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산책 시간은 비가 내렸다.
다행히 바람은 얌전하여 우산을 들고나갔는데
비가 내려서인지 사람들이 많지 않아 호젓하니 좋았다.
수변의 꽃창포들은 내리는 비에 제 몸을 깨끗이 단장하는 듯 더 고와 보인다.
갑자기 내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끝이 지저분하니 나도 창포 옆에 앉아 씻어볼까?
우리 아랫집에서 머윗대 한 보따리를 주었다.
어딘가에 밭이 있어 머위를 심었더니 잘 자랐다고 한다.
그 머윗대 껍질을 벗기느라 내 손끝에 물이 들은 것이다.
그 손으로 우산을 꽉 잡고 걸었다.
마음이 차분해지며 그냥 좋다.
깊숙이 내려쓴 우산으로 풍경은 반만 보이고 점점 어두워지는데
어디선가 꽃향기가 스쳐온다 무슨 꽃? 아니 찔레꽃이!!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찍으면서
내일은 비가 내리지 않는다 하니 뒷산에 올라 보자 했다.
밤새 비가 엄청 많이 내렸다.
일요일 아침
비 갠 창밖을 보니 산의 나무들이 더없이 깨끗해 보인다.
내 마음이 바빠진다.
일요일 할 일을 부지런히 마치고 나니 11시 10분~
얼른 뒷산, 나의 비밀정원으로 올라갔다.
역시나 푸른 잎의 상큼한 기운이 온 산 가득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내 마음도 초록빛으로 물들 것이니
오늘은 내가 지나는 길목에서 이 봄을 살아가는
예쁜 것들을 만나 마음 내키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며
열심히 공부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오월 예찬이 많고도 많은데
비 그친 오월의 산은 비까지 내린 후니 말 해 무엇하랴~~
내 마음은 산에 맡기고 내 눈은 땅 위를 바라보며 걸었다.
우리 뒷산은 나만의 비밀정원이다.
길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
아직 꽃피는 시기는 아니지만
잎 하나부터 얼마나 작은지 사진으로 담기에 나로서는 엄청 어렵다.
접사한 부분도 육안으로 보면 점찍어 놓은 것처럼 보였다.
국수나무의 줄기 껍질을 벗기면
가느다란 국수처럼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뽀리뱅이를 만나면 난감해진다.
사진을 찍어줄까? 말까? 하는
마음의 저울질 때문이다.
키는 훌쩍 큰데
제 몸 간수를 못 하는 것 처럼
산만한 모습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내 재주로는
전초를 한번에 다 찍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래도
몸 끝에 꽃을 모아 피우는
지혜는 있으니
다시 한 번 바라보곤 한다.
뿌리잎이 있고 줄기잎이 있는데
아마도 뿌리잎은
두해살이 풀이기 때문 일 것 같다.
노린재나무는 염색할 때 매염제로 사용하던 나무다.
지금은 그 쓰임새가 거의 없어
이름조차 잊힌 채 살아가지만 귀한 대접을 받았던 나무다.
나는 이 나무꽃을 볼 때마다 솜이불을 연상한다.
꽃이 많은 만큼 가을 열매 또한 엄청 많이 달려 풍성함을 안겨준다.
오늘 은근히 마삭줄꽃을 기대했다.
오솔길을 벗어난 곳에 자라는 마삭줄은 마치 군락을 이루듯
나무를 휘감고 오르면서 이맘때 꽃을 피우는 모습은 장관이다.
이 장소는 거의 사람들이 지나지 않는 곳이어서
오로지 내 마삭줄이라고 욕심을 부린다.
꽃향기가 얼마나 진한지 이 산에 가득 고일 정도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일렀다.
몇 송이만 피었을 뿐~~ 아직 앙다물고 있으니
이번 주말이면 활짝 필 것이고
이곳을 향기로 가득 채울 것이다.
왜 멍석일까?
마당에 짚을 엮어 만든 큰 자리가 생각나는데
그러기에는 너무 예쁘다.
딸기이니 식용한다는데 난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
여러 갈래의 가지로 자라는 신갈나무는 참 멋지다.
특히 가을에 단풍 나뭇잎을 오솔길에 내려놓으면
오솔길이 빈틈없이 낙엽으로 쌓이는데
그 위를 밟노라면 나는 가을 여인이 되곤 한다.
내가 정한 최고의 명품길이다.
이른 봄에 연둣빛 노란 꽃을 피우는데
가을에는 나뭇잎이 노랗게 물들어가니
이 나무의 유전자에는 노랑이 있나 보다고 생각한다.
저 사람은 아마도 오솔길 주변의 풀들이 거슬렸을까
들고 가는 저 막대기로 풀들을 힘껏 내리치고 있다가
나를 보더니 멈추고 지나간다.
내가 그 옆을 지나는데 풀냄새가 진동한다.
그 냄새가 마치 ‘나 아파요’ 하면서 울부짖는 듯싶으니
차라리 내가 안 보았다면 ~~ 하는 마음에 속이 상했다.
산에서 마음을 씻고 내려와
우리 아파트 화단을 천천히 한 바퀴 돌면서 몸을 가볍게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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