 있었다.

 

 

▲ 남녀 구분 좌석으로 만들기 위해 뒤집어 놓은 ㄱ 자형 건물로 더 유명하다.

 

 

이곳 김제는 불교, 원불교, 증산교, 기독교, 천주교 성지가 다 모여 있는 곳으로

성지순례로서의 위상이 대단한데

그중 불교의 금산사가 가장 돋보이는 성지다.

 

▲ 중국단풍나무

 

금산교회를 지나 달리는 한적한 도로의 양 길가에 늘어선 중국단풍나무가 참 싱그럽다.

 

▲ 벗겨지는 수피가 특이한 나무

 

 

 

 

그런데 중국단풍나무의 꽃말은 게으름뱅이란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게으름을 피운다는 것은

어쩌면 한 순간 쉼의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오늘 문득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또 다른 일상에서 만난 알 수 없는 경건함에서 마음의 정화를 느꼈고

역사를 품은 세월의 흔적과 한적한 시골풍경의 단정함에서 내 마음에 쉼표를 콕 찍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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